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용 공작’ 인권침해 인정 진화위 결정에도 재심 기각···유족 두번 울린 법원

법원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재심 사유’가 있다고 본 사건의 청구를 기각했다. 유족 측은 기각 결정에 불복해 즉시 항고를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재판장 우인성)는 지난 10일 고 서병호씨의 유족이 청구한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유족 측은 수사 과정에서 ‘불법 구금’이 있었다고 봤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1960년대 일본 유학을 다녀온 서씨는 귀국한 지 2년 가까이 지난 1971년 5월 육군 보안사령부(보안사)에 잡혀갔다. ‘조선인장학회’라는 반국가단체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조선인장학회는 재일동포 학생을 돕기 위해 한국, 북한, 일본이 추천한 이사진으로 구성된 독립단체였다. 서씨는 결국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972년 12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진화위 조사결과를 보면 보안사는 원래 서씨를 공작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고문 끝에 서씨에게 ‘전향서’도 받아낸 뒤 ‘윗선을 끌어내는’ 역용공작을 하려했다. 그러나 서씨의 활용방안이 마땅치 않아지자 서씨를 구속한 뒤 재판에 넘겼다. 공식적인 서씨의 조사 기록은 서씨가 구속된 이후에만 남아있다.
유족 측은 재심을 청구하면서 보안사가 서씨를 검거한 1971년 5월1일부터 전향서를 작성한 같은달 19일까지 불법구금했다고 주장했다. 진화위도 보안사 내부 기록 등을 근거로 서씨가 최소한 이 기간 동안만큼은 ‘불법 구금’됐다고 판단했다. 유족 측은 보안사가 민간인을 수사한 것도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5월1일부터 19일까지 불법체포·감금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보안사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고문·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봤다. 또 형사소송법상 재심 사유는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사법경찰관이 직무에 관한 죄를 지은 경우’ 발생하는데, 서씨는 그 이후인 1971년 9월23일 이후 조사 결과로 기소됐다는 이유도 들었다. 진화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날은 보안사가 서씨를 ‘공작원으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다시 잡아들인 때다.
유족 측은 즉시항고에 나섰다.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의 의미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2008년 피고인을 직접 조사하지 않았더라도, 구속 통지를 하는 등 사건 전반에 관여한 경찰 수사관, 첩보 보고를 한 정보보안관 등도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1971년 5월 보안사에 의해 영장 없이 불법 연행돼 19일간 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있었을 심리적 압박, 회유는 서씨가 수사기관에 ’협조‘하고 불리한 진술을 하게 된 결정적 원인이 됐음이 명백하다”며 “위법 수사가 실질적인 기초가 된 것이므로 양자는 분리할 수 없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허상수 진화위원은 18일 기자와 통화하며 “진화위에서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은 ‘새 증거’를 찾아냈기 때문”이라며 “증거를 찾아낸 진화위 결정을 인정하고 재심을 개시하는 게 법원의 올바른 태도”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208190600011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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