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눈] "노벨문학상 한강 작품, 교육에 활용하려면?"
[EBS 뉴스]
교사의 시각에서 한국 사회와 교육 현장을 조명하는 시간, 교사의 눈 순서입니다.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 국가적인 경사였지만 한편에서는 작가의 책이 도서관에서 빠지기도 하는 논란도 있었죠.
이 같은 경험을 교육적으로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후속 논의도 활발한데요.
먼저 영상보고 오겠습니다.
[VCR]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한국인·아시아 여성 최초'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
현대사 관통하는 울림 남겨
"채식주의자 폐기하라" 유해도서 논란
'리박스쿨 협력단체' 교육청 압박하기도
'한국 문학 빛나는 성취'
한강 작품, 교육에 활용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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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안병만 교사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한강 작가의 작품을 탐구하는 책 '한강을 읽는 시간'을 쓰셨습니다.
책을 쓰게 된 경위는 무엇인가요?
안병만 교사 /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작년 10월, 노벨문학상을 한강 작가가 수상했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했을 때의 감격이 지금도 잊히지 않네요.
아마 우리 국민 대다수가 그러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래서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한강 작가의 책을 읽으려 했죠.
한강 작가의 책이 동이 날 정도였죠. 그때 고등학생 중에서도 꽤 많은 학생이 책을 사서 읽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학생 중 몇몇은 책이 어렵다며 끝까지 제대로 읽지 못하더군요.
이런 학생들을 보면서, 청소년이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이해하게 하는 입문용 도서 같은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품은 사람이 또 있었나 봐요.
제가 집필한 문학 교과서를 출판한 출판사에서 그러한 입문용 도서 같은 책을 한번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연락해 왔거든요.
그 얘기를 듣고서는 처음에는 그냥 두려웠습니다.
어떻게 내가, 감히, 비평서를? 이런 생각이 들어서요.
반면에 그래도 한번 해 볼까, 하는 마음이 약간은 들었죠.
그래서 주위의 동료 교사 중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아, 이렇게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비평가가 아닌 선생님들께서 비평을 쓰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으셨는지요?
안병만 교사 /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어려웠습니다.
매우 어려웠습니다.
우리는 가급적 학교에서 가르치는 문학 용어만으로 작품을 해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을 어떻게 잘 수용하게 할 수 있을지를 중심에 놓고 고민했습니다.
그러니 청소년이 이해할 만한 수준의 어휘와 이론으로 작품을 해석하였죠.
이것이 ‘비평가의 비평’과 ‘교사의 비평’의 차이점이 아닐까요.
즉 우리는 청소년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비평가가 쓴 비평문 수준의 해설을 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야기하다 보니 장점이 하나 더 떠오르네요.
그것은 집단 지성의 힘이 발휘되었다는 점입니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수차례 토론 과정을 거쳐 하나씩하나씩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우리 필자들이 모두 같이 만들어 나갔습니다.
지쳐가면서도 뭔가 만들어지는 느낌.
그 속에서 움 돋는 미소. 진짜 우리가 책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
그래서 어쩌면 집단 지성의 힘이 모여 완성한 게 저희 책이 아닐까, 합니다.
서현아 앵커
국어교사의 입장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이 지닌 국어교육적 가치는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안병만 교사 /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먼저 노벨 문학상의 권위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70억 인구 가운데 1년에 딱 한 명을 뽑아서 주는 상을 한강 작가가 받은 것입니다.
그러니 한강 작가의 작품이 가진 가치는 진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금방 말씀드렸다시피 한강 작가의 작품은 청소년이 이해하기에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한글로 창작되어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들이니 제대로 읽어내기에 도전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어교육적 가치를 질문하셨으니, 국어교육의 바탕인 교육과정부터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지금 고등학교 2학년까지는 2015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고, 1학년부터는 2022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2015개정교육과정 ‘문학’ 과목의 목표는 ‘문학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공동체의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태도를 기른다’라고 말합니다.
한강 작가의 소설은 인간이 무엇인지 탐색하며, 인간의 내면에 있는 극단의 두 측면, 사랑과 폭력을 심도 있게 다루므로 이 목표에 적합하다고 봅니다.
2022개정교육과정의 국어 교과 문학 영역의 핵심 아이디어에 ‘인간은 문학을 향유하면서 자아를 성찰하고 타자를 이해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한다.’가 있습니다.
한강 작가의 소설을 우리 청소년이 감상하면서 주인공의 삶을 통하여 자아를 성찰할 수 있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나 환경과 벌어지는 갈등을 보고 또 그 갈등의 해소 과정을 탐구하면서 타자를 이해하고, 무엇이 바람직한 공동체인지를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떠한 교육과정이든 한강 작가의 소설은 그 교육과정에 부합한다고 보입니다.
따라서 국어교육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 가치는 아주 높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말씀하신대로 충분한 국어교육적 가치가 있지만 교과서에는 없는 한강 작가 작품, 수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안병만 교사 /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2015개정교육과정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적이 있었습니다.
2022개정교육과정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나 문학 교과서에는 실려 있지 않고, 어느 한 출판사 문학 교과서에만 한강 작가가 소개되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니, 앞으로 나올 중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 교과서에는 아마 한강 작품을 수록하는 교과서가 늘어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현재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에는 한강 작가의 작품이 없죠.
그래서 수업 시간에 공부할 수 없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5개정교육과정에는 ‘한 학기 한 권 읽기’로 불리는, 학습자 개인의 특성에 맞는 책을 긴 호흡으로 읽으라는 교수학습 방향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2022개정교육과정에도 한 권 이상의 도서를 긴 호흡으로 읽을 수 있도록 선정하라는 교수학습 방향이 있습니다.
이 교육과정을 이용하면 수업에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이용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서현아 앵커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채식주의자'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안병만 교사 /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그렇죠.
성적 표현으로 『채식주의자』가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습니다.
유해 도서로까지 지정된 적이 있죠.
그리고 독자 중 일부가 책을 읽으면서 고통스럽다는 느낌이 든다고도 하고 다 읽은 후 그 느낌이 남아 있다고도 합니다.
『호밀밭의 파수꾼』 아시죠?
이 책도 발표 당시에는 금서였죠.
불량하고 불온하다고. 그런데 지금은 학생들이 꼭 읽어야 할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잖아요?
이렇게 작품에 대한 관점은 달라집니다.
작품이 새롭게 재해석되고 생명력을 얻으면서 고전이 되는 거죠.
저는 『채식주의자』도 이 길을 걸을 거라고 봅니다.
주인공이 자기 스스로 말하지 못하게 한 시점, 주변 사람의 말로만 주인공이 표현되게끔 한 시점을 선택한 작가의 의도가 무엇일까?
소설의 인물들은 모두 어떤 욕망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가?
그리고 이 욕망에는 어떤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육식과 채식을 통하여 이야기하는 상징적 의미는 무엇일까? 등에 답을 하려는 노력이 우리 사회에서 계속 큰 소리로 남는다면 이 작품은 재해석되고 생명력을 얻게 되겠죠.
이 책이 스페인에서 고등학생들이 주는 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학생들이 오랜 시간 토론한 결과 받은 상이죠.
이처럼 문학 작품 일부분만 보고 평가하는 시대에서 전체를 조망하며 토론으로 자기의 의사를 밝히는 시대로 나아간다면, 저는 이렇게 되리라고 봅니다.
그런 시대로 나아가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서현아 앵커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대체로 어렵다는 평이 있는데,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접근 방법은?
안병만 교사 /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한강 작가의 작품을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것은 그가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그의 작품이 미래를 이끌어가는 우리 청소년에게 올바른 공동체의 상을 그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도 좋은 작품이 많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작품들도 있지요. 『양철북』, 『눈먼 자들의 도시』 등이 떠오르네요.
그런데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이라고 해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책까지 굳이 읽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완독하지 못했거든요.
사실 노벨문학상 수상작 말고도 우리 주위에 좋은 책들 많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찾아서 자기에게 맞는 책을 읽으라고 권합니다.
그러려면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서 옆에서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는 어른이 아니라 같이 책을 읽는 어른이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아이들이 책을 통해 더 넓은 세계와 더 깊이 있는 공동체를 상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
노벨문학상이라는 성취 이후, 우리 어른들이 함께 고민하고 구축해가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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