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노동이야기⑮] 인문학 특강 - 영화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방송: 경인방송 라디오<언제나 좋은날 채리입니다> FM90.7(25년 7월 18일 14:00-16:00)
■진행: 채리 DJ
■출연: 김진이 아나운서, 김헌식 문화평론가

◇채리 : 매주 금요일 4부는 노동자를 위한 고급 정보를 들어보는 시간이죠? 이번 주는 인문학 특강으로 꾸릴 거예요. 코너지기 김진이 아나운서, 김헌식 문화평론가 나와 있습니다. 두 분 모두 안녕하세요.
■김진이 : <경기도가 들려주는 노동이야기>는 매주 퀴즈가 있습니다.
◇채리 : 퀴즈 타임 바로 들어갑니다.
■김진이 : 퀴즈 나갑니다.
[Quiz. 일반적으로 부정적이거나 불편한 상황을 의미합니다. 게임이나 시합에서는 잘못하거나 실패한 상황을 뜻하죠. 영화에서는 oo코미디를 올바르지 않은 소재를 과장하거나 익살스럽게 풍자하는 장르라고 해요. oo은 무엇일까요?
1. 블랙 2. 블루 3. 블록]
방송이 나가는 동안 #9070으로 정답을 보내주시면 다섯 분께 커피 쿠폰을 드립니다. 인문학 특강에서 소개할 영화는 '블랙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부터 소개해 주세요.
◯김헌식 : '오노네다 마사오'가 주인공입니다. 중학교만 졸업했어요. 학창 시절 왕따를 당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마는데요. 10년간 집에 있었죠. 이른바 니트족입니다. 참고로, 니트족은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죠.
■김진이 : 일할 능력이 있는데, 계속 쉬는 걸 의미하잖아요.
◯김헌식 : 네, 맞아요. 니트족이었던 주인공이 어머니가 갑자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일을 시작합니다. 5명이 전 직원인 IT 기업인데요. 프로그램 설계 회사에 프로그래머로 취직을 하죠. 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마오코토'라고 이름부터 잘못 입력되어 있어요. 직원들 대부분은 일을 잘하지 않고, 일도 하는 사람만 하죠. 특히 팀장이나 실세라는 직원 등은 일은 하지 않고, 하부 직원에게만 떠넘기고 오히려 모욕을 주기에 이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사오'는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업무를 맡게 됩니다. 하지만 중졸에 경력이 없어 다른 데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업무를 완수하는데 그것이 끝은 아니었죠. 선임에 해당하는 후치타의 조언으로 다행히 잘 헤쳐나는 것 같은데, 어느 날 신입 직원이 들어오게 되고, 상황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정말 힘든 것은 끝내야 할 과업을 넘어 인간적인 모욕과 차별이기도 해요. 여기에 든든한 멘토 역할을 했던 '후지타'가 그만둔다고 하는데, 원청에서는 더욱 납기 일을 당기고요. 자신이 와세다 대학 출신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져 직원들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합니다.
■김진이 : '마사오'가 아니라 '마오코토'의 스펙으로 입사하게 된 걸까요? 그래서 능력 이상의 과업을 떠맡게 된 걸까요?
◇채리 : '마사오'가 취업 자체가 어려웠던 회사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요.
◯김헌식 :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회사가 여의치 않아서 모르는 척 입사를 시킬 수밖에 없었던 거죠.
■김진이 : 영화의 제목이 깁니다. '블랙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블랙 회사'의 의미를 짚어봐야죠?
◯김헌식 : 원래는 조직폭력단체가 운영하는 반사회적 기업을 뜻했어요. 이제는 불법 편법적인 수단을 이용해서 노동자에 비상식적이고 가혹한 노동 상황을 강요하는 이른바 '악덕 기업'을 '블랙 기업'이라고 합니다. 블랙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한계에 도달한다는 것은 참지 못할 극한의 상황에 왔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김진이 : 이 영화가 지금의 우리나라 정서와 닮아있더라고요.
◇채리 : 은둔형 청년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얼마 전 봤어요. 20대는 원하는 곳에 취업이 어렵다고 하고, 흔히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는 줄고 있고, 그러니 울며 겨자 먹기로 쉬고 있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문제죠.
■김진이 : 십수년 전 일본의 모습과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이 비슷해요. 참고로 이 영화는 2009년에 만들어졌어요. 일본에서는 2009년 개봉을,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개봉을 했는데요. 안의 내용은 우리나라의 현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평론가의 시선에서 2000년대를 지나 지금까지 일본과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 문제를 진단하면, 공통점이 많아 보이나요?
◯김헌식 : 그렇죠. 일본은 종신 고용 보장 사회였어요. 우리도 마찬가지였죠. 이런 경우에는 고용은 보장해주면서 노동자에게 강력한 노동 강요가 용인됩니다. 잔업을 요구하거나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게 하죠. 이 때문에 과로사와 같은 일들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고도성장기가 끝나고 종신고용제도 붕괴가 됩니다. 비정규직이 대량 발생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과거의 노동 강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란 거예요. 근로 계약 자체가 불안정해서 언제든지 해고되는 것도 문제죠.
■김진이 : 그런 내용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기는 거죠?
◯김헌식 : 네, 장시간 노동에 야근, 주말 근무와 같은 초과근무 강요, 시간 외 수당 미지급, 과소 지급, 직장 내 괴롭힘, 폭언과 인격권 침해, 실적 관리를 위한 압박, 퇴사를 유도하기 위한 의도적 배제 이런 것들을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참, 영화 속 IT 기업은 중소기업이기에 대기업의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장면도 나오는데요. 직원들을 쥐어짤 수밖에 없는 씁쓸한 내용들이 나오죠.
■김진이 : 우울하고 절망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로 분류돼 있어요. 연출한 '사토 유이치' 감독은 어떤 분인가요?
◯김헌식 : 만화를 좋아할 것 같은 감독입니다. 연출에도 만화 같은 전환들이 있어요. 만화로 간주하기에 현실적으로 우울할 수 있죠. 그래도 코미디 영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슬픈 상황에서 웃긴 상황들이 나오거든요. 때론 갈등 상황들이 벌어지는데 쉽게 풀어지거나 해결이 됩니다. 만화스럽게요. 이게 삶과 인간을 바라보는 감독의 관점인 듯합니다.
■김진이 : 그 관점을 저도 배우고 싶네요. 이런 구절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인생은 고단하지 않으면 구차하다.' 일상에서 곳곳에서 재미를 찾는 건 노력이 수반되어야겠죠.
◇채리 : 희극과 비극은 종이 한 장 차이란 말도 있죠. 인생을 살아보니 가볍게 넘겨야 할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 사람이 단단한 사람이고요. 문득 이 영화 안의 재밌는 장면이 무얼지 궁금합니다.
◯김헌식 : 첫 번째는 팀장이 '정시 퇴근'에 대해서 "그건 도시 전설에 불과해 멍청해."라고 콧방귀를 뀝니다. 두 번째는 며칠씩 근무를 할 때가 있어요. '마오코토'가 배정받은 자리 밑에는 침낭이 발견되는데요. 거기서 자라는 의미겠죠? 세 번째는 회사 내에 정서불안이 사원이 있습니다. 팀장에게 밉보인 사원이 모든 업무를 떠맡아 정서불안인 상태를 보여줍니다. 네 번째 필요 경비를 인정해 주지 않는데요. 교통비 영수증을 주자 경리는 "프로그래머로 취직했잖아 영업도 아닌데 바랄 거 바라야지."라고 합니다. 다섯 번째는 동료의 능력이 떨어져요. 선임인데 프로그래머 지식은 없고 건담 이야기만 하는데 월급은 받습니다. 이런 와중에 '마오코토'를 내쫓으려고 괴롭히고는 그가 출근을 할지, 결근을 할지 내기도 합니다.
■김진이 : 할 일도 없네요.영화 안에서 보면 웃기면서 슬픈, 웃픈 장면이 연출되겠죠. 어디서나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존재하는 것 같아요. 딴 거에 치중하느라 일할 시간이 없는 거죠.
◇채리 : 근무시간에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고, 딴 거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안될 일입니다. 이거 보면서 혈압 오르는 분들 계실 것 같아요. 뒷목 잡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김진이 : OTT 왓x(왓차)에서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2009년에 개봉한 영화를 2025년 논하고 있어요. 20년이 지난 후에는 어떨까요? 다른 형식의 오피스 장르가 탄생할까요?
◯김헌식 : 얼마 전 박천휴 작가의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을 받았죠. 인간을 돕는 헬퍼봇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오피스 공간에서 로봇과 같이 일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인데요. 그때 사람이 인간을 위로해줄까요? 아니면 로봇이 위로를 해줄까요? 아니면 경쟁할까요? 인간이 로봇에게 비교당하며 수난을 당하는 노동공간이 될까요? 그 질문에 응답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올 듯합니다.
◇채리 : 단, 로봇 위에 인간이 존재하면 해요. 인간이란 가치가 상실되지 않길 바라고요.
■김진이 :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에게 스티븐 스필버그가 '미래의 한국이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던데요. 저도 궁금해집니다. 20년 후, 한국에서 그려질 회사의 이야기가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한 줄 평도 말씀해 주세요. 평론가님.
◯김헌식 : '인생 나락 어둠의 터널에서도 긍정의 희망을 보려는 영화'입니다. 은둔하며 좌절하다가 지금은 열심히 시간을 보내려는 이들에게 추천해요. 지금의 상황이 심각하다면 화가 날 수도 있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거라고 믿어봅시다.
■김진이 : 이번 인문학 특강에서는 영화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를 만나봤어요. 이 캠페인은 경기도와 함께합니다.
◇채리 : [영화에서는 oo코미디를 올바르지 않은 소재를 익살스럽게 풍자하는 장르라고 해요. oo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1번 블랙입니다.
* 위 원고 내용은 실제 방송인터뷰 내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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