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시선이 낚은 낯선 풍경, 사진 한 컷으로 만나는 여행

서정민 2025. 7. 1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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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적 사진’ 작가 3인 전시회
‘여행’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계절이다. 혹여 지금 당장 도시를 떠날 수 없다면, 빛과 색감으로 새로운 회화적 사진을 추구해온 세 명의 사진가가 포착한 세상 풍경을 잠시 만나보자.

팬데믹 시기였던 2021년 ‘요시고 사진전 : 따뜻한 휴일의 기록’으로 국내 첫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친 스페인 출신 사진작가 요시고(YOSIGO)가 4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당시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열린 사진전은 이후 부산, 도쿄로 전시가 이어지면서 총 60만 명의 관람객을 모아 화제가 됐다.

‘물’을 통해 빛의 반사와 자유로움을 표현한 요시고의 사진. [사진 그라운드시소]
이번에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중구 남대문로 5가)에서 12월 7일까지 진행되는 ‘요시고 사진전 2 : 끝나지 않은 여행’은 2021년부터 최근까지 세계를 여행하며 촬영한 신작 30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사진작가 호세 하비에르 세라노의 활동명 ‘요시고’는 사진을 찍겠다고 선언한 아들에게 아버지가 선물한 한 편의 시에서 인용한 것이다. ‘YO SIGO(계속 나아가다)’.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조차 몰랐던 시절, 디자인이나 사진 촬영에 전혀 재능이 없다고 느끼던 아들에게 아버지가 용기를 불어 넣어준 것. 활동명처럼 요시고는 낯선 도시로 계속 나아가며 그만의 빛과 색감으로 평범한 장소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어디에서 일어나는 일인지보다, 어떤 일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작가는 특정 장소에 대한 단서가 될 만한 요소를 생략하고 인물이나 상황에만 집중한다.

‘물’을 통해 빛의 반사와 자유로움을 표현한 요시고의 사진. [사진 그라운드시소]
물론 대부분의 관람객에게 깊이 인식된 요시고만의 풍경이 있다.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해안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수영장, 목적지를 모르는 크루즈 안 등 요시고의 사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물’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첫 번째 이유는 빛의 특징인 ‘반사’ 효과를 좀 더 강렬하게 얻기 위함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인간이 물속에서는 자유로워지고 편안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덕분에 요시고 사진 앞에선 관람객들도 아이처럼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한편 2021년 첫 전시를 계기로 서울에 매료된 요시고는 그만의 시각으로 서울을 포착하고 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서울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종종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전혀 새로운 얼굴을 찾아내곤 놀란다. 요시고의 사진이 그 길잡이를 자처했다.

미국 콜로라도의 사계를 담은 알렉스 키토의 사진. [사진 그라운드시소]
그라운드시소 이스트(광진구 자양동)에서 9월 28일까지 진행하는 ‘알렉스 키토 사진전’에선 미국 중부 캔사스 시티 출신의 사진가 알렉스 키토가 포착한 영화 같은 세상이 펼쳐진다. 일상에 지칠 때마다 카메라를 챙겨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던 네 가지 주제로 구성했다. ‘콜로라도의 사계’는 작가의 고향인 콜로라도 산악이 품고 있는 험준하면서도 목가적인 풍경을 담고 있다. ‘고요한 빛의 축제’는 세상을 깨우는 일출과 다시 세상을 잠재우는 일몰의 순간에 포착한 풍경들이다. ‘세상에 없는 곳’은 모네와 에드워드 호퍼의 회화와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의 작품을 연구하며 디지털 콜라주 작업을 통해 작가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풍경을 현실로 구현한 것들이다. ‘삶의 작은 순간들’에선 지금까지 약 37개국을 여행하면서 그중 미국 전역과 아이슬란드를 여행할 때 발길을 멈춰 세웠던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
인상주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조나단 베르탱의 사진. [사진 그라운드시소]
그라운드시소 이스트에서 9월 28일까지 함께 진행 중인 ‘조나단 베르탱 사진전’의 주제는 ‘초일상(Extreme-ordinary), 익숙함 속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시선’이다. 프랑스에서 공개 당시 ‘새로운 인상주의’라는 평가와 함께 큰 반향을 일으킨 대표 컬렉션 ‘Impressionism 인상주의’를 중심으로 평범한 장면 속에 숨어 있는 감정과 분위기를 그만의 독창적인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 140여 점을 소개한다. 전통적인 인상주의 회화처럼 찰나의 순간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인상을 현대 사진의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조나단 베르탱은 “요즘 ‘빛’을 깊이 탐구하고 있다”며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의 사람들, 파리에서 보았던 모네의 수련, 미국 맨해튼에 우뚝 선 마천루 등을 비롯해 이름 모를 거리에서 마주친 일상 속 풍경에 새로운 시선을 더하고 있다.
인상주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조나단 베르탱의 사진. [사진 그라운드시소]
베르탱 역시 이번 전시를 통해 ‘서울에 대한 인상’을 전하고 있다. 그는 “2023년 처음 서울을 찾았을 때 정말 많은 색채를 만났고, 한국 문화의 오방색을 인상주의로 표현하는 작업도 시도했다”며 “이후 매년 5월마다 서울로 돌아와 시리즈를 작업하고 있다”고 했다.

요시고는 “여행이라면 이국적인 곳으로 떠나는 걸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 안에서도 얼마든지 여행을 할 수 있다”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위해 그리고 일상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결국 필요한 것은 태도, 즉 어떻게 느끼는가”라고 했다. 신진 큐레이터들이 준비한 감각적인 복합 전시 공간을 체험하는 것도 일상의 새로운 여행이 될 것이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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