[창간 80년 특집]AI(AGI·ASI)가 바꾸는 세상, 길을 묻다<2>'일의 종말' 넘어 '새로운 삶의 시작' 맞을까?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해야 할 때

전 세계는 지금 거대한 '노동의 해일' 한가운데에 있다. 단순히 계산을 넘어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창조까지 하는 AI의 폭발적인 발전이 인류의 노동 지형을 전례 없이 재편하고 있다. 일과 삶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장엔 긴장과 기대, 불안과 희망이 뒤섞여 있다. 이제 사람들의 고민은 "어떤 일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 새로운 흐름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남고, 어떤 삶을 만들어갈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일자리 대이동' … 반복 업무부터 파고든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올해 초 세계 각국의 노동시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4억~8억 명이 기존의 직업을 잃거나 재배치가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전 세계 노동인구의 20%에 달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2030년까지 약 1억 7천만 개의 새로운 기술 기반 일자리가 창출되는 반면, 약 9천 2백만 개의 일자리는 소멸할 것으로 전망한다. AI·빅데이터·핀테크·머신러닝 전문가 등 디지털 신기술 분야의 일자리는 빠르게 늘지만, 은행 창구, 데이터 입력, 우편 서비스 등 단순 반복 노동은 대거 사라진다.
특이한 점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그래밍처럼 상대적으로 고숙련 영역조차 빠르게 AI 도구에 잠식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대기업의 경우 이미 코딩 작업의 70%가 AI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며, 향후 12개월 내 대부분 코드가 AI가 작성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무엇을 전공할지, 지금 준비하는 진로가 의미 있는지 대학생·취준생 모두 불안함을 드러내고 있다.
◆'위기는 기회'…창의·감성·관계가 핵심 역량으로
하지만 거대한 고용 쓰나미 한복판, 반전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정책보고서와 미래학자들은 엄청난 기술 격변 속에서 기술적 스킬 못지않게 기초 인문학적 소양, 비판적 사고, 사회적 스킬의 중요성이 급격히 부각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의사, 교사, 예술가, 간병인, 상담가, 사회복지사 등 '공감·돌봄'이 필요한 자리, 창의성이 필요한 곳은 또다른 기회를 갖는다. 의사는 진단을 AI에 맡기고, 더욱 따뜻한 대화와 치료 결정을 주도하고, 예술가는 AI가 줄 수 없는 인간 내면의 이야기를 펼치면서 영역을 확장해 나갈수 있다는 것이다. 맥킨지 보고서는 "사라지는 건 직업이 아니라, 직업 안의 과업(task)이다. 모든 일은 해체와 재조립을 거친다"라고 규정한다.
◆새로운 계급 게임 시작
AI의 일자리 재편으로, 이제 돈과 직업명, 전통적 학벌이 중심이던 사회 계급이 무너진다고 미래전문가들은 전망한다. AGI와 함께 복잡한 창의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지식·목적 엘리트'가 부상한다는 것. "AGI 네트워크와 협력, 사회에 의미를 창출하는 능력이 새로운 상류 신분이 된다"고 한다. 이제 누가 더 월급을 받냐가 아니라, "누가 더 크고 근사한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느냐?", "누가 AI와 손잡고 새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나?"가 새로운 지위의 기준이 된다. 전통 중산층의 상징이었던, '안정된 월급'은 사라지고, 진짜 계급은 '진짜 나를 찾아 의미를 만든 이들'에게 돌아간다.평생 몰입할 목표, 작지만 벅찬 프로젝트가 세상을 채운다.
이에따라 각 조직들은 인력 개발 방향을 '기술 리스킬링'에 더해, 커뮤니티 기반 학습·협업능력·디지털 문해력 함양으로 확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기업과 정부, 교육기관의 공동 대응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요구가 되었다.
◆ '공짜 돈' 실험에 감춰진 반전, 기본소득이 사회를 바꾼다
일자리 대전환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기본소득' 도입 논의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미 핀란드, 케냐,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은 "공짜로 돈 받으면 게을러진다"는 통념이 사실과 다름을 보여줬다. 참여자들은 스트레스, 우울감은 낮아지고, 예술활동 등 자기계발, 창작, 가족·공동체 활동에 시간과 에너지를 더 쏟았다. 또한 정신건강 지수는 급상승했으며, 자율성과 관계성, 유능감이 증진되어 삶의 만족도는 평범한 실업수당 수령자보다 월등 높아졌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자기결정이론'이라고 부른다. "외적 동기(월급·승진) 대신, 인간은 본능적으로 내적 동기(자율·성장·관계)에 최상의 만족을 느끼게 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재원이다. 현재 논의되는 재원 조달책에는 로봇세, 부가가치세, AI·자동화세, 탄소세 등이 거론된다. 대규모 AI·자동화로 발생하는 생산성 수익을 사회 전체가 나누는 방향으로, 즉 'AI가 벌고 인간이 나누는' 새 경제구조가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AI 연구·개발 기업인 오픈AI의 샘 알트먼CEO는 "AI가 창출한 부로 연 1만3천500달러 'AI 배당' 지급"을 제안하며, "AI 시대의 사회적 부의 전환은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 '가족·공동체 르네상스' 시대로
AI 혁신은 새로운 '자기실현' 동시에 '공동체적 성장'의 가능성도 던져주고 있다. 오랜 기간 '일터'에 묶여 있던 사람들을 이제 다시 가족 식탁, 동네 모임, 동아리로 모여들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필요가 아니라, 정서·성장·파트너십이 결혼과 가족을 결정하는 세상이 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함께하는 '하이브리드 공동체'가 일상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것이 미래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AI 혁신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라며 "일의 정의가 변하고, 경계 없는 길이 열리면서 '무엇을 할 건가' 대신 '어떻게 살 수 있을까'가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질문이 되었다"고 말했다. 인류는 지금 AI와 함께,진짜 자아실현·공동체·창의의 시대를 열지, 아니면 소수만의 디스토피아에 머물지, 역사의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이영란 기자 yrlee31@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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