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언제쯤 집에 갈 수 있나요”···여전히 물에 잠긴 충남

강정의 기자 2025. 7. 1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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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 마련된 예산 고덕중에 41명 머물러
삽교천 인근 주택 대부분 아직도 침수 상태
주민·지자체·정치권 “특별재난지역 지정해야”
18일 충남 예산군 삽교천 인근 주택이 침수돼 있다. 강정의 기자

18일 오전 찾은 충남 예산군 고덕중학교 강당. 10여명의 이재민들이 한 데 모여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당 구석에서 몸을 웅크린 채 지난밤 못다한 숙면을 취하거나 대피소 바깥에서 휴대전화로 지인과 긴박하게 통화를 나누고 있는 이재민도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나온 인근 면사무소 직원은 이재민들의 건강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어보였다.

고덕중은 인근 하포리·용3리·구만2리 등 동네에서 대피한 70~80대 이재민 41명이 머물고 있는 대피소다. 전날까지 39명이 이곳에서 지냈지만 이날 오전에 이재민 2명이 추가로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18일 오후 2시 기준 고덕중을 포함한 충남지역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은 총 2403명(1679가구)이다.

삽교읍 하포리 주민 이현옥씨(60대)는 “지난 16일 새벽부터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위험을 느껴 전날 오전 5시30분쯤 남편과 함께 대피소로 왔다”며 “동네 주민 대부분이 70~80대 고령층으로, 혼자 이동하시기에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있어 함께 모셔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남편이 아침 일찍부터 집 상태를 보러 갔는데, 여전히 집이 침수돼 있었다고 했다”며 “물이 다 빠지더라도 집을 수리해야하는 시간도 필요할텐데, 언제쯤 다시 집에 들어갈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했다.

구만2리 주민 백형숙씨는 “침수된 집 걱정에 대피소에서도 잠 한숨 못 자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며 “구만2리 주민 대부분이 벼농사를 짓고 있는데, 올해에는 폭우 때문에 죄다 망쳐버리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 주민 이지선씨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피해 본 모든 부분을 보상받을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지금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는 것만이 유일한 살 길일 것 같다”고 했다.

18일 충남 예산군 고덕면 고덕중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정의 기자

삽교읍에 있는 삽교천 인근 대다수 주택은 여전히 물에 잠겨있었다. 삽교천 인근에 있는 주택 55동은 전날 오전 6시쯤 삽교천 제방이 붕괴되면서 침수됐다.

인근에서 만난 주민 A씨(80대)는 “19일까지 비소식이 있어 다시 폭우가 내리기 전에 서둘러 복구를 해야겠지만 이미 들어선 물이 빠지지 않아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모든 걸 포기한 채 비가 멈추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삽교천부터 고덕중까지 일부 길거리에는 전기가 끊겼는 지 신호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예산과 함께 많은 비가 내린 공주에서는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번 폭우로 공주에서는 4명이 다쳤고, 가축 5만5620마리와 농림시설 85동 등의 인명·재산피해가 났다.

김구태 공주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공주에서는 유구읍 추계리에 비가 유독 많이 내렸다”며 “추계리 인근 하천이 범람하는 등 일부 주택들이 침수돼 복구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충남 예산군 고덕면 고덕중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한 이재민이 숙면을 취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충남지역 단체장과 정치권에서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18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집중호우 대처 상황 점검 회의에 영상으로 참석해 “수박과 멜론 등 시설하우스 작물은 물이 빠져도 상품성이 없어 피해가 큰 만큼 중앙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도 이날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신속히 대응하고 있지만 강수량이 전례없는 수준인 만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하며, 피해 복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예비비 편성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현 아산시장도 전날 염티초를 찾은 민주당 소속 정청래·한민수·이성윤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요청했다.

아산 신창면에는 지금껏 421㎜가량의 많은 비가 내리는 등 지난 16일부터 아산에서는 공장·도로침수와 산사태 등 317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18일 오후 2시 기준 충남에서는 닭 59만9200마리와 돼지 200마리, 한우 26마리, 젖소 30마리의 축산과 어류 170만마리, 새우 100만마리, 연어 5000마리, 우렁이 152t 등의 수산 피해가 발생했다.

17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용동3리 일대 마을이 이틀동안 쏟아진 많은 비에 침수돼 있다. 2025.7.17 성동훈 기자

이번 폭우로 대전과 세종에서도 각각 1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등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로 추정되는 사고가 잇따랐다.

대전·세종소방본부에 따르면 18일 오전 3시50분쯤 대전 동구 인동에 있는 대전천에서 사람이 빠져 떠내려간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해 수색에 나선 경찰과 소방당국은 2시간25분만인 6시15분쯤 대덕구 세월교 인근에서 숨져 있는 50대 B씨를 발견했다. 수색 당시 하천 수위는 폭우로 불어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약 2시간 전인 오전 1시40분쯤 세종 나성동 다정교 인근에서는 “어떤 사람이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경찰은 인도를 걷던 C씨가 인근에 흐르는 하천인 제천 산책로로 가려고 언덕을 내려가다가 물에 휩쓸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소방당국과 공동 대응으로 헬기와 드론, 인력 50여명을 투입해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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