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
[나의 실버타운 일기] (21)

정원 벤치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는 낯선 노인, 그 옆에 젊은 여인이 말없이 앉아 있습니다. 멀찌감치서 그 광경을 바라보며 한마디씩 합니다. “요양 보호사인 모양이네.” “딸이나 며느리일 수도?” “무슨 소릴! 며느리는 오지도 않고, 딸은 저렇게 조신하게 앉아 있지 않아. 요양 보호사니까 지키고 있는 거지.” 다음 날 그 젊은 여성은 새로 온 회원의 요양 보호사라고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젊은 여성의 방문은 흔치 않아서 자연 노인들의 눈길을 끕니다. 때로 정체가 파악되지 않는 여성이 나타나면 수상쩍은 소문이 거침없이 퍼집니다. 다른 센터에서 있었다는 확인되지도 않고, 확인할 수도 없는 소문이 멀리서 바람을 타고 풍문으로 여기저기 날아와 정원 벤치 사이를 떠돌기도 합니다. 사람이 그립다는 방증이지요. 그럴 때마다 “자식 다 소용없다”는 대사가 오가는 데 남성이건 여성이건 그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라는 가사의 노래 교실 애창곡은 노인들의 속마음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희망 가요입니다. 젊은이들은 그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이 노래는 나와 당신, 그리고 모든 노인을 위한 권장 가요입니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올인했던 당신, 언제부터인가 눈을 뜨고 보니 빈 둥지 속에 홀로 남겨진 당신, 더 이상 가진 것도 지킬 것도 없어진 당신, 이제는 방어와 경계의 눈을 거두고 당신 자신만을 바라볼 때입니다. 애쓸 만큼 애썼고 싸울 만큼 싸워서 몸은 지치고 한없이 가벼워진 당신, 이제는 촉촉한 눈길로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내 주변을 바라보세요. 매의 눈 대신 따뜻한 눈길이라야 눈도 맞을 수 있고 말을 섞어야 마음도 통할 수 있는 지금, 지금이 바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입니다. 대상이 누구든 시작은 솔직한 마음의 짝사랑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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