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도 해제 안 됐는데 왜 철거부터”… 파주 연풍리 주민들, 용주골 무리한 공권력 투입에 반발
파주시가 용주골 성매매집결지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단행(3월14일자 10면 보도 등)한 지 2년째 접어든 가운데, 지역 주민들이 처음으로 시의 일방적인 철거 방식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공공에서 행정력과 예산을 투입하지 않아도 이미 스스로 재개발을 준비하며 자연스러운 정비 흐름을 밟아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동인구도 적은 구도심 지역에 무리하게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자생적인 정비 흐름마저 끊고, 건물주·종사자 간 갈등과 예산·행정력 낭비라는 부작용만 남겼다는 비판이다.
이와 반대로 파주시는 해당 지역은 성매매와 불법건축물이 혼재된 불법 공간으로, 자발적 정비 흐름이 없었고 여전히 다수 업소가 운영 중이던 상황이었기에 행정개입은 필수불가결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우리가 먼저 나섰다”… 주민 주도 정비 흐름, 행정이 끊었다?

지난 17일 파주시 연풍리 일원에서 열린 주민 기자회견에서 지역 주민들은 “파주시청이 나서기 전부터 우리가 먼저 도시 정비를 위해 경기도청에 ‘1종→2종’ 지구 변경을 요청하고, 재개발 추진을 위해 애써왔던 사실을 파주시가 외면하고 있다”며 “행정은 주민들의 뜻과 과정을 무시한 채 강제 폐쇄만을 앞세우고 있다”고 반발했다.
해당 지역은 지난 2015년 8월 ‘파주 I-3구역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주민들의 자발적인 정비 움직임이 존재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당시 40만명에 못 미치던 파주시 인구 상황에서 경기도청을 수차례 방문하며 1종 일반주거지역을 2종으로 상향시켰고, 이후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거쳐 정비구역 지정(2017년 12월)까지 이끌어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사업은 2021년 시공사 선정 이후에도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악화되며 장기 표류했고, 조합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법정 기한인 2024년 12월27일까지 신청하지 않았다. 이에 파주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0조 제1항에 따라 지난 3월17일 정비구역 해제를 고시했다.
이후 기존의 민간 주도 정비 흐름과 무관하게 파주시에서는 이른바 ‘건물 매입 후 철거’ 등 기존보다 대범한 정책 추진이 시작됐는데, 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 없이 행정대집행이 단행됐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행정대집행 뒤엉킨 ‘민·관’ 갈등… 건물주-종사자 마찰도

행정대집행이 본격화 된 이후에는 성매매업소 종사자와 건물주, 그리고 행정 주체인 파주시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성노동자 등 종사자들은 생업 기반을 잃은 채 갑작스러운 퇴거 압박에 내몰렸고, 반면 일부 건물주들은 시의 매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세입자들을 내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마찰이 발생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성노동자 별이(활동명)씨는 “재개발 소문이 돌고 플래카드도 붙었기에 당장 철거가 이뤄지지는 않겠다고 생각했고, 유예기간이 있겠구나 싶었다”며 “그 기간 동안 다른 일을 준비하며 조용히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행정대집행이 시작되면서 아무런 준비도 못 하고 생계까지 막히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건물주가 시에 건물을 팔아넘기기 위해 세입자인 우리를 내보내려 하고 있다. 오랜 기간 거주하던 ‘집’이기에 내 돈으로 주방 공사까지 하며 생활해 왔지만, 정작 건물주는 불법건축물만 철거하고 생활공간은 방치한 채 권리금 없이 보증금만 줄테니 나가라고만 한다”며 “결국 행정대집행이 건물주에게 보상을 열어주는 수단이 되고, 세입자에게는 퇴거 압박과 생계단절로 돌아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은 종사자뿐 아니라 오랜 기간 터를 잡고 생계를 유지해온 인근 상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곳에서 20여년간 마트를 운영해온 최모(67)씨는 “용주골 행정대집행이 시작되면서 손님이 끊겼다. 주변 가게들도 하나둘 문을 닫았고, 우리 가게도 이번 달 결국 영업을 접게 됐다”며 “급하게 용주골 폐쇄가 추진되면서 벌어진 문제인데,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민간사업에 공권력 투입?… 예산 낭비·정책 혼선 논란

앞서 파주시는 성매매 근절과 도시환경 개선을 위한 정당한 행정 절차라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현재도 일부 구역에 대해 행정대집행 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재개발이 해제되기도 전부터 공권력을 투입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주민들은 부당함을 표출한다. 특히 공공개발이 아닌 민간 재개발로 지정된 지역에 예산과 인력을 들여 선제 행정대집행을 강행한 데 대해 정책 방향성과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연풍리에서 나고 자랐다는 연풍리주민활성화대책위원장 박모(66)씨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앞두고도 우리가 설계자나 시행사,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 의견을 묻고 주민 스스로 준비해왔던 과정이 있었다”며 “그런데도 파주시는 주민 공청회 없이 일방적으로 정비구역을 해제하고 철거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파주시 측은 “재개발 정비사업 진행 여부와 관련 없이 성매매집결지 내 불법건축물에 대해 건축법에 따른 행정조치 및 행정대집행을 시행할 수 있다. 관련 법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걸쳐 성매매집결지 내 불법으로 개축하거나 증축한 위반건축물에 한해서 행정대집행을 추진해 왔다”며 “2023년 대집행 이후 약 50%에 해당하는 40개 위반건축물을 건축주 스스로 정비했다”고 전했다.
이어 “경기도에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요청한 사실은 없으며, 특히 파주시가 2023년 1월 ‘파주시 성매매집결지 정비계획’을 시작하기 직전인 2022년 12월 말에도 성매매집결지 내에서 약 74개 성매매업소가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 등 자발적 퇴거 양상이 보이지 않았기에 불법건축물에 한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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