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전시] 늦여름 감성 충전소, 열기를 식혀줄 문화 피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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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휴가보다 깊이 있는 8월의 문화 충전, 취향과 철학과 혁신이 교차하는 순간. 백남준의 마스터피스부터 우관중의 흑백 미학, 옥승철의 프로토타입까지 아우르는 예술의 향연.
<취향가옥 2: Art in Life, Life in Art 2>
디뮤지엄이 2026년 2월 22일까지 성수동에서 개최하는 대규모 아트&라이프 전시다. 2024년 큰 호응을 얻은 시즌 1을 뛰어넘는 압도적 규모로, 대림문화재단 초호화 소장품과 일반에 최초 공개되는 개인 컬렉터들 프라이빗 컬렉션까지 총 800여 점을 선보인다.

백남준 대표작 '사과나무'와 '즐거운 인디언'이 5년여 만에 동시 공개되는 가운데, 이우환, 로이 리히텐슈타인, 김창열 등 세계적 거장들 마스터피스가 '집'이라는 친숙한 공간에서 새로운 맥락으로 재탄생한다. 전시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세 개 하우스로 구성되어 층별로 서로 다른 감성 여행을 제안한다.
M2층 스플릿 하우스에서는 김창열의 투명한 물방울과 이우환의 철학적 추상화가 모카 무스 톤의 따뜻한 공간에서 편안한 클래식함을 선사한다. 파블로 피카소 도자 작품과 권영우, 이봉열, 최선희의 정제된 조형미까지 더해져 마스터피스들만의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M3층 테라스 하우스는 정반대 매력을 발산한다. 하종현의 절제된 단색화와 올라퍼 엘리아슨의 빛 작업, 김영택의 섬세한 펜화가 모노톤의 고요한 공간에서 정제된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소란한 일상 속에서 내면을 정돈하고 균형을 유지하려는 현대인들에게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M4층 듀플렉스 하우스에서는 과감한 색채 향연이 펼쳐진다. 백남준의 기술과 예술 경계를 허무는 대형 작품을 시작으로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사라 모리스, 그리고 박미나의 화려한 회화가 레트로 퓨처 스타일의 다이내믹한 풍경을 연출한다.
각 하우스 사이사이 마련된 컬렉터스 스팟에서는 이번 전시 특별함이 절정에 달한다. 카우스와 무라카미 다카시 희귀 수집품부터 희소가치 높은 빈티지 미니카, 넥타이, 레트로 서핑보드까지 총 600여 점에 달하는 개인 컬렉터들 프라이빗 소장품이 일반에 최초로 공개된다. 타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이 비밀스러운 컬렉션들은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새롭게 생각해보게 만드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기간: ~2026년 2월 22일 장소: 디뮤지엄(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83-21) 관람료: 성인 1만 2000원, 청소년 6000원
<우관중: 흑과 백 사이>
"국제 현대미술 전시에 중국 작품 두 점을 선정해야 한다면, 나는 칠흑색 옻칠 패널과 순수한 흰색 선지 한 장을 선택할 것입니다." 우관중((吳冠中, 1919-2010) 자신의 말처럼, 그의 예술 세계는 흑과 백이라는 극단의 색채 사이에서 무한한 감정과 상상력을 펼쳐낸다.

1940년대 프랑스 유학 후 평생을 중국과 서양 미학의 통합에 바친 우관중 작품 17점이 홍콩예술관 소장품으로 한국에서 처음 공개된다. 생존 당시 대영박물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최초 중국 작가이자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거장의 독창적 시각 언어를 직접 만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다. 우관중 작품 '저우좡(周莊)'은 2016년 4월 홍콩 미술품 경매장에서 350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
전시는 백에서 회색, 그리고 흑으로 이어지는 색채 여정으로 구성된다. Section 1 백에서는 대표작 '두 마리 제비'와 '강남 회상'을 통해 순수한 흰 화선지 위에 펼쳐지는 동양적 서정을 만난다. 몬드리안 기하학적 구조에 동양 주택에 내려앉는 제비의 스릴을 더한 독창적 조형미가 인상적이다.
Section 2 회색은 중국 강남 지역 은회색 톤이 자아내는 시적 분위기를 보여준다. "바람에 흔들리는 유연한 버드나무 가지는 녹색 기운으로 맞이합니다"라는 작가 말처럼 이른 봄의 덧없는 순간을 포착한 섬세한 붓놀림이 돋보인다.
Section 3 흑에서는 '여주 고향'과 '둥지' 등 인생 깊이를 담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여주는 가장 쓴맛을 완전히 맛보았기 때문에 쓰지 않습니다"라는 철학적 성찰이 담긴 화면에서 운명에 대한 작가 사유를 엿볼 수 있다. Section 4에서는 우관중과 현대 작가 장한겸의 협업작 감성의 연못 서울 판이 인터랙티브 몰입형 설치로 선보여 20세기 거장 정신이 21세기 디지털 아트와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제시한다.
기간: 7월 25일 ~ 10월 19일 장소: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제3전시실 관람료: 무료
<옥승철: 프로토타입 PROTOTYPE>
롯데뮤지엄이 디지털 이미지 환경에서 감각의 새로운 구성을 탐색해 온 작가 옥승철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미지가 더 이상 고정된 '원본'으로 작동하지 않는 시대, 복제와 변형, 유통과 삭제를 반복하며 파생되는 디지털 감각 구조를 회화와 입체 작업 80여 점으로 시각화하는 작가 첫 대규모 개인전이다.

옥승철에게 회화는 단순한 재현 장르가 아니다. 그것은 불안정하고 미결정적인 상태를 구성하는 장이다. 만화, 광고, 게임, 영화에서 수집한 인물들을 재조합해 만든 디지털 이미지를 캔버스로 옮기는 그의 작업 방식은 오늘날 시각 문화 핵심을 관통한다.
그의 초상화 속 인물들은 특정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국적이나 성별이 불분명한 이들은 반복과 중첩, 소거와 재등장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변주된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 이미지들이 유사성과 차이의 연속 속에서 분기해 나가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트로피나 두상 같은 상징적 형태로 제작된 입체 조형들 역시 이러한 이미지 작동 구조를 따른다.
'프로토타입'은 본래 반복될 무언가 첫 형상을 뜻하지만, 옥승철에게 그것은 완결된 원형이 아니라 끝없이 변화하는 열린 체계에 가깝다. 2018년 첫 개인전 UN ORIGINAL부터 아트선재센터, 파르코 뮤지엄 도쿄까지 이어온 그의 작업은 디지털 환경에서 '원본' 개념이 어떻게 희미해졌는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구신작 80여 점은 복제와 변형 흐름 속에서 끝없이 '되어가는' 감각 상태로 제시된다.
기간: 2025년 8월 15일~10월 26일 장소: 롯데뮤지엄 (롯데월드타워 7층) 관람료: 9000원~2만 원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스웨덴 출신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1862-1944)의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이 개최된다. 회화, 드로잉, 영상, 아카이브 자료 등 14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미술사에서 오랫동안 묻혀있던 여성 추상화가의 혁신적 예술 세계를 재조명하는 뜻깊은 기회다.

힐마 아프 클린트는 칸딘스키(1866-1944)나 말레비치(1879-1935)보다 앞서 추상 미술에 도달한 진정한 선구자였다. 1880년대부터 전통적인 풍경화와 초상화를 그리던 그는 1906년부터 완전히 새로운 시각 언어를 개발해나갔다. 영성과 과학, 신지학과 인지학이 만나 탄생한 그의 추상화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독창적 작업이었다.
전시는 힐마 아프 클린트의 예술적 여정을 따라 구성된다. 혼적의 직조 연작에서는 작가의 스톡홀름 작업실에서 벽면을 가득 메운 작품들의 모습을 재현한다. 정신과 물질, 남성과 여성, 선과 악 같은 이원론적 대립을 화면에 직조해낸 이 시기 작품들은 그의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세계 연작에서는 원형과 나선, 기하학적 패턴들이 만드는 신비로운 우주를 만난다. 과학적 탐구와 영적 직관이 결합된 이 작품들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추상 언어로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차원을 시각화했다. 특히 그가 직접 개발한 상징 체계와 색채 이론은 20세기 추상미술사를 새롭게 쓰게 만드는 혁신이었다.
이번 전시는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 이어 서울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부산을 찾는 특별한 여정을 택했다. 관람료는 성인 기준 1만 원으로, 도쿄 전시(2300엔) 절반 이하 수준이다. 휴가 시즌 부산을 찾을 일이 있다면, 들러 봐도 좋을 전시다.
기간: ~10월 26일 장소: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실 5(2층) 관람료: 성인 1만 원
<이명진: Moonlight>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이명진 작가 개인전이 개최된다. 경기도와 파주시가 지원하는 2025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신작을 포함한 회화 작품 60여 점을 통해 개인의 순간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작가 작업 세계를 폭넓게 조망한다.

조선 세종 찬불가 '월인천강지곡'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 제목처럼, 이명진은 '하나의 달이 천 개의 강물에 비친다'는 시적 상상을 통해 익명 이미지들 속에 포개진 개인 서사를 조용히 비춰낸다. 소셜미디어에 남겨진 흔적과 실제 장소의 기념사진들을 수집하고 재구성해, 타인의 기억과 감정 너머에 놓인 우리 자신의 감각을 마주하게 만든다.
전시는 두 가지 방향 작업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SNS 플랫폼 '스레드'에 남겨진 익명 고백에서 출발한 회화 연작이다. 작가는 디지털 공간에 조용히 포개지는 기억과 고백들을 회화 재료로 삼아, 흐릿한 형상과 타인 이야기가 얽힌 감정 잔상을 부유하게 만든다.
두 번째는 정방폭포를 배경으로 한 'Moonlight-Waterfalls' 연작으로,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서로 다른 인물들 기념사진을 중첩해 구성한다. 각기 다른 시간 인물들을 하나씩 옮겨와 포개지는 저마다 순간을 드러내며, 반복된 기억들이 쌓여 만들어낸 시간의 결을 보여준다. 이명진 회화는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자세히 들여다봐야 비로소 인물과 이야기가 드러난다.
기간: ~9월 16일 장소: 아트센터 화이트블럭(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2) 관람료: 3000원 (카페 이용 시 무료)
김태현 기자 toyo@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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