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카페' 접근 못하는 '육아 아빠'···남성 위한 육아 정보는 어디 있나
아빠들, 육아 정보 찾기 힘들어 고민 커
정부가 '아빠 육아 커뮤니티' 만들기도
'남성 육아 정보 활성화' 성평등의 기반
"아빠도 아이의 모든 순간 함께하고파"
편집자주
한국일보 기자들이 직접 여러 사회 문제와 주변의 이야기를 젠더적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젠더, 공간, 권력' 등을 쓴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의 글도 기고로 함께 합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이 30%를 돌파(31.6%)했습니다. 여성이 겪는 독박육아와 경력단절의 두려움을, 자상한 남편들이 나눠 짊어지고 함께 성장하는 가정이 늘었다는 뜻이죠.
그러나 '육아 고수'이고 싶은 남성들에겐 어려움이 있어요. 바로 남성들이 접근할 수 있는 육아 정보 부족 때문인데요. 13년차 대기업 과장, 최두수(41)씨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맘카페 정보 접근할 수 없는 '육아 남성'
아내에게 "뭐 준비해야 해?"라고 묻지 않고, 직접 육아의 기획자가 되고 싶은 두수씨. 아내들이 원하는 남편이기도 하죠.올해 3월육아휴직을 시작하기 전, 두수씨는 육아 정보를 검색하다가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보여 클릭하면, 남성들은 가입하기 어려운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라 읽을 수 없었습니다. 아내와 달리 육아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친구나 동료들도 많지 않았습니다.

육아 휴직 전 '기저귀, 수유, 키즈카페' 정도로만 생각했던 육아의 일상은 상상했던 것과 무척 달랐죠. 유튜브와 책으로 기초 지식을 익혔지만 자신감은 금세 무너졌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아빠 인플루언서'들이 올린 글들은 팔로워 확보용이거나 상품 홍보용 등 철저한 팩트체크가 필요한 단순 짜깁기 자료가 많았어요.
하지만 맘카페가 남성 가입 불가인 것을 탓할 수만도 없습니다. 남성 가입이 가능했던 때, 일부 남성들이 맘카페에서 여성이나 아이들의 외모를 품평하거나 심각한 성희롱 메시지를 보내는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부 남성들 때문에 선량한 많은 육아 남성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현실이지요. 당장은 '맘카페'가 '부모카페'가 되긴 쉽지 않아 보여요.
육아정보 원하는 아빠들, 정부가 커뮤니티 만들기도
그런 두수씨에게 한 줄기 빛이 됐던 것은 '아빠 육아 커뮤니티'였습니다. 실제 경험과 효과가 검증된 팁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보건복지부가 만들었네요. 수요는 있지만 공급이 없어 문제라면, 당연히 정부가 시작을 주도하는 건 칭찬해야겠지요.
복지부가 주관하고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운영하는 100인의 아빠단은 3~8세 아이들을 둔 아빠들을 대상으로 2019년부터 매년 4월쯤 신청을 받아 전국 17개 시·도 지역별 약 100명씩 선착순으로 선발하는데, 인기가 많다 보니 인천아빠육아천사단처럼 지역별 자조모임이 추가로 생기기도 합니다. 온라인 공간(https://cafe.naver.com/100papa)엔 누구나 가입해 정보와 고민을 나눌 수 있습니다. 아빠들의 고민 공유, 매주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미션'과 체험활동 기회도 주어집니다.

다만 예산상 한계로, 규모가 작고 '동네 맘카페'처럼 인근 소아과나 어린이집 등 '동네 정보'는 얻기 어렵고, 0~2세와 9세 이상 아이를 둔 아빠들은 참여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요. '육아 남성'을 위한 정보 커뮤니티들이 하루빨리 활성화되는 게, 실용적인 면을 넘어 성평등까지 나아가는 기반이 아닐까요.
'육아 남성'에 "엄마는 어디?" 묻지 마세요
두수씨는 육아휴직 중에 오늘이 월요일인지 금요일인지조차 모르고 아이 기저귀를 갈다, 문득 '나만 멈춰 있는 것 같다'는 불안감을 느끼곤 했다고 해요. 동료들 카톡방에 승진·업무 대화가 올라오면 불안은 커졌습니다.
"13년간 대기업 과장 최두수로 살았는데, 갑자기 그 타이틀이 사라지니 '나는 누구인가' 같은 사춘기 같은 물음표가 생겼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노동'처럼 느껴지던 순간도 있었고, 아내에게 인정받지 못했을 때는 스스로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두수씨가 유아차를 밀고 잠시 바람이라도 쐬러 나갈라치면, "엄마는 어디 가셨니?" "어머 아빠가 육아휴직 중이신가 봐요" "아빠가 왜 이 시간에?"라는 등의 말과 시선이 쏟아졌습니다.
"이런 말에는 아빠의 육아를 '도움'이나 '특별한 호의' 정도로 여기는 인식이 여전히 깔려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시선은 아빠들이 육아를 결심하고 참여하는데 큰 허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백수인 남자가 애를 본다'거나 '남자가 돈을 벌어야지'라는 편견에도 '육아보다 경제활동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게 아닐까요."
100인의 아빠단에서 '멘토아빠'로 활동 중인 권용현(43)씨는 "아빠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사회적인 시선이나 심리적인 요인들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어 "아빠단 활동 등을 통해 아빠들과 고민을 나누고, 함께 자조 모임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줄이고 자신감을 얻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이가 자라는 모든 순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아빠 육아에 진심인 이들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100인의 아빠단 멘토아빠 이재민(43)씨는 "저희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었어요. 저희 아이들은 어린 시절을 다르게 기억하게 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두수씨도 '워커 홀릭'에 가까운 사람이었고, '육아휴직 리스크' 리스트를 작성할 정도였지요. 그럼에도 육아휴직을 결심했던 건 아이가 태어나기 얼마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우리 아이가 나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곧 복직을 앞둔 두수씨는 자신의 육아휴직 경험과 육아 팁을 담은 전자책 '언젠가는 슬기로울 아빠 육아'를 발간했다고 해요.
두수씨는 예전의 자신처럼 고민이 깊을 '후배 아빠'들을 위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아이가 처음 아빠를 부르던 날, 처음 제 손을 잡고 걸음을 떼던 날, 처음 어린이집에 입학하던 날, 이앓이하며 잠을 설치던 날, 그 모든 순간들은 절대 돌아오지 않습니다. 엄마만 육아를 한다는 것은, 아빠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경이로운 순간을 놓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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