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색채의 마술 [김용우의 미술思]

김용우 평론가 2025. 7. 2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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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아트 앤 컬처
김용우의 미술思 19편
마르크 샤갈 동심 속에 꿈꾸는 사람
전시회 ‘마르크 샤갈 : 비욘드 타임’
모든 작품 즐겁게 볼 수 있어
배시시 웃음 지을 만한 작품들
샤갈이 전하는 사랑 이야기들
[그림 | 샤갈, 보랏빛 수탉, 1966~1972년, 89.3×78.3㎝ Oil, gouache and ink on canvas. © Chagall ®, by SIAE 2025.]

평화로운 세상, 사랑으로 가득한 세상….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모두 마르크 샤갈(1887~1985년)의 그림에 담겨 있다. 샤갈은 유대인이다. 벨라루스 비텝스크에서 나고 자랐다. 유태인 차별을 피해 1910년 프랑스 파리로 거처를 옮겨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고향 마을과 그곳에 두고 온 약혼녀 벨라를 그리워해 머리는 늘 고향을 향해 있었다. 그래서인지 샤갈의 그림으로 들어가는 키워드는 주로 사랑과 고향, 그리고 종교다. 고향의 하늘을 날며 마을을 내려다보는 풍경이 그림 소재로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작품 '마을과 나 1911년' '도시 위에서 1914~1918년' '산책 1917~1918년'이 대표적이다. 향수鄕愁가 시각화해 그림으로 탄생한 작품들이다.

무엇보다 샤갈의 그림은 사랑 이야기가 단연 최고다. 약혼녀 벨라의 생일날 꽃다발을 선물하고 답례로 받은 키스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날아오른다. 작품 '생일 1915년'에 담긴 모습이다.

다른 작품 '산책 1917~1918년'에선 벨라와 함께 소풍을 나와 와인을 한잔 마시고 바로 벨리를 사뿐히 날아 올려준다. 작품 '나와 도시'에선 교회 안에서 신부님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다. 위트를 잊지 않는다.

이런 그의 그림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9월 21일까지 볼 수 있다. 전시회 '마르크 샤갈 : 비욘드 타임'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반갑게 맞아주는 샤갈의 작품이 바로 미소를 품게 한다. 이게 샤갈의 매력이다. 예상대로 대작보다 중형, 그리고 판화가 많다. 맛있게 차려진 서양식 식탁에 한식처럼 구색 맞추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다만, 색상을 강조한 작품이 부족해 다소 아쉬웠다. 샤갈은 '색채의 마술사'로 일컬어진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화사한 색상이 최고다. 그래서 '단 몇점의 작품이면 입장료가 아깝지 않게 미소 짓고 나올 텐데' 하는 느낌이 들었다.

전시 작품 중 마지막 방에 있던 '보랏빛 수탉'은 인상적이었다. 몇 해 전에도 봤던 샤갈 노년기의 작품이다. 샤갈은 노년에 주로 서커스를 많이 그렸다. 대부분 동심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작품들로, 가끔은 초점이 맞지 않는 듯한 그림도 있었다.

하지만 '보랏빛 수탉'은 화려하고 사랑이 넘치는 샤갈 본연의 행복이 가득 담겨 있다. "그래! 이거지, 그래서 마지막 방에 진열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언뜻 보면, 작품 제목이 왜 '보랏빛 수탉'인지 알기 어렵다. 자주색의 수탉은 왼쪽 윗부분에 거꾸로 그려져 있다. 그림의 메인은 꽃을 든 남자와 초록색 말을 탄 신부인 것 같다.

[그림 | 샤갈,마술피리의 추억, 1976년, 113.5×194.8㎝, Tempera, oil and sawdust on canvas. © Chagall ®, by SIAE 2025.]

어쨌거나 그림은 서커스장 곡예사로 보이는 남녀가 주인공이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꽃을 준비했고 여자는 하얀 면사포를 썼다. 프러포즈 혹은 결혼식? 뭐든 기분 좋은 일이다.

악사는 나팔을 불어 팡파르를 울려준다. 서커스장은 웃고 떠드는 흥겨운 마당이다. 거기에 사랑스러운 모습을 담았으니 보는 사람도 배시시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시원한 청색에 빨간 남자의 의상이 경쾌한 대비를 이룬다.

초록색 말을 탄 여인은 순결한 흰색의 드레스를 입었다. 피에로 복장의 악사는 결혼 행진곡이라도 들려주려는 모양이다. 남자의 뒤편에선 누군가 박수를 치고, 누군가는 그네를 탄다.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전시회에 좋은 작품은 또 있었다. '생 폴의 화실'이다. 당장 나도 그림을 그려야 할 것 같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시원한 수채화 느낌이 화면 전체를 맑게 감싼다. 가로로 긴 캔버스의 작품 '마술피리의 추억'은 꿈속을 표현한 초현실주의 풍風인데, 여기에 샤갈의 색채로 꽃과 음악을 가득 담아 뒀다.

새잡이 파파게노와 환호하는 아이들도 보인다. 아마도 샤갈이 어릴 적 본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를 축약해 담아낸 듯하다. 모든 작품이 긴장할 것 하나 없는 전람회. 난 생각지도 않은 호사를 누렸다.

김용우 미술평론가 | 더스쿠프
cla0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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