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평범한 일상에 대한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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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아파 찾아간 회사 근처 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매우 친절하고 꼼꼼하게 환자를 대하시는 분이셔서 필자도 덕분에 금세 차도를 볼 수 있었다.
거의 다 나아서 이제 오늘 가면 마지막이겠구나 하며 병원을 찾아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무릎, 종아리 그리고 발을 꼼꼼히 살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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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아파 찾아간 회사 근처 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매우 친절하고 꼼꼼하게 환자를 대하시는 분이셔서 필자도 덕분에 금세 차도를 볼 수 있었다. 거의 다 나아서 이제 오늘 가면 마지막이겠구나 하며 병원을 찾아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무릎, 종아리 그리고 발을 꼼꼼히 살피셨다. 그리고 무좀기가 있는 엄지 발톱을 자세히 보시면서 언제부터 이랬느냐고 물으신다. 조금 되었는데 시간이 될 때 발톱 무좀 치료를 받을 생각이라고 하니, 의사 선생님께서 무좀이라기보다는 암의 일종인 흑색종으로 보이니 소견서를 받아 대학병원에 가라고 하셨다.
이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이야기인가. 회사로 돌아와 부랴부랴 제일 빨리 예약이 가능한 대학병원에 진료 예약을 하니 열흘 후로 잡혔다. 다급한 김에 네이버에서 검색도 하고 챗GPT에 물어보니 상당히 예후가 안 좋은 암이었다. 갑자기 가족들 얼굴이 떠오르고 암이면 일과 여러 가지 것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병원에 다녀온 잠깐 사이 내게 세상은 완전히 다른 곳이 되었다. 고객과의 술자리에 나가 술을 마셔도 취하지를 않고,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며 치료법을 찾게 되었다. 며칠 지나니 흑색종에 대해서는 명의가 된 기분이 들었다.
암 관련 검색을 하다 보니 문득 암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친구가 떠올랐다. 중학교에서부터 대학교 때까지 동기였는데, 매우 똑똑하고 착한 친구다. 그 친구는 그동안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고뇌와 번민 속에 보냈고 또 보내고 있을 것인가. 그동안 그 친구를 생각하며 걱정하고 마음 아파한 시간이 많았는데, 막상 내가 당해 보니 친구의 마음을 거의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사람은 당해봐야 아는 것인가.
오만 가지 생각을 하며 세상 다 산 사람 기분으로 열흘을 보내고 대학병원에 간 날, 대학병원 교수님께서 꼼꼼히 발톱을 살피더니 굳이 조직검사를 하지 않아도 흑색종이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다. 멍해진 것도 잠시, 이 말씀 한마디에 순간 세상이 환해지며, 마음에 불안감 대신 기쁨과 평온이 가득해졌다. 열흘 전의 일상이 한순간에 완벽하게 회복된 것이다. 회사 근처 정형외과 선생님에 대한 원망은 전혀 느껴지지도 않았다. 대학병원에서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나무 한 그루, 하늘의 구름, 그리고 가족들과 직장, 지인들 고맙지 않은 것들이 없었다. 심지어 잔뜩 밀린 업무조차도 반가울 지경이었다. 평범한 일상의 고마움을 난생처음 깨닫는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면 하루에도 중병을 선고받거나 커다란 불행이 갑자기 들이닥쳐 일상이 무너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생로병사를 숙명으로 타고난 인간은 그 누구도 일생에 있어 건강으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는 소식을 피할 수 없고 그러한 무너진 일상이 회복되지 않아 결국에는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난 그저 지금 운 좋게 평범한 일상이 반복되는 아주 행복한 시기를 살고 있는 것일 뿐이다. 범사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물론 이 고마움을 얼마나 간직할지 또 간직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김상곤 법무법인 광장 경영총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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