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20세기 클래식 음악 다시 흐를까
파시스트 정권의 탄압·냉전으로 힘 빠져
히틀러 ‘퇴폐 음악’으로 폄하 작곡가 탄압
전쟁 끝난 후에도 청중들의 외면 이어져
되살릴 해법으로 영화음악·게임 등 주목
“대중음악과의 대결 구도·편견 걷어내야”
전쟁과 음악/ 존 마우체리/ 이석호 옮김/ 에포크/ 2만5000원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도 탄압받은 작곡가들의 작품은 복원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냉전이 걸림돌이 됐다. 서방 세계는 미국의 주도로 음악의 ‘비(非)나치화’를 추진했고, 소련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로 ‘아방가르드’를 내세웠다. 표현의 자유를 표방한 아방가르드 음악은 국가와 평론가들의 비호를 받으며 새 시대의 음악으로 떠올랐고 곧 20세기 음악 그 자체가 되었다. 그러나 청중은 이를 외면했다. ‘새롭다’는 수식어 아래 등장한 많은 음악은 몹시 복잡하고 조성을 결여해 대부분의 사람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의 새로운 음악은 종종 혼란스럽고 소음이 가득했고, 극소수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지적 자극을 주었을지 몰라도 대중적 감상 측면에서는 멀어져 있었다.
폐기 처분된 음악과 청중이 외면한 음악 사이, 그 공백을 메운 것은 어떤 음악이었을까. 저자는 “대체물은 없었다”고 단언한다. 그는 이런 공백 탓에 오늘날 대중이 클래식 음악에서 멀어지게 됐다고 지적한다. 오케스트라들은 동시대 작곡가의 신작 대신 베토벤, 바흐, 모차르트의 고전 레퍼토리에만 의존하게 됐고, 오페라와 교향악 관객은 줄었으며, 운영 기관들은 재정적으로 점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그는 뉴욕 필하모닉이 20세기 마지막을 기념해 연 1999년 12월31일 콘서트에서 푸치니 오페라 아리아 두 곡을 제외하면 20세기 작품을 하나도 연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단적인 예로 제시한다.
그렇다면 현대 클래식 음악을 더욱 대중적이고 생명력 있는 예술로 되살릴 묘책은 없을까? 저자는 그 해답을 ‘잊힌 보물들’에서 찾는다. 그가 보기에 20세기의 위대한 유산은 영화음악과 뮤지컬, 게임 음악에 숨어 있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영화음악에 주목한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 유대인 맥스 스타이너가 영화 ‘킹콩’,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에서 선보인 스코어(악보)는 바그너가 ‘니벨룽의 반지’에서 보여준 작곡 기법이 미국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히틀러가 ‘퇴폐 음악가’로 낙인찍었던 할리우드 유성영화 1세대 작곡가들은 바그너의 라이트모티프 기법을 계승해 영화음악으로 클래식 음악의 ‘적통’이 됐다.
그럼에도 할리우드 영화음악에 몸담은 많은 작곡가의 음악은 ‘진짜’가 아니라는 이유로 클래식 음악계에서 잔혹하게 폄하되어 왔다. 영화음악은 작곡 기간이 짧고, 제작자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지며, 화면 위 시각적 요소에 종속된다는 등 이유에서다. 상업성이 지나치다거나, 콘서트홀에서 연주되도록 만들어진 음악이 아니며,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을 위한 것이라는 편견도 따라붙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대중음악과 진지한 음악을 대결 구도로 여기는 편견을 멈추고, 영화음악을 2등 시민처럼 여기는 상황을 거부하자”고 주장한다. 그는 또 무대 밖에서 잊힌 20세기의 레퍼토리를 위한 새로운 자리를 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에 마련하자고 호소한다.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20세기 음악사가 실은 정치와 이념에 의해 ‘허락된’ 이야기에 불과하며, 그 공백은 언제든 복원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가 이미 사랑하는 음악, 우리의 자연스러운 호기심이 이끄는 곳에 있는 미지의 음악을 죄책감 없이 당당히 받아들이는 일은 결국 우리를 이롭게 할 것이다.” 원제 The War on Music.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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