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 염소 탓 - 성명진

정훈탁 2025. 7. 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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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염소 탓

       성명진

할아버지가 염소에 이끌려 갑니다. 
할머니와 다투고 나온 터라
집에 그냥 들어가기 멋쩍은
할아버지입니다. 
​염소 목에 매인 줄을 당겨
염소를 말려보기도 하지만
할아버지는 못 이긴 척 이끌려 갑니다. 
​"그만 끌어, 이것아."
할머니가 듣게 큰 소리로
염소를 탓하면서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왜 시를 읽냐고 물으면 '염소 탓'이라고 해야겠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염소가 나란히 있는 영상 하나가 재생된다. 이 시를 읽는 사람은 누구라도 같은 영상을 보게 된다. 부부 사이에 다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아마도 피식 웃으며 무릎을 탁 칠 것이다. 마누라와 나, 염소 대신 아들 녀석의 오버랩으로 간만에 공감의 극치를 맛본다. 특히 화해의 매개체로 염소를 등장시킨 것이 압권이다. 시골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 엄마 눈치를 보며 애꿎은 염소 탓을 하며 집으로 들어오던 아버지의 모습이 추억처럼 지나간다.

정훈탁 / 광주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