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외쳤지만 답 없었던 北, 받아 적기는 한 걸까[문지방]

김형준 2025. 7. 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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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해상 표류 구조된 북한 주민 6명, 지난 9일 귀환
정부, ‘인도주의적 조치’라고 강조
북한, 끝까지 답은 없어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남한에서 구조됐던 북한 주민 6명이 탄 배가 NLL 인근에서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정부가 동·서해상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주민 6명을 지난 9일 동해상을 통해 돌려보냈습니다. 그간 통일부 안팎에서 제기된 ‘그들은 진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었을까’ ‘여러 송환 방법이 있을 텐데 우리가 붙들고 있는 건 아닐까’ ‘그들이 있는 동안 우리가 좀 못되게 굴어서 북한이 꼬투리 잡으면 어쩌나’ 등 쌓였던 궁금증은 이날 당국자의 설명으로 상당 부분 풀렸습니다.

당국자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가 일관되게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우리 정부 조사뿐 아니라 유엔군사령부(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의 면담에서도 여러 번 확인했는데, 한 명씩 불러 의사를 물어도 꾸준히 “돌아가겠다”고 했다더군요. 그들의 나이와 직업을 들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됐습니다. 이들은 모두 30~40대 어민으로, 북한에 아내와 자녀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날짜를 계산해보니 3월 서해에서 구조된 주민 2명은 124일 5월 동해에서 구조된 주민 4명은 43일 만에 가족이 있는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남한에 구조된 뒤부터 송환 때까지 무더위에도 에어컨 솔솔 나오는 방이 제공되고 식사나 시설 등을 접했을 때 돌아가기 싫다는 생각도 했을 법하지만, 그럴 경우 아끼는 가족들의 생계도 불투명하고 정권 차원의 탄압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생계를 위해, 언제 고장 날지 모르는 낡은 목선을 타고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조업을 하며 가족의 삶을 책임감 있게 떠받쳐 온 이들에게 남한 잔류는 북한 체제에 대한 충성심과 별개로 어려운 선택이었을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기자들에게 이들 송환을 설명할 때 ‘인도주의적 조치’이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이번 송환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들 6명에 대한 송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뒤 군과 정보당국 등의 협력 아래 준비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통일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안전·신속하게 북한 주민들을 송환한다는 방침 아래 관계기관과 협력해 왔다”거나, “송환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의 자유의사를 여러 차례 확인했다” “송환 전까지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했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죠.

우리 정부가 되풀이한 말의 속뜻을 풀어 설명해보면 “북한 관계자 여러분, 그쪽에서 연락을 안 주셔서 그렇지 우리가 별다른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이렇게 오래 데리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우리 국민 여러분, 가기 싫다는 북한 주민들을 우리가 억지로 북한에 보내는 건 아니에요” 정도가 될 듯 합니다.


날 좋은 날, 안전히 귀가

정부가 지난 3월 서해, 지난 5월 동서해상에서 구조된 북한 주민 6명을 9일 동해상으로 함께 송환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다행히 6명은 안전 귀환을 위해 해상 날씨가 좋은 날 보내졌다고 하네요. 주목할 대목은 송환 시점에 북한 경비정 한 대와 예인용 선박 한 대가 인계 지점까지 나와 있었다는 점입니다. 주민들이 탄 배는 오전 8시 56분쯤 NLL을 넘어선 뒤 9시 24분쯤 북한 측 경비정과 만나 북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우리 군은 이들이 동해안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 걸 끝까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들이 타고 돌아간 배는 동해상에 표류했던 약 10m 길이의 배로, 우리가 고장난 부분은 고쳐줬다고 합니다. 대북 제재를 지키느라 배를 싹 바꿔 주진 않았고, 엔진 수리나 청소 등을 약간 해서 돌아갈 수 있도록만 도왔다고 하네요.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깁니다. 우리가 전달한 송환 의사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는 북한이 어떻게, 왜 동해상에 마중 나와 있었느냐는 것입니다. 북한은 2023년 12월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뒤 대남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북한 주민이 표류해 넘어온 상황에서도 우리가 오전 한 번과 오후 한 번씩 판문점에서 거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유엔사와의 직통 전화(일명 핑크폰)는 잘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유엔사를 통해 북한 주민 구조 및 보호 소식을 꾸준히(주 1, 2회) 북한에 전했고, 북한이 ‘듣기는 했지만 응답은 하지 않았다’는 게 우리 정부 측 설명입니다. 다만 송환 전주부터는 두 차례 구체적인 송환 시기와 방법, 위치 등을 북한에 전달했는데, 통일부 설명대로라면 북한은 이걸 받아 적어두고 마중 나왔을 공산이 큽니다.

사실 기자들도 북한이 응답도 없이 행동으로 옮겨버린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시원하게 해소되진 않아 당국자에게 “그럼 북한이 ‘알겠다’고는 대답을 한 거냐”고 반복해 물었는데, 당국자는 유엔사에서 전화한 내용이라 정확한 통화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답은 송환 계획에 ‘동의하고 데려가겠다’인데 북한이 그에 관해 답을 한 적은 없다.”


"北, 윤석열 정부 때였다면 나와 있었겠나"

이번 '무사 송환'(?)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어쨌든 남북관계 개선을 향한 긍정적인 신호’라는 데 이견은 없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도 이들을 안 받아 줬을 때, 자국민 인권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 시각이 부담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를 긍정적 관계 변화로 못 박기엔 무리지만, 윤석열 정부였다면 우리의 송환도 북한의 마중도 그리기 어려웠던 일 아니었겠느냐”고 설명합니다. 아무리 우리가 ‘적대적 두 국가’라 한들, 취임 후 군사분계선(MDL) 인근 대북 확성기 방송부터 끈 재명 정부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가 있었기에 마중을 나왔을 거란 얘기죠.

정부는 더 조심스러운 모습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주민 송환이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주민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귀환이기 때문에, 이 사안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번 송환에 정치적 해석이 과도하게 끼면 ‘인도주의적 송환’이라는 우리 정부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으니, 과한 해석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와중에 이 당국자는 설명 말미에 “남북 연락 채널이 잘 작동했다면 좀 더 원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굳이 물어보지도 않은 얘기를 언급하며 “좀 알아달라”고 당부합니다. 이 당국자의 속뜻을 담아 풀어 써보겠습니다.

“북한 관계자 여러분, 이제 연락은 좀 하고 삽시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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