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기후변화가 바꾼 동해 바다, 가파른 수온 상승…난류성·아열대 어종 ‘안방 점령’

권영진 기자 2025. 7. 2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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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동해안 수온 18.84℃…역대 최고치 관측…수온 상승하자 고등어 등 난류성 어종 급증
아열대 사는 참다랑어도 잇따라 출몰…쿼터 확대 등 기후 변화 따른 정책 보완 필요
지난 8일 경북 영덕 앞바다에서 잡힌 대형 참다랑어(참치)가 영덕 강구항에 쌓여져 있다. 영덕군 제공

최근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경북 동해안의 어종별 어획량이 급변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조사선과 인공위성을 통해 우리나라 해역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동해안의 표층 수온은 18.84℃로 불과 1년 만에 무려 1.7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7년간 관측된 수온 중 가장 높은 온도다. 이 때문에 국내 해양 당국에 초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동해안으로 열을 수송하는 대마난류(쓰시마난류) 세력이 강화됐고, 여름철 폭염 일수가 2021년 11.8일에서 지난해 30.1일로 3배 가까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울진, 영덕, 포항, 경주 등 경북 동해안을 중심으로 고등어·방어류 등 대표적인 난류성 어종을 비롯해 이를 먹이로 삼는 아열대성 어종인 참다랑어의 어획량이 급증하는 반면, 경북을 대표했던 한류성 어종인 오징어의 어획량은 갈수록 급감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동해안의 '어업지도'가 아예 바뀌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쿼터(배정물량) 문제로 경북 영덕 앞바다에서 잡힌 1천300여마리, 무게로는 150t 가량의 '귀하디 귀한' 참다랑어가 전량 폐기되는 일이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업인들들은 어업지도는 바뀌었는데, 어업정책은 바뀌고 있지 않는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궈터량 확대 등 어업지도 변화에 따른 정책을 새롭게 보완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경북 영덕군 강구항에 밀려온 대형 참다랑어 떼. 영덕군 제공

◆ 한류성 어종 줄고…고등어 등 난류성 어종 급증

한 때 동해안의 대표적 어족 자원이었던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2000년대 들어 사실상 자취를 감췄고, 울릉도를 비롯해 경북을 대표해온 수산물인 오징어(살오징어)도 어획량이 급감했다. 도루묵과 꽁치 등 다른 한류성 어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반면, 주로 남해안에서 서식해오던 고등어를 비롯해 방어류, 정어리 등 난류성 어종들이 동해안으로 몰려들고 있다.
도루묵
명태
꽁치
오징어
통계청과 동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1980년대 동해안에서 연간 2만t 가량 잡혔던 명태는 2015~2018년 19t이 잡힌 후 사실상 씨가 말랐다. 2015년 5만4천685t의 어획량을 기록할 만큼 경북 동해안의 대표적 수산물로 자리잡은 오징어(살오징어)의 어획량도 지난해 2천906t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도루묵의 어획량 역시 2015년 674t에서 2020년 2천102t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74t으로 급감했고, 꽁치의 어획량도 2015년(310t)에서 2021년(910t) 사이 증감을 반복하다가 2022년 278t 이후 200t대 어획량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한류성 어종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는 사이 고등어를 비롯해 방어류, 정어리 등 난류성 어종들이 해류를 타고 경북 동해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참다랑어
방어
고등어
정어리.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고등어는 경북 동해안에서 2015년 560t이 어획됐으나 지난해 9천54t이 잡혔을 정도로 크게 늘었다.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많이 잡혔던 방어류도 2015년 852t에서 2018년 4천301t, 2019년 3천767t에서 2023년 5천795t, 2024년 4천874t이 잡히는 등 어획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15년 7t이 어획됐던 정어리도 2016년 97t, 2017년 4천852t으로 어획량이 급격히 늘었다가 2018년 305t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2천548t이 잡히는 등 어획량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8일 경북 영덕군 강구항에 밀려온 대형 참다랑어 떼. 영덕군 제공

◆ 아열대 사는 참다랑어 어획량도 갈수록 늘어나

참다랑어는 전 세계에서 널리 소비되는 어종으로 '바다의 금'이라고도 불린다. 몸길이가 최대 3m에 달하고, 체중도 450㎏까지 나가는 참다랑어는 주로 태평양이나 인도양, 대서양의 열대 및 아열대 해역에서 주로 발견된다. 특별히 서식지가 정해져 있지 않고 해수온과 먹이 분포에 따라 계절별로 이동한다. 하지만 온난화의 여파로 북반구의 해수온이 상승하면서 참치의 영역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해역의 바다 수온 역시 1968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1.44℃ 올랐다. 특히 포항, 경주, 영덕, 울진 등 동해안의 경우 평균 1.9℃나 올랐다. 이에 아열대성 어종인 참다랑어 떼들이 제주도를 거쳐 경북 동해안으로 북상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동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7t에 그쳤던 경북 동해안의 참다랑어 어획량은 2021년 36t으로 약 5배 가량 늘었다. 이후에도 해수온 상승 등의 영향으로 2022년 121t, 2023년 172t, 2024년 167t이 잡혔다.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경북 영덕의 경우 올해 2월 길이 1.6m, 무게 314㎏에 달하는 참다랑어 1마리가 잡혔고, 지난 6일에는 마리당 무게 130~150㎏에 달하는 참다랑어 62마리가 잡혔다. 8일에도 1천300여마리, 총 150t에 달하는 참다랑어가 무더기로 잡히는 등 원양어업으로 주로 잡혔던 참다랑어가 경북 동해안을 비롯해 국내 바다에서 대량으로 잡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2년 7월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변에 죽은 참치 떼가 밀려와 있는 모습. 영덕군 제공

◆ 쿼터제에 발목잡혀 폐기되는 '바다의 금' 참다랑어

급증하는 참다랑어 어획량에 비해 할당받은 우리나라의 참다랑어 쿼터량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참다랑어가 대량 폐기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참다랑어 쿼터는 각 국가가 잡을 수 있는 참다랑어의 총량을 뜻한다. 과거 무분별한 포획으로 인해 2000년대 들어서 개체 수가 약 10%까지 줄어들자 국제기구인 지역수산관리기구(RFMO)를 중심으로 '총허용어획량제도'를 도입해 어획량을 관리해왔다. 우리나라도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로부터 매년 쿼터를 받아 조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 제21차 연례회의에서 쿼터를 63% 늘리는데 성공했다. 이에 2024년 748t이었던 쿼터는 올해 1천219t으로 확대됐다. 배정된 쿼터는 해양수산부를 통해 지역별로 배분됐다. 그런데 대형선망어업이 주를 이루는 부산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615t으로 가장 많이 배정받은 반면 경북은 겨우 110t을 배정받았다. 동해안 외획량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쿼터 배정이었다. 그래서인지 지난 8일 하루에만 포항 정치망 2개소와 영덕 정치망 9개소에서 잡힌 참다랑어는 경북도 배정 쿼터를 넘어선 무려 150t, 마리 수로는 1천300여 마리에 육박했다.

현행법상 쿼터를 초과한 참다랑어의 경우 거래가 불가능해 8일에 잡힌 참다랑어 대부분이 영덕 강구항에 그대로 쌓여져 있었다. 이후 해양수산부가 논의 끝에 경북도에 쿼터를 150t 추가로 배정했지만 이미 참다랑어는 폭염에 물러 터지면서 상품성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결국 경북도와 영덕군은 이날 잡힌 참다랑어 대부분을 가축 사료용으로 폐기 조치했다. 궈터량을 초과하지 않았으면 어민들의 수익에 큰 보탬이 되었을 상황이었다. 이처럼 경북 동해안을 중심으로 참다랑어의 어획이 흔해지고 있지만 배정량에 가로 막히면서 어민들은 수익을 창출하기는 커녕 오히려 이송하는데 드는 기름 값과 인건비, 폐기 비용에 대한 부담까지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 '어업지도' 변화 따른 쿼터량 확대 등 정책 보완 필요

고등어를 비롯해 방어류 등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특히 태평양이나 인도양, 대서양의 열대 및 아열대 해역에서만 볼 수 있었던 참다랑어의 어획량도 급증하고 있지만 참다랑어 등이 많이 잡힌다고 해도 결코 반가운 건 아니다. 참다랑어의 거래 가격이 급락해 최근에는 ㎏당 2천~4천원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거래라도 성사되면 어민 입장에서는 다행이지만 배정된 쿼터를 초과할 경우 참다랑어가 잡히더라도 거래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참치를 대량 포획한 어민들은 쿼터량에 발목잡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참치를 폐기하는 곤란한 상황에 놓여져 있다.

폐기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22년 7월 말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변에서 쿼터량 초과로 폐기된 참다랑어 수천마리가 밀려들어 오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죽은 상태에서 부패한 참다랑어는 악취를 풍기며 해안을 오염시킨 바 있다. 경북 동해안 어업인들은 해수 온도 변화 등으로 인해 참다랑어의 어획량이 급증하면서 단기간에 쿼터량이 소진되고 있고, 쿼터량 소진 시 위판 금지로 인해 어민들의 경제적 손실 발생 및 참다랑어 폐기에 따른 해양 오염의 발생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어업인은 해양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정치망에 배정된 쿼터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정부가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와 현실에 맞도록 참다랑어 쿼터량 추가 배정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어업인 보상 방안 검토 및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된다고 밝히고 있다.

영덕군 관계자는 "수온 상승으로 인해 참다랑어 어획량이 늘면서 단기간에 쿼터량이 소진되고 있다"며 "참다랑어 어획 할당량 확대 및 쿼터량 초과 어획물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구수협 관계자도 "쿼터량을 초과할 경우 포획된 참다랑어 처리비, 임차비 등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참다랑어 처리비 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등 어업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해 바다 어업지도가 난류 및 아열대 어종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국내 수산정책도 이에 맞는 방향으로 수정·보완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권영진 기자 b0127kyj@idaegu.com 손달희 기자 sdh2245@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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