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미의 멘탈 이코노미]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

2025. 7. 1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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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넘쳐나는 현대인 일상
보고 듣고 느낄 기회들 놓쳐
느낀 것을 내 주변과 나눌때
진짜 '사는 맛' 누릴 수 있어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이 문장이 좋아 곁에 두다 알게 된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 그는 우리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세상은 생각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생각한다는 건 눈이 병든 것)/세상은 우리가 그것을 보라고, 받아들이고 반응하라고 만들어진 것이다."

이 구절은 바쁘지만 정작 생각에 갇혀 외롭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예리하게 비춘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 이런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생각이 너무 없어 보이는 경우를 접하긴 하지만, 그런 때조차 '과연 생각이 없는 게 문제일까?'라는 의문을 가져본다. 문제는 생각이 아니라, 느껴야 할 것을 느끼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양심이라든지 타인에 대한 공감 같은 것들 말이다. 겪어야 할 것을 겪지 못한 데서 오는 '감각과 경험의 부재'가 진짜 문제는 아닌지 짚어보게 된다. 어쩌면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일 것이다. 과잉 생각과 번민은 삶을 오히려 더 무겁게 하고 그 자신과 주변을 힘겹게 만든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대체로 외롭게 자란 사람이다. 실제로 지나친 분석과 경계는 우리를 세상, 타인, 자기 자신과 멀어지게 만든다. 생각만 하고 경계만 하다 보면 우리는 보고 듣고 느낄 기회를 놓친다. 요즘 우리는 어디에서든 '생각'한다. 퇴근길에도 온전히 쉬거나 풍경을 누리는 일은 쉽지 않다. 업무 메신저 알림을 확인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남의 일상을 보면서 '나는 왜 저만큼 못할까'라며 끊임없이 자책한다. 주말 산책 중에도 이어폰을 꽂고 뉴스나 경제 콘텐츠를 들으며 시간을 쪼갠다. 석양을 봐도 사진만 찍고 지나친다. '좋아요'를 위한 장면만 남고 감정은 없다.

감각보다 생각이 앞서면 삶은 점점 흐릿해지게 마련이다. 감정 역시 발산하기 전에 찬찬히 느껴줄 때, 내 것으로 소화할 때 제자리를 찾게 된다. 불안, 고독, 슬픔이 올라올 때도 우리는 그 감정을 붙잡아 느끼기보다 또 다른 생각으로 피해 간다. "왜 이렇게 예민하지?" "왜 이렇게 공허하지?" 하고 되묻다가 결국 스마트폰으로 도망친다. 그렇게 감정은 어딘가로 치워지고 관찰의 기회조차 사라진다. 이 불편한 느낌들을 벗어날 구멍을 찾기에 급급하다. 그러다 보면 연결은 끊기고 고독은 더 짙어진다. 직장 내 관계도 마찬가지다. 점심시간에 각자 휴대전화를 보며 말없이 밥을 먹고 회식 자리에서도 진심보다는 분위기를 살피느라 눈치를 본다. 다 마친 후에도 수많은 눈치를 이고 집에 돌아오게 된다.

SNS의 '좋아요'와 댓글은 진짜 공감을 대체하지 못하고, 인공지능 챗봇과의 신나는 수다로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마음'은 얻지 못한다. 감정을 숨기고 진심 어린 대화를 피하며 우리는 점점 타인도, 자기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삶에 익숙해진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기 전에 느끼는 존재다. 진정한 삶은 나와 타인, 세상과의 연결 속에서 회복된다. 그래서 연인과의 갈등, 부모와의 대화, 친구와의 오해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손을 내미는 것,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 입으로 한번 해보는 것, 그런 도전을 계속해 나가는 것은 자기만의 생각 속에 빠져 살다가 끝내는 것보다 분명 값지다.

나의 크기는 내가 바라보는 만큼의 크기라고 한다. 집 안의 천장만 보는 사람과 하늘을 보고 우주를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의 마음은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이 어렵다면 자연에서부터 시작해보자. 의외로 무언의 용기를 얻을지 모른다. 자연이 멀게 느껴진다면 '일상 그 자체'에 눈을 돌려보자. 어쨌든 우리는 내가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을 옆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찾아내서라도 이야기를 나눠야 비로소 "사는 맛"을 느끼는 게 사람이다.

[성유미 정신분석가·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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