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덮친 경남] "이걸 어찌 다 치우노?" 합천 가회면 수재민 망연자실

유은상 기자 2025. 7. 2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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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동안 607㎜ 내려 30여 주택·가게 침수
피해자 대부분 노령이라 복구에 어려움
삼가시장 73곳 가게도 침수…복구 구슬땀
극한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합천군 가회면 봉기마을 이덕근(81) 할머니가 20일 오전 토사로 뒤덮힌 집안을 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유은상 기자

마을 중심 도로는 여전히 하천 범람에 쓸려 내려온 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침수된 가게를 치우던 주민들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일부 주민은 하던 일을 멈추고 망연자실 길가에 앉아 있었다.

합천군 가회면에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 동안 607㎜의 비가 내렸다. 그중 319㎜가 19일 하루 동안 쏟아지면서 곳곳이 침수됐다. 특히 가회면 소재지인 덕촌리 봉기마을은 신등천이 범람하면서 면사무소와 가회치안센터는 물론 일대 가게와 주택 30여 곳이 침수됐다. 이 탓에 103명 주민은 인근 체육관과 경로당으로 대피해 지난밤을 보내야만 했다.

하천 범람으로 피해를 당한 정환덕(63) 씨는 "어제 오전부터 장대비가 쏟아졌고, 대략 10시 50분께 신등천이 범람하면서 면 소재지 도로가 또 다른 하천으로 변해버렸다"며 "덕촌교 교량 난간에 쓰레기가 걸려 물길을 막으면서 피해를 더 키웠다. 길 건너 주차했던 승용차도 순식간에 둥둥 떠내려가 아직 찾지도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체육관에서 밤을 지새우고 집으로 돌아온 이덕근(81) 할머니는 집 앞에서 만난 기자를 보며 눈시울부터 붉혔다. 집안까지 물이 들어차 가전제품은 물론 가구까지 모두 다 잠겼고, 마당에는 하천에서 쓸려온 토사 탓에 발이 푹푹 빠져 걸음을 옮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아침 일찍 돌아와서 집안을 좀 치우다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이렇게 있다. 대문도 다 뜯겨 나가고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누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시작도 못 하고 있다. 온 데 도움을 요청해놓고 기다리고 있다. 시집와 60년을 살아도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극한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합천군 가회면 봉기마을 주민들이 20일 오전 뻘밭으로 변한 가게에서 복구작업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유은상 기자

식당이 침수 피해를 본 김명자(63) 씨는 "가게가 물에 잠겨 큰 피해를 봤지만 그나마 우리 집은 2층이어서 다행이었다. 어렵지만 차근차근 복구를 하면 된다"면서도 "그런데 주택이 침수된 이들은 큰일이다. 특히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라 복구가 힘에 부칠 것이다. 참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가회면 의용소방대원들은 오전 9시부터 이곳 피해지역을 찾아 복구를 돕기 시작했다.

면 소재지 도로에서 교통 통제를 하던 정수용(68) 씨는 "합천군은 물론 도내 대부분 지역이 수해지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청 공무원 등 지원 인력이 나눠 배치되다 보니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며 "가회면 의용소방대를 포함해 피해를 보지 않은 각 단체 회원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이 양수기도 들고 오고, 트랙터도 끌고 와 돕고 있다. 수해 복구에 많은 이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전 9시 30분부터 합천군청과 합천소방서 등의 지원 인력이 배치돼 피해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수해 현장을 찾은 김윤철 군수는 "많은 군민이 수해를 당해 군수로서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행정에서 온 힘을 다해 복구를 도울 계획이다. 부족한 인력은 도청과 관계 기관은 물론 군부대에도 요청해 최대한 빨리 군민이 일상을 회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합천군 가회면 봉기마을 주민들이 20일 오전 침수 피해를 본 가게를 청소하고 있다. /유은상 기자

인근 삼가면 또한 큰 피해를 당했다. 이곳은 나흘 동안 650㎜의 비가 내렸다. 19일에는 269㎜의 극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삼가시장 77개 상점 중 73곳이 침수됐다. 이날 대부분 상인은 팔 수 있는 상품과 침수된 상품을 분류하고, 쓰레기를 시장통 앞으로 분리해 배출하고 있었다.

시장 안에서 식당을 하는 염정자(68) 씨는 "점심 장사를 준비하려고 설거지를 하는데 순식간에 물이 들어찼다. 허벅지까지 물이 차 작대기로 짚어가며 겨우 나왔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기후 위기로 폭우가 더 자주 심하게 기승을 부리고 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정말 큰일이다. 앞으로 또 이럴 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유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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