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97] 멕시코의 수상 마을

멕시코시티의 남단에 소치밀코(Xochimilco)라는 지역이 있다. 아즈텍 제국 시절부터 형성된 도시로 중앙의 운하를 따라 주변에 집을 짓고 땅을 경작해 온 곳이다. 여기서는 ‘치남파(Chinampas)’라고 하는, 낮은 물가에 나무로 뗏목 같은 구조를 만들고 그 위에 진흙을 겹겹이 쌓아 텃밭을 만든다. 거기에서 콩이나 호박, 옥수수 등을 경작한다. 자연을 이용한 친환경 농업 방식이다.
170km에 이르는 운하 주위에는 수양버들이 늘어서 있다. 운하를 따라 ‘트라이네라(Trajineras)’로 불리는 보트들이 떠 있다. 나무로 투박하게 구조를 짜고 총천연색으로 알록달록 칠한 배다. 멕시코의 색상은 강렬하고 가식이 없이 순수하다. 다소 촌스럽지만, 정돈된 디자인의 반작용으로 빈티지와 토속적 감성이 뜨는 요즘 정서에 오히려 잘 맞는다.
과거 이 배들은 운송 수단으로 활용되었지만 오늘날은 대부분 관광용이 됐다. 사공은 막대기 하나로 노를 젓는다. 견고한 다리로 연결된 작은 섬들 사이를 유연하게 빠져나간다. 관광용 보트 주변에는 옥수수나 타코, 나초, 맥주 등 식음료를 파는 보트, 기념품 보트, 꽃을 파는 보트, 음악 연주 보트 등이 계속 지나간다. 이 보트들은 관광객뿐 아니라 주민들도 생일이나 기념일, 결혼 등의 각종 잔치 때 대여해서 즐긴다.

‘마리아치(Mariachis)’로 불리는 악사들이 선상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물과 하늘, 수양버들이 어우러진 경관이 펼쳐진다. 그야말로 선사시대의 오아시스에서 즐기는 뱃놀이다. 이 도시에는 상점, 편의점, 술집, 레스토랑, 공연장 등 생활의 모든 시설이 운하 위에 있다. 운하는 이곳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세계다.

‘화원(花園)’이라는 뜻의 소치밀코는 도시 80%가 생태보존지역, 20%는 주거지와 상업지다. 매립이나 재개발을 피하고 자연을 간직하며 생태 환경을 지켜온 덕에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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