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선데이] 세계로 뻗어 나가야 하는 이유

2025. 7. 1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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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진 동국대 교수
작년에 방영된 ‘스테이지 파이터’를 봤다. 남자 무용수들의 경연 프로그램이었다. 우연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서의 최호종 무용수 공연 동영상을 본 것이 계기였다. ‘AI 휴머노이드’를 표현한 무용수의 움직임이 강렬해서 검색하다가 인도된 것이다. 프로그램에는 한국무용·현대무용·발레를 하는 64명의 무용수가 참가했는데,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고 음악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나 감탄하고 감동받으며 프로그램을 완주했다.

「 경제성장률에서 수출 기여분 95%
인구 적어 내수시장만으론 한계
콘텐트 성공도 국제무대 인정 덕
젊은층 국제화 열망 줄어 안타까워

프로그램에서 참신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경연의 특전이었다. 모든 경연은 경쟁에서 이겼을 때 무엇이 주어지는가에서 출발하는 게 아닐까. 이런 차원에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상에 2009년에 시작된 ‘슈퍼스타K’가 있다. 당시 우승상금 1억원이 걸렸는데, 지금도 상금으로서 큰돈이지만 그사이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른 것을 생각하면 더구나 큰돈이다. 지상파 방송의 힘이 막강하던 시절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으로 성공한 것도 상금의 힘이 컸다.

기억나는 또 다른 상은 2011년에 시작된 ‘K팝 스타’다. 입이 벌어질 만한 3억원의 상금도 상금이지만, 당시 최고의 연예기획사 중에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기회의 가치가 본격적으로 부각된 것이다. ‘스테이지 파이터’의 경우 한 명의 우승자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최종 선발된 12명이 ‘STF 글로벌 댄스 컴퍼니’에 입단하게 되는 것이 특전이었다. 상금 얘기는 전혀 없었다.

경연을 통해 선발한 사람들로 그룹을 만들어 음반을 내거나 하는 선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인이 아니라 경력직 무용수들이 상당수 참가한 이 프로그램의 경연 특전이 국제적 활동을 지향하는 무용단 결성인 것은 순수무용계의 어려움을 반영한다고 봤다. 경제학자 관점에서 이해한 어려움의 핵심은, 무용은 공연이 기본인데 공연은 현장성 때문에 대체로 국내용, 내수용이라는 점이다. 국제적 확장성에 제약이 있다는 뜻이다.

최근 수년에 걸쳐 자랑스럽게 떠오른 K-콘텐트에서 ‘K’가 의미 있는 것은 국제무대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끼리만 즐기는 것이라면 정체성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또한 K-콘텐트 중에서 음원과 뮤직비디오, 드라마나 영화 등이 선도적으로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존재에 덕 본 바가 크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뮤지컬이 상대적으로 늦은 행보를 보이는 것도 공연의 내수용 속성 때문이라고 본다.

내수, 즉 국내 수요의 부족은 우리나라의 만성적 현상이다. 고도의 경제 성장 자체를 수출로 해왔기 때문이다. 작년도 경제성장률 2.04%에서 수출이 기여한 부분이 95% 가까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수출이 잘되어야 경제성장률이 올라가고 경제성장률이 올라가야 내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수출 따라 내수가 증가하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약해지긴 했어도 수출이 어려울 때 내수만 활기를 띠는 일은 없다.

1990년대 말에 미국 유학을 갔을 때 일본 유학생이 많지 않은 것이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우리보다 훨씬 잘 살고 인구도 많은데 유학생의 절대적인 수가 적어 보여서 갸우뚱했다. 그런데 그 때문에 유학생이 적었던 것이다. 잘 살고 인구가 많으니 굳이 다른 나라에 나와서 공부하고 애쓰지 않아도 일본 안에서 먹고 살 수 있다는 맥락으로 같은 학년의 유일한 일본인이 설명한 적 있다. 미국인도 마찬가지 이유로 유학을 잘 가지 않는다.

우리는 세계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사실 낯선 사람들을 상대로 돈 버는 것은 지극히 힘든 일이다. 제품이든 서비스든 남의 마음에 드는 것은 익숙한 사람을 상대로도 어려우니 말이다. 우리나라가 인구가 1억 명이 넘고 국민소득이 잘 늘어나고 있다면 내수시장 공략만 목표로 해도 그럭저럭 비즈니스가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 이 여건에 갇히지 않은 성장을 일구려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학교에 20년 가까이 있으면서 보니 학생들의 국제화 역량에 대한 열의가 줄어드는 것을 체감한다. 나라가 더 잘살게 되어서인지, 역설적으로 해외에 나가기 쉬워져서인지, 영어는 점수만 높게 받으면 되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근육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다. 여전히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새롭게 밖으로 눈을 돌릴 때다.

민세진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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