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비처럼 울고 싶어"...기록적 폭우에 전남 과일 농가 '울상'

박승환 2025. 7. 1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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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 누적 500㎜ 달하는 폭우에
올해 과일 제대로 생육 될지 걱정
“농작물 보험·배수로 폭 등 개선해야”
19일 오후 나주시 금천면 오강리 신현주(63)씨의 농가. 신씨가 사흘간 내린 폭우 당시 자신의 배 나무가 얼마만큼 잠겼었는지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장마가 끝났다고 해서 비가 안 오면 어떡하나 걱정했었는데 며칠 사이 이렇게 쏟아부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비가 더 내린다고 하는데 하늘이 야속합니다."

전남지역에 사흘째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며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농가들은 한 해 농사가 폭우로 물거품이 됐다며 농작물 재해보험 개선을 비롯해 피해 최소화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나주시 금천면 오강리에서 배 농가를 운영 중인 신현주(63)씨의 나무가 폭우로 인해 빗물에 잠긴 모습. 신씨 제공

19일 오후 나주시 금천면 오강리에서 배 농가를 운영 중인 신현주(63)씨는 비에 흠뻑 젖은 배 봉지를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이곳에서 28년째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신씨는 배가 올해 제대로 생육이 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 번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져서다. 신씨가 농가를 운영 중인 나주시는 지난 17일부터 전남지역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린 곳 중 한 곳이다.

낙과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신씨가 땀과 정성으로 키운 나무가 물에 완전히 잠겨 썩을 처지에 놓였다.

신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마가 끝났다고 해서 나무에 물을 주고 있었다"며 "비가 적당히 내려야 하는데 농가 전체가 바다가 될 정도로 잠길 만큼 쏟아져 버리니 착잡하다. 나무가 물을 많이 먹게 되면 뿌리가 썩어 열매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해가 뜨고 땅이 말라야 농약을 치든 말든 어떻게든 해볼 텐데 비가 계속 내리니 걱정이다"며 "농사가 제일 어렵다.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농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현실적인 대책을 생각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신씨는 "농작물 재해보험이 있긴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농가 전체 면적에서 실제 농사를 짓고 있는 부분만 피해를 계산해서다"며 "나무도 완전히 죽어야 보상을 해준다. 지금처럼 나무가 물에 잠겨 올해 배의 상태가 어떨지 장담도 못 하는 상태임에도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없다"고 하소연했다.

끝으로 "이상기후로 인해 갈수록 집중호우가 빈번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에서 상습 침수 지역의 농가에 대해서는 현황을 파악해 배수로 폭을 넓혀주는 등 특별히 신경 써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난 17일 오전 12시부터 이날 오후 7시까지 전남지역 누적 강수량은 광양 백운산 593.5㎜, 담양 봉산 516㎜, 나주 502㎜, 구례 성삼재 481.5㎜, 신안 자은도 477.5㎜, 화순 백아면 477㎜, 무안 해제면 457.5㎜, 순천 황전면 452.5㎜ 등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전남도에 집계된 농작물 침수 피해는 총 6천500㏊로 축구장 9천280여개 면적에 달한다. 이와 관련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이날 도청 재난종합상황실에서 호우 피해 및 응급 복구 점검 회의를 열고 "도민들의 빠른 일상 회복을 위해 소소한 피해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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