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내용 칼질 가처분 10년만 취소
“학문적 견해 내지 의견 표명…학문의 자유 최대한 보장이 헌법정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부 내용(34군데)을 삭제해야 했던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10년 만에 이를 취소하는 결정을 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는 2015년 2월 17일 내려졌던 도서출판 등 금지 가처분 결정을 전날 취소했다.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삭제하고 출간하도록 한 결정을 취소한 판단이다. 박 교수가 이 책 내용으로 고소·고발을 당한 지 11년 1개월이자 법원의 삭제 가처분 결정을 받은 지 10년 5개월 만이다.
박 교수는 2013년 8월 출간한 책에서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이자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였고, 일본 제국에 의한 강제 연행이 없었다는 허위 사실을 기술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5년 12월 기소됐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검찰이 기소한 표현 35개 중 11개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라며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이 문제 삼은 표현은 ‘강제연행이라는 국가폭력이 조선인 위안부에 관해서 행해진 적은 없다’, ‘위안부란 근본적으로 매춘의 틀 안에 있던 여성들’ 등이다.
하지만 2023년 10월 대법원은 이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의 적시로 볼 수 없다며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 취지에 따라 “환송 전 2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표현들은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이라며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이 재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이번 가처분 재판부는 책 내용이 피해자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고 인격권을 침해하지도 않았다는 취지의 앞선 민·형사 판결 취지와 유사한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취지에 비춰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에 관해선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의 표명으로 평가함이 타당하고, 구체적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전체적 내용이나 맥락에 비춰보면, 일본군 강제연행을 부인하거나, 조선인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매춘행위를 했다거나, 일본군에 적극 협력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그런 주장을 전제하고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 “오히려 강제로 끌려가는 이들을 양산한 구조를 만든 것이 일본 제국 또는 일본군이라는 점은 분명하고, 조선인 위안부가 일본 제국의 구성원으로서 피해자인 동시에 일본 제국에 협력할 수밖에 없었던 모순된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점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밝히고 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표현 전후 맥락이나 집필 의도에 비춰보면, 채무자(박유하)는 도서 전체를 통해 주제의식, 즉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일본 제국이나 일본군의 책임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제국주의 사조나 전통적 가부장제 질서와 같은 다른 사회 구조적 문제가 기여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으므로, 전자의 문제에만 주목해 양국 간 갈등을 키우는 것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주장을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주제의식을 부각하기 위해 이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학문적 표현에 사용된 용어의 개념이나 범위에 관하여는 다양한 입장이 존재할 수 있다”며 “학문적 표현이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에도, 해당 표현이 특정한 학문적 개념 정의를 전제로 한 것임이 전후 맥락에 의해 확인될 수 있는 경우에는, 사실의 적시가 아닌 학문적 견해 표명 내지 의견 진술로 보는 것이 학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들어맞는다”고 했다.
손기은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시험지 유출 파문 ‘전교 1등 딸’, 훔친 시험지 없자 수학 ‘40점’
- “빚 빼고 6억 자산 있어요? 대한민국 평균입니다”
- 승려들과 성관계해 164억 번 미녀 정체…불교 나라 태국 발칵
- 정은경 7년간 위장전입에 다운계약서도…
- “남편이 안와요” 기계 속 숨진 채 발견 30대男
- ‘협탁 위 폰 조심’…女 동료와 성관계 몰카 찍은 부산국제영화제 직원
- [속보]광명 아파트 주차장서 큰 불…3명 심정지
- “엄청난 수압… 창 안 깼으면 죽을 뻔”
- 홍준표, 이재용 무죄에 “윤석열·한동훈, 두 사냥개 합작품”
- 성매매 알선하며 중무장한 비상타격대까지…경찰, ‘서울 서남권 조폭’ 진성파 39명 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