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안보 고차방정식에 소환된 ‘전작권 환수’…시험대 오른 李의 외교력

강윤서 기자 2025. 7. 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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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 시점’ 안규백-대통령실 엇박자…李는 ‘한미동맹 기반 환수’ 공약
위기인가 기회인가…트럼프의 주한미군 규모·역할 변경론이 핵심 변수
美 군함 건조부터 보수까지, 경쟁력 우위 조선업 내세워 ‘패키지 딜’ 뚫는다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3월20일 경기 연천군 임진강 일대 석은소 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K1E1전차가 180m 길이의 연합부교를 건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대통령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못 박은 관세협상 데드라인(8월1일)이 임박한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통상·안보를 망라한 '패키지 딜' 협상 전략을 공개했다. 과연 한미 간 굵직한 안보협력 과제도 협상 카드로 사용될지 촉각이 곤두세워지는 부분이다. 뜨거운 감자가 된 건 전작권 전환 문제다. 전작권에 대해 "패키지 딜과 연계 사안이 아니다"라는 대통령실의 일축에도 이어지는 정부 내 엇박자에 논쟁은 되레 화력이 붙었다. 무엇보다 '전작권 환수' 공약을 내건 이 대통령과 '주한미군 감축' 기류를 내뿜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형태의 줄다리기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전작권 문제는 이번 관세 협상 국면에서 화두로 떠올랐지만, 사실은 20년째 이어진 숙원사업이다. 한미는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연합사령관이 가진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국의 합참의장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고, 2007년 전환 시기를 5년 후인 2012년으로 정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 때(2010년) 북한 문제 등을 이유로 전환 시기를 2015년으로 연기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면서 전작권 전환 방식이 바뀌었다. 기존의 '어느 시기까지 전환'이 아니라 '조건 충족 시 전환'으로 변경하도록 양국이 합의하면서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때 한미 정상은 조건에 기반한 '조속한' 전작권 전환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고, 이후 양국은 매해 연합훈련을 통한 평가, 한미 안보협의회(SCM) 등을 통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전작권 전환 카드, '주한미군 감축'과 연계될까

외교가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전작권 논의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주한미군 규모와 역할을 변경할 수 있다는 기류와 맞물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작권 전환 기회가 왔다는 입장과 신중론이 미묘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전작권 전환 문제를 공론화해 그 빌미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전작권 전환을 단순 주권의 감정적 문제나 유불리 차원으로 인식하지 말고 '군사적 효율성'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7월16일 '제7회 한반도미래포럼 심포지엄' 이후 기자와 만나 "우리가 (다른 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원조를 안 받고 있다면 모르지만, 예컨대 위성 등 정보 분야에서 미국에 압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작권을 전환할 때 군사적 효율성 문제를 면밀히 고려해 봐야 한다"며 "한반도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한국이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느냐는 차원에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어차피 전작권을 찾아와야 한다면 한국군의 작전지휘 능력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빨리 찾아와서 자주국방 역량과 우리 군의 주인의식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도 같은 자리에서 "전환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은 우리 군을 더 강하게 만드는 길"이라며 "한미 간 연합 임무 목록 등을 충분히 충족하면서 전작권 전환 전후로 전력 증강을 한다면 앞으로 3~4년, 즉 임기 이내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통상 보수진영 인사들은 전작권 전환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천 이사장과 신 전 차관의 발언은 더 주목된다.

전작권을 돌려받기 위해 충족할 조건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구체적으로는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등이다. 여기에 전환 시점의 정세에 대한 평가가 별도로 이뤄지는데 한국은 아직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연합뉴스·DP 연합

안규백 "5년 내 전작권 전환" 대통령실 "개인의견"

이재명 정부의 입장은 어떨까. 이재명 정부에서 외교·안보 트로이카로 꼽히는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은 전작권 전환 추진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단 이들 모두 구체적인 '전환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위 실장은 최근 양국 간 전작권 전환 논의 여부에 대해 "국방비를 포함해 논의 대상 중 하나다. 그 논의는 조금 더 길게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장기적 현안으로, 새로운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7월17일 인사청문회에서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 한미 간 합의한 조건들에는 우리 군의 역량, 한미 연합태세 그리고 북한을 포함한 국제정세 이런 것들이 있다"며 "각 조건을 아주 면밀히 검토해 나가면서 그 시기를 확정 지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정원장이 전작권 전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그의 저서 《칼날 위의 평화》에 잘 담겨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비망록인 해당 책에서 "작전통제권이라는 것이 전쟁이 발발한 경우 국가 수호를 위해서 필요한데, 평상시에만 통제권을 갖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노 대통령이 전작권 환수를 강력하게 추진한 건, 그것이 자주국방을 말하기 이전에 주권국가의 보편적 기능을 구비하는 정상국가화의 필수 과정이기 때문"이라며 "전작권 환수는 한미 관계를 정상적이며 균형적이고 우호적인 동맹관계로 발전시키는 과정이자, 동시에 건강한 한미 관계의 발전을 향한 중대한 전기"라고 했다.

현재로선 정부의 확실한 입장은 전작권 전환 추진 논의는 이번 한미 관세협상의 '패키지 딜'과 연계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전작권 전환 가능성에 대한 일각의 해석에 "(현재) 한미 간에 진행되고 있는 전작권 전환 협의가 전혀 없고, 개시한 바도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후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7월16일 "이 대통령 임기 중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개인 의견"이라며 엇박자를 보이기도 했다.

정부가 이런 혼선을 보인 배경에는 전작권 전환을 대미 협상 카드로 본격적으로 내세우기엔 시기상조라는 기류가 반영된 모습이다.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은 공약으로 '굳건한 한미 동맹 기반 위에 전작권 환수 추진'을 내걸었는데, '전환'이 아니라 '환수'라는 표현을 사용해 주도권을 되찾는다는 취지를 내비쳤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도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시점, 완급, 조건은 제시하지 않았다. 집권 이후부터는 명칭 변경 등 전작권 안건을 두고 '트럼프 2기 행정부'라는 예측하기 어려운 국제정세를 고려해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귀국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7월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방미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李의 협상 카드 조선업, 트럼프와 '비즈니스 딜' 준비한다

정부가 미국에 제시할 안보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전작권 전환, 방위비 분담금 등 중장기적 안건을 함께 검토할 것이라는 가설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시나리오가 있다. 바로 '방위산업 협력'이다. 이는 정부가 이번 관세 협상에서 한미 관계에 얽힌 통상·투자·구매는 물론 안보 분야까지 망라하겠다고 내세운 '패키지 딜'을 실현하기에 가장 현실적인 접근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카드를 갖고 있는 한국이 방위산업으로 협상의 물꼬를 틀어 '원샷 빅딜'까지 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패키지 딜'은 현재 '외교·통상 투톱' 위성락 실장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중심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 전략은 통상 차원에서 부족한 협상 레버리지를 산업과 연계된 안보 분야를 통해 최대한 확보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와 동시에 안보적 협력의 범위를 넓히고 그 산업적 연계 고리를 결속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여당은 현재 국내 주력 산업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 사항인 조선업을 비관세장벽 문제를 해결할 최우선 카드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 군함 보수, 수리, 정비 등 미국이 가장 크게 협력을 원하는 분야(조선업)에서 한국이 갖는 비교우위와 관련해 대미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단순히 '동맹국 외교'를 넘어 '비즈니스 외교' 차원으로 협상을 가져갈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들 입장을 종합하면, 중국은 새로운 배를 연간 1800여 척까지 만들 수 있는 반면 미국은 제조업 붕괴로 100척도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800여 척까지 만들 수 있다. 안보와 경제가 연결된 조선업에서 한국이 미국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면, 미국도 한국이 원하는 부분에서 일정한 양보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전략적 시나리오다.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를 추진할 협상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데드라인을 8월1일로 못 박은 상황에서 이때까지 무역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이번 달 초 세계 각국에 발송된 '관세폭탄 서한'에 명시된 것처럼 관세가 부과된다. 한국에는 '25% 상호관세'가 붙게 된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과 아직 정상회담을 진행하지 못한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일부 외교 전문가는 늦어지는 정상회담을 두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심상치 않은 시선을 거두는 작업이 난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백악관이 이 대통령 당선 관련 논평에서 "중국의 개입과 영향"을 언급한 것은 그간 이 대통령의 중국 관련 언행 및 행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의구심을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상회담 시점을 두고 정반대 시각도 있다. 외교부 고위급 관료 출신인 한 외교통은 "한미 정상회담은 중요한 이슈들이 다 타결된 다음에 추진하는 게 더 안정적일 수도 있다"며 "대개 일찍 하는 게 좋은 줄 아는데 큰 이슈가 타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 대통령끼리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싸울 경우 향후 외교관계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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