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난 그릇 정성스레 이었더니…애틋한 추억의 파편들이 꽉 붙었네[수리하는 생활]

모호연 2025. 7. 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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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적으로 깨진 그릇은 불길한 기운을 끌어들인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쓰레기 수집가는 깨진 그릇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산산조각이 나면 도리가 없지만, 운명적으로 아름답게 동강이 난 찻잔이나 그릇은 나만의 ‘수리 가능 목록’에 탑재되어 보관 상자에 들어간다.

출토된 유물과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그릇 수리를 해왔음을 알 수 있다. 기원전 4000년경으로 추정되는 갈머리 유적(전북 진안)에서는 수리 복원을 위해 구멍이 뚫린 토기들이 발굴되었고, 평택 대추리 유적에서 출토된 대형 옹(甕)의 파편에서는 접착제로 옻칠을 사용한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양필승·서정호, ‘도자기 수리복원 방법의 변천과정에 관한 고찰’ 중에서). 고려시대부터 조선 초기에는 금속재로 도자기의 입 부분을 덮어 견고하게 수리했고, 이는 세종실록에도 남아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그릇 수리 문화는 전승되지 못했기에, 오늘날 대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은 일본의 긴쓰기(금잇기)와 중국의 쥐츠(거멀못잇기) 기법이다.

지난봄, 수리상점 곰손에서 긴쓰기 수업을 들었다. 인기가 많아 예약이 어려운 수업이었다. 사람들이 가져온 그릇들은 평범해 보였지만, 그릇에 얽힌 추억은 애틋했다. 자취를 처음 시작하며 산 접시, 여행지에서 산 찻주전자, 직접 그림을 그려 만든 머그잔…. 사연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희망으로 밝았다.

내가 가져간 것은 굽이 있는 종 모양의 물컵이었다. 흰 바탕에 옅은 옥색 배치, 우아한 난초가 그려진 컵은 1990년대에 생산된 한국도자기 오키드 세트의 일부다. 수리에 진심인 자의 지론은 이렇다. 중고로 1000원에 산 컵이라도 몇만원을 들여 수리하면 컵의 가치가 수리비만큼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니 비용이 들어도 안 고칠 이유가 없다.

3시간을 넘겨 진행된 수업은 조금 벅찼다. 줄이나 사포같이 익숙한 도구를 사용할 때는 수월하게 느껴졌지만, 쪼개진 조각을 붙이고 경계선을 따라 칠하는 것은 힘들었다. 둔한 손으로 세필붓을 쥐고 가는 선을 그으려니 떨리는 손만큼 심장이 덜컹거렸다. 사이사이 숨을 참으며 흔들림을 가라앉혔다. ‘역시 붓질은 내 소관이 아니야’ 비관하면서도 ‘완성만 하자’는 마음으로 과정을 따라갔다.

마지막으로 칠 위에 금속분(粉)을 바르는 시간. 컵이 쿨톤이라 금분이 아닌 주석분(금색과 은색의 중간색)으로 마무리했다. 옻을 사용한 접착은 25도에서 28도 전후의 온도, 80% 이상의 습도에서 잘 붙는다는데, 꾸준히 관리할 자신이 없어 그나마 습한 욕실에 두고 가끔 선생님의 조언을 떠올렸다. “한 계절이 지난 다음 쓰세요.”

마침내 한여름이다. 온도도 습도도 알맞게 지켜주지 못했지만, 고맙게도 새는 곳 없이 잘 붙었다. 오늘은 냉침한 재스민차를 담고 얼음을 동동 띄웠다. 입술에 닿는 입구가 얇아 촉감이 좋고, 입구가 넓으니 기울일 때마다 향이 풍성하게 밀려든다. 역시 좋은 컵이다. 옻이 잘 붙는 여름이 가기 전에 그릇 수리를 하러 다시 곰손에 가야겠다. 이번에는 주황 꽃무늬가 예쁜, 밀크 글래스 접시를 들고.

▲모호연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 일상 속 자원순환의 방법을 연구하며, 우산수리팀 ‘호우호우’에서 우산을 고친다. 책 <반려물건> <반려공구>를 썼다.

모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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