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 1인 가구 식사 질·건강상태 가장 취약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1인 가구의 건강 상태와 삶의 질이 성별과 연령에 따라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년 남성 1인 가구는 식생활과 대사 건강에서 가장 취약했고, 여성 1인 가구는 정신 건강과 삶의 질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해랑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등 공동연구팀이 1인 가구와 다인 가구의 식습관 및 건강에 대해 비교연구한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식습관과 건강상태,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더 취약했다. 1인 가구 중에서도 중년 남성 1인 가구의 식사의 질이 현저히 낮았다. 연구팀 관계자는 "단순한 1인 가구 일반화가 아닌 맞춤형 보건교육·식습관 개선 프로그램·심리사회적 개입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영양조사(2013~2021)를 활용했다. 조사대상은 19세 이상 일반 성인 중 주요 심혈관질환이나 암 진단 이력이 없는 남성 1만7234명, 여성 2만3605명 등 총 4만839명이다.
남성 1인 가구는 다인 가구보다 식사 질 점수가 55.2점으로 다인 가구 평균(60.9점)보다 5점 이상 낮았다. 60점 미만은 식사의 질이 '불량~중간' 수준을 의미해 건강상 취약 집단으로 분류된다.
같은 조건에서 여성 1인 가구와 다인 가구의 식사의 질 차이는 1점 미만으로, 남성 1인 가구에서의 하락 폭이 훨씬 컸다. 연구에서 1인 가구 남성 5명 중 1명 이상이 식사의 질 점수가 50점 이하로 질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임을 시사했다.
복부 비만, 콜레스테롤, 고혈압 위험도 다인 남성에 비해 1인 가구 남성이 높았다. 특히 40~59세 중년 남성 1인 가구는 다른 연령대보다 허리 둘레와 혈압, 공복 혈당 수치 등 대사 위험 지표에서도 취약점을 보였다. 연구팀은 "한국 사회에서 남성은 요리 등 가사 역할 학습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외식과 간편식 의존도가 높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여성 1인 가구는 다인 가구 여성과 비교해 중성지방, 공복 혈당, 체질량지수(BMI)에서 오히려 약간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반면 우울감이나 불안 등 심리사회적 어려움은 여성 1인 가구가 더 높았다.
이는 특히 고령 여성 1인 가구에서 더 심각했다. 연구팀은 "몸매 관리 등의 영향으로 여성 1인 가구가 낮은 BMI를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이 반드시 건강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회적 고립과 심리적 스트레스 해소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령별 분석에서는 40~59세 남성 1인 가구와 60세 이상 여성 1인 가구가 '이중 취약군'으로 분류됐다. 중년 남성은 식사 질과 대사 지표에서 모두 취약했고 삶의 질도 크게 떨어졌다. 고령 여성은 대사 지표 일부는 양호했지만 삶의 질이 낮았다.
연구팀은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사회에서 단순히 1인 가구와 다인 가구로만 구분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별, 연령에 따른 건강 및 삶의 질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만큼 이들에 대한 맞춤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남성 1인 가구에는 대사건강 중심의 건강증진 프로그램이, 고령 여성 1인 가구에는 정서적 지지와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는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 영역에서도 남성 1인 가구를 위한 영양 균형 간편식 개발과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정신건강 커뮤니티 확대, 고령층 대상 맞춤형 돌봄 서비스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 1인 가구 상당 수가 중년 남성과 고령 여성인데 이들이 겪는 건강 및 심리적 위험요인을 해소하지 못하면 개인과 사회적 비용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민관이 협력해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1인 가구의 건강 및 삶의 질이 낮은 것으로 분류됐지만 인과관계 규명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하지만 대규모 국민 건강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 1인 가구의 현실적인 건강 격차와 삶의 질 차이를 다각도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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