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물 밖으로 뛰어오르듯…건축과 자연이 만든 경이로움 ‘디아크문화관’

김봉아 2025. 7.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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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난 건축] (3) 대구 ‘디아크문화관’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합수머리에 자리
물수제비 혹은 도자기 표현한 타원형 건물
이집트의 세계적인 건축가 하니 라시드 설계
물과 자연의 순환…강의 문화를 테마로 구성
거대한 물방울 속으로 들어온 듯한 내부 구조
500명 ‘그리팅맨’ 조각·13m 미디어월 ‘눈길’
신소재로 만든 외관, 볼록볼록 입체감 돋보여
유려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디아크문화관. 세계적인 건축가 하니 라시드가 설계했다.

네모반듯한 세상에서 일탈을 시도하는 건축을 만나면 반갑다. 이색적인 공간을 이리저리 톺아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자극과 색다른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건물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 넓고 푸른 강가에 살포시 내려앉은 우주선 같은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대구의 ‘디아크문화관’으로, 물이 그리운 이 계절에 찾아가볼 만한 곳이다.

디아크문화관은 경북 고령과 접하는 대구의 서쪽,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에 있다. 강원 태백에서 발원해 내려온 낙동강과 경북 포항에서 발원해 대구 시내를 가로질러온 금호강이 만나는 브이(V)자 모양의 합수머리에 자리한다.

디아크문화관은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합수머리에 있어 강변 풍경이 한눈에 보인다.

디아크문화관 주변으로는 탁 트인 광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주차장에 도착하면 광장 가운데 있는 푸른 언덕에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보인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타원형 물체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점 커지며 시야를 압도한다. 거대한 조각작품 같은 이 건물이 바로 디아크문화관이다. 유려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건물은 ‘강 표면을 가로지르는 물수제비’ ‘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물고기’ ‘한국 도자기 모양의 전통적인 우아함’을 표현했다고 한다. 디아크(The ARC)는 ‘Architecture·Artistry of River Culture’의 약자로 ‘강문화의 모든 것을 담는 우아하고 기하학적인 건축예술품’이란 뜻이다.

이곳은 2012년 한국수자원공사가 낙동강에 강정고령보를 건설하면서 만든 강문화관이다. 이집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하니 라시드가 설계했으며, 2014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대구 12경에도 이름을 올려 연간 30만명이 찾는다.

천장이 높은 중앙홀과 나선형으로 이어진 통로가 독특한 내부 구조. 물을 표현한 미디어월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

건물은 내부 구조도 독특하다. 물을 상징하는 파란색과 흰색으로 된 둥근 공간에 서면, 마치 거대한 물방울 속에 들어온 것 같다. 건축가가 말한 ‘경험’이 이런 것일까. 전시된 영상에서 하니 라시드는 “물의 힘과 물의 아름다움, 물의 정신을 공간에 구현한 것”이라며 “물속에 자신을 내려놓는 강렬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앙홀의 둥근 벽에 설치된 ‘그리팅맨’ 조각. 화해·존중의 의미가 담겨 있다.

입구에서 이어지는 지하 1층에는 강문화전시실과 중앙홀이 있다. 음악·문학·미술 등 강과 관련된 5가지 테마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강문화전시실을 지나 중앙홀에 들어서면 500명의 ‘그리팅맨(Greeting Man)’들이 환영 인사를 한다. 둥근 벽에 도열한 파란색 그리팅맨 조각은 유영호 작가의 작품으로, 화해·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중앙홀 가운데에는 물과 자연의 순환을 표현한 13m 길이의 미디어월이 설치돼 있다.

강문화전시실 천장엔 자연 채광을 위한 구멍이 나 있다.

중앙홀에서 2층까지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지나 3층의 전망대에 섰다. 전망대는 시원한 바람 속에서 주변의 지형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필수 코스다. 동쪽으로는 금호강과 대구 달서구·달성군 시가지가, 서쪽으로는 강정고령보가 설치된 낙동강과 고령지역이 보인다. 남쪽으로는 합수머리의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하중도, 맹꽁이와 흑두루미가 사는 달성습지, 국내 최초로 피아노가 들어온 사문진나루터까지 질감이 조금씩 다른 초록 융단이 길게 깔려 있다. 훌륭한 건축을 완성하는 것은 어쩌면 그 공간이 담아내는 자연 아닐까.

전망대와 함께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 또 있다. 타원형 건물이 착지한 푸른 언덕 위쪽이다. 입구 옆의 길을 따라 언덕으로 오르면 바닥에 동그란 구멍이 보인다.

“바닥 아래 지하 1층에서 천장의 구멍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걸 볼 수 있어요. 맑은 날은 실내가 환하고 흐린 날은 어두워 ‘자연 무드등’이라고 할 수 있죠.”

건물 위쪽은 알루미늄 패널, 아래쪽은 볼록볼록한 입체감이 특징인 ETFE로 돼 있다. 대구=현진 프리랜서 기자

성혜선 디아크문화관 대리의 설명을 들으며 외관의 독특한 마감재도 가까이서 살펴본다. 건물의 위쪽은 알루미늄 패널, 아래쪽은 ETFE라는 신소재다. 공기가 주입돼 볼록볼록한 입체감이 특징인 ETFE는 물방울이 맺힌 것 같은 이미지를 표현한다.

마감재 안쪽은 어떤 구조일까? 직선으로 된 일반 건축과 달리 자유로운 곡선으로 이뤄진 건축을 ‘비정형 건축’이라 하는데, 보통 3차원 가공을 통해 철골로 외형을 만든 뒤 마감재를 붙인다. 비정형 건축은 다양한 모양을 구현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서울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대표적이며, 디아크문화관은 ‘대구의 DDP’로 불리기도 한다.

네모 세상에서 일탈한 건물을 요리조리 뜯어보며 몰입의 즐거움을 맛보는 사이 어느덧 해가 기울었다. 붉은빛이 강물에 온전히 잠길 즈음, 둥근 건물에 색색의 조명이 켜진다. 선선해진 강바람을 맞으며 걷고, 달리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든 작품 속에서 일상을 즐기는 모습이 평화롭기만 하다. 일탈을 위해 떠난 여행에서 꿈꾸는 것은 결국 다른 공간에 사는 타인의 일상이다. 일상의 모든 공간이 경이로운 일탈의 공간이 된다면 어떨까. 도돌이표 같은 답을 떠올리며 다시 네모 세상으로 돌아간다.

대구=김봉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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