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97] 멕시코의 수상 마을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2025. 7. 1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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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밀코(Xochimilco) 운하의 ‘트라이네라(Trajineras)’. 나무로 투박하게 구조를 짜고 총천연색으로 알록달록 칠해진 배를 타고 있으면 물과 하늘과 수양버들이 만드는 경관이 지나간다.

멕시코시티의 남단에 소치밀코(Xochimilco)라는 지역이 있다. 아즈텍 제국 시절부터 형성된 도시로 중앙의 운하를 따라 주변에 집을 짓고 땅을 경작해 온 곳이다. 여기서는 ‘치남파(Chinampas)’라고 하는, 낮은 물가에 나무로 뗏목 같은 구조를 만들고 그 위에 진흙을 겹겹이 쌓아 텃밭을 만든다. 거기에서 콩이나 호박, 옥수수 등을 경작한다. 자연을 이용한 친환경 농업 방식이다.

170km에 이르는 운하 주위에는 수양버들이 늘어서 있다. 운하를 따라 ‘트라이네라(Trajineras)’로 불리는 보트들이 떠 있다. 나무로 투박하게 구조를 짜고 총천연색으로 알록달록 칠한 배다. 멕시코의 색상은 강렬하고 가식이 없이 순수하다. 다소 촌스럽지만, 정돈된 디자인의 반작용으로 빈티지와 토속적 감성이 뜨는 요즘 정서에 오히려 잘 맞는다.

과거 이 배들은 운송 수단으로 활용되었지만 오늘날은 대부분 관광용이 됐다. 사공은 막대기 하나로 노를 젓는다. 견고한 다리로 연결된 작은 섬들 사이를 유연하게 빠져나간다. 관광용 보트 주변에는 옥수수나 타코, 나초, 맥주 등 식음료를 파는 보트, 기념품 보트, 꽃을 파는 보트, 음악 연주 보트 등이 계속 지나간다. 이 보트들은 관광객뿐 아니라 주민들도 생일이나 기념일, 결혼 등의 각종 잔치 때 대여해서 즐긴다.

소치밀코(Xochimilco) 운하의 ‘트라이네라(Trajiners)’. 지역사람들은 생일이나 기념일, 결혼 등의 각종 잔치 때 대여해서 즐긴다. 마리아치(Mariachis)로 불리는 악사들이 선상에서 음악을 연주한다.

‘마리아치(Mariachis)’로 불리는 악사들이 선상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물과 하늘, 수양버들이 어우러진 경관이 펼쳐진다. 그야말로 선사시대의 오아시스에서 즐기는 뱃놀이다. 이 도시에는 상점, 편의점, 술집, 레스토랑, 공연장 등 생활의 모든 시설이 운하 위에 있다. 운하는 이곳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세계다.

소치밀코(Xochimilco) 운하의 옥수수 판매 보트. 관광용 배의 주변에 음식을 파는 보트, 맥주 보트, 기념품 보트, 꽃을 파는 보트, 음악을 연주하는 보트 등이 계속해서 지나간다.

‘화원(花園)’이라는 뜻의 소치밀코는 도시 80%가 생태보존지역, 20%는 주거지와 상업지다. 매립이나 재개발을 피하고 자연을 간직하며 생태 환경을 지켜온 덕에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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