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중단해도 살 빠진다?" 비만 치료제 새 국면…남성호르몬 개선 효과도

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2025. 7. 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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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ENDO 2025'(미국 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비만 치료 관련 최신 연구들이 잇따라 발표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비만 치료제의 역할이 체중 감량을 넘어 전신 건강 회복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됐다.

특히 비만 치료제를 폐경기 호르몬요법과 병용할 경우 체중 감량 효과가 더 커지고,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개선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을 받았다.

또한, 중단 시 효과가 사라진다고 여겨졌던 GLP-1 계열 치료제도 생활습관 개선과 병행할 경우 중단 이후에도 의미 있는 체중 감소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이목을 끌었다. ENDO 2025에서 발표된 주요 연구 세 편을 정리했다.

출처: ENDOCRINE SOCIETY

① 티르제파타이드+폐경 호르몬요법, 병용 시 효과↑
메이요 클리닉 연구팀은 티르제파타이드와 폐경 호르몬요법을 병용할 경우, 단독 투약보다 더 큰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이 18개월간 폐경 후 여성 120명을 추적한 결과, 병용군은 평균 17% 체중을 감량하며 단독 투약군(14%)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체중을 20% 이상 감량한 비율도 병용군 45%, 단독군 18%로 2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에 대해 "에스트로겐과 내인성 및 외인성 GLP-1 신호 간에 시너지 효과가 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며, 에스트로겐이 GLP-1의 식욕 억제 작용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호르몬 요법을 받는 이들이 비교적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요소가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폐경 후 호르몬 변화로 인해 체중이 증가하고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폐경 호르몬요법과 비만 치료제의 맞춤형 병용 전략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② GLP-1 치료제, 행동치료 병행 시 중단해도 체중 감량 지속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인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는 지속적으로 투약해야 체중 감량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공급 부족, 보험 적용 제한 등의 현실적 문제로 인해 치료 지속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헬스케어 기업 'Calibrate'사가 발표한 연구 결과는 기존 통념을 허물었다. GLP-1 치료가 중단되더라도 생활습관 관리 프로그램을 병행할 경우, 유의미한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GLP-1 치료를 최소 1개월 이상 받은 뒤, 자사의 비만·과체중 관리 프로그램을 1년 이상 이수한 6,392명의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진행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음식, 운동, 수면, 정서적 건강 등 대사 건강의 네 가지 핵심 요소에 집중해 생활습관 변화를 유도하는 커리큘럼으로 구성됐으며, 참가자들은 관련해 2주마다 전문가의 1:1 코칭을 받았다. 참가자 중 72.5%는 치료 중 최소 한 차례 이상 투약 중단을 경험했으며, 11.1%는 두 차례 이상 중단을 경험했다.

분석 결과, 치료 중단 경험이 있는 그룹도 12개월 후 평균 13.7%, 24개월 후에는 평균 14.9%의 체중이 감량됐다. 치료를 지속적으로 유지한 그룹은 동일 기간 각각 17%, 20.1%의 감량 폭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는 있었지만, 기존 인식과는 달리 효과가 완전히 상실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12개월간 단 1~4회만 치료를 받은 참가자들도 평균 10% 이상의 체중 감소를 달성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GLP-1 치료가 단기간 또는 간헐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체계적인 생활습관 개선이 병행될 경우 임상적으로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대해 참가자들이 받은 건강 코칭과 생활습관 교육이 체중 감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각 그룹 참가자들이 해당 프로그램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를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여도 차이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일부 참가자들은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이 역시 결과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한계점이 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약물 접근성이 제한되더라도, 생활습관 변화와 전문가의 코칭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비만 치료제|출처: 클립아트코리아

③ 비만 치료제,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까지 개선
세인트루이스 대학병원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 둘라글루타이드, 티르제파타이드 등 비만 치료제가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성 기능은 물론, 근육량과 근력 유지, 적혈구 생성 등 전반적인 신체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체중 증가나 제2형 당뇨병은 종종 테스토스테론 수치 감소와 연관돼 피로, 성욕 감퇴, 삶의 질 저하 등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테스토스테론이나 호르몬 보충요법 없이 비만 치료제만을 사용한 남성 110명을 18개월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체중이 10% 이상 감소한 남성들 가운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상 범위에 도달한 비율이 53%에서 77%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비만 치료제가 비만 또는 제2형 당뇨병을 앓는 남성의 생식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점도 존재한다. 우선,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증가가 세마글루타이드나 티르제파타이드와 같은 특정 약물 때문이라는 인과관계를 증명하지는 못했다. 또한 약물 복용을 중단한 이후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변화는 측정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체중이 다시 증가할 경우 테스토스테론 수치 역시 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과는 비만 치료제의 사용과 테스토스테론 수치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는 비만 치료와 혈당 조절뿐 아니라, 남성 생식 건강 증진을 위한 전략으로도 이러한 계열의 약물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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