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화폐 이야기] 8. 돈 이야기가 가득한 곳,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

강승구 2025. 7. 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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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전시실과 체험존·특별전시실...470만명 방문객 찾아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 조폐공사 제공


‘돈’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라니, 처음엔 왠지 딱딱하고 지루할 것만 같다. 그러나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조폐공사가 운영하는 ‘화폐박물관’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런 선입견은 금세 사라진다. 이곳은 단순히 오래된 동전과 지폐를 전시해 놓은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익숙한 돈을 통해 낯선 이야기와 새로운 가치를 만나는 특별한 장소다. 화폐는 단순한 지불 수단이 아니다. 시대의 문화와 경제, 정치와 예술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은 역사물이다.

1988년 6월 22일 문을 연 이 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화폐 전문 박물관으로, 지금까지 약 470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단순한 전시공간을 넘어 지역의 대표적인 교육.문화 명소로 자리 잡았다. 박물관은 1만4000미터(m)부지 위에 세워진 2층 규모의 건물로, 4개의 전시실과 체험존, 특별전시실 등을 갖추고 있다. 보유 중인 전시자료는 15만점 이상으로, 시대별.종류별로 분류해 체계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제1전시실 ‘주화역사관’은 우리나라 주화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준다. 원시시대의 물품화폐부터 고대 중국의 칼 모양 주화, 고려 시대 건원중보, 조선 시대 상평통보까지 주요 유물이 전시되어 있으며, 조선의 엽전 주조 과정을 재현한 코너도 마련돼 있다. 현대의 주화는 물론,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국가 행사나 역사적 인물을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주화도 전시하고 있다. 그중 2002년 한일 월드컵 기념주화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화로 선정된 바 있다.

제2전시실 ‘지폐역사관’은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우리나라 지폐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조선은행권’, ‘개갑백환권(모자화폐)’ 같은 희귀 지폐부터, 북한 지폐, 짐바브웨의 100조 달러 초고액권 등 보기 힘든 세계의 화폐도 전시되어 있다. 지폐의 크기, 소재, 디자인 등을 비교해보며 나라별 특징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제3전시실 ‘위조방지홍보관’은 최근 새롭게 리뉴얼됐다. 조폐공사의 보안 인쇄 기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으며, 대형 오만원권 모형을 통해 은선, 미세문자, 홀로그램 같은 위조방지 요소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지폐 진위 여부를 확인해보는 현미경 체험, 형광식별기 체험 등도 관람객의 흥미를 끈다.

제4전시실 ‘조폐공사관’은 1951년 설립된 조폐공사의 역사와 주요 사업을 소개한다. 기존의 화폐 제조뿐 아니라, 최근 디지털 시대에 맞춰 개발된 모바일 지역사랑 상품권 ‘Chak(착)’에 대한 소개와 다양한 기념메달도 전시하고 있다. 특히 ‘BTS 데뷔 10주년 기념메달’을 비롯해, ‘손흥민 기념메달’, ‘반가사유상 기념메달’, ‘메이플스토리 20주년 기념메달’ 등 다양한 작품들이 눈길을 끌고 있으며, 대통령에게만 수여되는 무궁화 대훈장과 12종의 훈장과 포장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 조폐공사 제공


체험존은 방문객들이 직접 만들어보고 체험해 보는 공간이다. 화폐 네컷 사진촬영, 압인 책갈피 만들기 등은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특별전시실은 지역 예술인들에게 무료 전시공간을 제공해 지금까지 170회가 넘는 전시가 열렸고, 지역 문화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화폐박물관은 단순한 전시공간을 넘어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어린이와 장애인을 위한 ‘화폐경제교육’, 자유학기제를 지원하기 위한 ‘진로직업특강’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풍성한 방학행사와 인형극 공연, 버스킹 등 다채로운 행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2015년과 2017년 교육부 장관 표창, 2024년 대한민국 경제교육대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매년 봄이면 지역민, 소상공인, 사회적기업과 함께 벚꽃 페스티벌도 열린다. 2024년에는 유성구 탄동천 일대를 중심으로 8개 기관(한국조폐공사, 유성구청, 국립중앙과학관, 국제지식재산연구원, 대전교육과학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협약을 맺고 스탬프투어, 공동 체험행사 등을 운영하며 문화 교류를 확장하고 있다.

황금 돈볼펜. 조폐공사 제공


내달 31일까지 개최될 예정인 특별기획전 ‘화폐의 새로운 변신(feat. 화폐굿즈)’도 눈에 띈다. 지폐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해 만든 친환경 굿즈들을 전시하고 있다. 현재 판매중인 ‘돈볼펜’을 시작으로 ‘돈키링’, ‘돈방석’ 등 다양한 시제품이 관람객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새로운 화폐 문화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인 ‘황금 돈볼펜’ 쇼케이스는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은 앞으로도 우리 화폐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며,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신개념 문화공간으로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다.

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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