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 할머니에게도 사정은 있다 [.txt]

최윤아 기자 2025. 7. 1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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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경계하게 되는 이웃 하나쯤은 있다.

'우리 아파트 욕쟁이 할머니' 속 할머니도 그런 흔한 이웃이다.

"우리 아파트에는 항상 모두를 혼내는 할머니가 살고 있었어요. 할머니네 집 문구멍조차 쳐다보는 사람들을 꾸짖는 것 같았어요."

'파티'보다는 '파국'과 어울리는 욕쟁이 할머니가 그곳엔 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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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욕쟁이 할머니 l 아르튀르 드레퓌스 글· 에글랑틴 클루망 그림, 양진희 옮김, 우리들의행성, 1만5000원

누구에게나 경계하게 되는 이웃 하나쯤은 있다. 채 타지도 않았는데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누르는 이, 꼬마가 수줍게 건넨 인사를 받고도 애써 딴청 부리는 이….

‘우리 아파트 욕쟁이 할머니’ 속 할머니도 그런 흔한 이웃이다. “우리 아파트에는 항상 모두를 혼내는 할머니가 살고 있었어요. 할머니네 집 문구멍조차 쳐다보는 사람들을 꾸짖는 것 같았어요.”

할머니는 택배 기사가 초인종을 너무 길거나 짧게 누른다고, 택배 상자가 구겨졌다고 “멍청이, 찌질이”라고 욕을 퍼붓는다. 아이들이 아파트 복도에서 조금만 떠들어도 별안간 튀어나와 버럭 신경질을 낸다.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부모님들에게 아이들 교육 제대로 시키라고 소리쳤어요.”

택배 아저씨도, 어른들도, 할머니를 슬금슬금 피하고, 수군수군 험담하지만 아이는 궁금하다. “할머니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심술밖에 없었을까요? 어렸을 때도 성질이 그렇게 고약했을까요? (…) 할머니는 행복했을까요, 불행했을까요?”

아이는 할머니의 하루를 뒤쫓는다. 1분 늦은 버스 기사, 버스 통로에 선 승객에게 연달아 싸움을 건 할머니가 향한 곳은 ‘파티 파티’라는 이름의 파티용품점. ‘파티’보다는 ‘파국’과 어울리는 욕쟁이 할머니가 그곳엔 왜 갔을까. 창문으로 가게를 엿본 아이는 뜻밖의 장면을 마주한다. “먼지 한 톨이라도 또 눈에 띄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곳에서 욕쟁이 할머니는 욕받이가 되어있었다. 그 사납던 할머니가 고용주의 폭언에 대꾸 한번 못하고 눈물을 떨구는 모습에 아이는 얼어붙는다.

며칠 뒤 아이는 욕쟁이 할머니를 위한 파티를 기획한다. 할머니의 퇴근길, 이웃들은 “고생하셨어요!” 라고 외치고 아이들은 할머니 집 앞에 쪽지, 종이배, 색색의 장식끈, 과자 등을 둔다. 할머니는 그것들을 싹 다 쓰레기장에 내놓는다. 단 하나만 제외하고.

한 사람에게 여러 얼굴이 있다는 것, 그런 얼굴을 할 수밖에 없는 여러 사정이 존재한다는 것, ‘약한’ 사람이 ‘악한’ 사람이 되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는 것을 아이는 이 책을 읽으며 어렴풋이 느끼리라. 한 인간의 ‘지침’이 ‘빡침’으로 전환되는 건 순식간이고, 그 과정에서 가장 만만한 어린이가 유탄을 맞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도. ‘권선징악’이라는 직선적 메시지에만 익숙한 어린이에게, ‘약자’와 ‘악자’의 얼굴을 수없이 갈아 끼우는 순환적이고도 입체적인 인간상을 접할 기회를 주는 책이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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