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5개월 만에 폐기? AIDT, 지금은 검증과 개선이 필요한 시점

정래연 2025. 7. 1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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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지털교과서(AIDT)의 법적 지위를 ‘교육자료’로 낮추려는 법안이 정치권에서 추진되면서 교육 현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깊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식 도입된 지 불과 5개월밖에 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검증 기회도 없이 이미 획득한 법적 지위를 사후에 박탈하려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그 핵심에는 AIDT가 민간 발행사가 자체 기준으로 개발한 서비스가 아니라, 국가가 제시한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통과한 교과서라는 점이다.

“국가공인시험을 통해 획득한 자격을 사후에 박탈하겠다고 한다면, 납득할 수 있겠는가”

현재 수학, 영어, 정보 과목을 중심으로 2024년 3월부터 중학교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일부 혼선 속에서도 약 30%의 학교에서 이미 도입해 활용 중이다.

이 교과서는 서책형 교과서에 기반하여 교육과정 전문가, 현직 교사, AI 기술자들이 협업해 설계했으며, 교육적 타당성, 콘텐츠의 적절성, AI 추천 기능의 신뢰도, 오류 가능성 등도 다층적으로 검토되었다. 심사기관 평가에서도 검정 교과서 수준의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DT를 단순 ‘교육자료’로 격하하겠다는 주장은 마치 국가공인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의 자격은 취소됐다”고 통보하는 것과 같다. 제도적 절차를 거쳐 검증된 시스템을 행정적 판단으로 뒤엎는 것에 대한 반발은 당연하다.

한 교육정책 전문가는 “이런 식의 결정은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단지 정책 실행의 혼선을 이유로 시스템 자체를 격하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적 지위가 약화되면, 오히려 검증과 개선 자체가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이 특히 우려하는 점은, 법적 지위가 낮아질 경우 AIDT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개선하는 구조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AIDT는 ‘AI디지털교과서’라는 명칭 아래 국가 교육과정과 정합성을 맞춰 개발되었고, 예산·연구·정책이 통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단순 ‘자료’로 분류하면, 검정 기준, 표준화 시스템, 효과 분석 체계 등에서 이탈하게 된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C 교수는 “AIDT가 교과서가 아닌 ‘자료’로 규정되면, 학교마다 사용 방식이 달라지고 교육 효과 측정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결국 제대로 실험도, 개선도 하지 못한 채 기술만 남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적으로 ‘교과서’의 지위를 벗어나면, 향후 정책적 투자나 연구 개발 역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발전의 가능성까지 스스로 닫아버리는 셈이다.

“효과가 없다”는 말, 아직 검증도 끝나지 않았다

AIDT는 아직 검증이 진행 중인 시스템이다. 교육부는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시범 운영 결과를 분석하고, 종합 평가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지금은 성급한 결론을 내릴 때가 아니라,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엇을 개선하고 어떻게 발전시킬지 논의할 시점이다.

일선 교사들 역시 AIDT의 가능성을 체감하고 있다. “AI 기반 피드백 기능 덕분에 학생의 이해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수업이 훨씬 유연해졌다”는 평가나, “학생들이 점차 AI를 학습 도우미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러한 교육 현장의 변화는 수치가 아니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법적 지위가 ‘교과서’에서 ‘자료’로 바뀌는 순간, 제도적 일관성과 활용 기반은 약화되고, 효과 검증은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

폐기할 대상이 아니다. 다듬고 키워야 할 미래다

AI 디지털교과서는 단순한 IT 기술의 적용이 아니다. 개별화 학습, 학생 주도 학습, 공교육 내 학습 격차 해소라는 미래 교육의 핵심 과제를 실현할 전략적 도구다. 지금의 일부 혼선은 실행 과정의 문제일 뿐, 기술이나 시스템 자체의 결함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

AIDT는 검정 기준을 통과한, 자격을 갖춘 시스템이다. 우리는 지금, 그 시스템에 개선과 발전의 기회를 줄 것인지, 검증조차 끝나기 전에 가능성을 닫아버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정래연 기자 fodus020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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