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상가 초토화, 어떻게 사나”… 괴물폭우에 삶이 잠겼다
▲ ‘인명피해’ 충남 당진·서산
고삼천 둑 터지며 민가 덮쳐
“농기계 침수, 올 농사 글렀다”
▲ ‘하루 440㎜ 역대최대’ 광주
신안교 허리까지 빗물 차올라
“짐도 못 챙긴 채 집 뛰쳐나와”
▲ ‘금호강 저지대 침수’ 대구
흙 뒤집어쓴 차량 도로 방치
“고무보트 안 왔으면 죽을 뻔”

서산=이현웅·광주=김대우·대구=박천학 기자
“폭우가 우리의 터전을 모두 집어삼켰어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16일 0시부터 18일 오전 6시까지 충남 서산시에 519.3㎜, 전남 나주시에 445㎜, 광주광역시 442㎜, 충남 홍성군에 437.6㎜ 등 충남·서해안과 남부지방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서산의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114.9㎜에 달했는데, 기상청조차 “서산의 시간당 강수량은 100년에 한 번 있을 수준”이라고 놀랐을 정도. 수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앞으로의 삶을 걱정하며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100년에 한 번’ 호우로 초토화된 서산·당진 = 18일 충남 서산시 운산면 수당리 인근 마을은 폭우로 초토화됐지만 복구 작업 진행은 더뎠다. 고삼천 둑이 터지면서 엄청난 양의 물이 인근 민가를 덮친 것이다. 지붕까지 잠겨 집을 버리고 마을회관에서 지내고 있는 이모(여) 씨는 “적십자사에서 피해 상황을 확인하러 왔는데 엄두가 안 났다”며 “오늘 두 분 정도 복구를 돕는데 언제 집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지었다.
서산시 음암면 도담천 변에서 농사를 짓는 조모 씨는 “올해 농사는 다 망쳤다”며 “농기계와 비닐하우스가 전부 망가져 내년 농사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보였다. 기자를 만난 조 씨의 옆으로 물에 잠긴 논과 밭의 모습이 보였다. 조 씨의 집 마당에 있던 3m 높이의 물탱크 두 대는 물에 200m나 떠내려갔다.
서산 못지않게 폭우 피해가 큰 충남 당진시에서는 이재민 60여 명이 당진초등학교에 임시로 머물고 있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당진 전통시장 인근 주민들로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이다. 당진 전통시장 일대를 삼켰던 빗물은 전부 빠진 상태지만, 이들의 삶의 터전은 폭우에 휩쓸려 갔다. 이재민 박모 씨는 “가구는 전부 버려야 될 거 같고, 다시 살 수 있을 만큼 청소를 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진 전통시장 역시 이번 물난리로 큰 피해를 입었다. 곳곳에 냉장고와 의자 등이 침수된 채 나뒹굴고 있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나연(여·65) 씨는 “저울도 안 되고 냉장고도 전부 침수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일부 상인들은 이번 물난리가 ‘인재’라고 주장했다.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지난해에도 비가 많이 와서 물이 찼었다”며 “빗물 펌프 등 배수 시스템을 잘 구비해뒀으면 이렇게까지 피해가 컸겠나”며 분통을 터뜨렸다.

◇‘관측 이래 최대 폭우’ 덮친 광주 = 17일 오후부터 광주 도심에도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곳곳이 물에 잠기고 하수구와 맨홀에서 물이 역류했다. 16일 자정부터 18일 오전 5시까지 광주의 누적 강수량은 442㎜를 기록하며 1939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광주 서구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김희순(54) 씨는 “가게 앞 도로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고 물살이 너무 거세 문도 열 수 없는 지경이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폭우는 순식간에 광주를 마비시켰다. 17일 광주 북구 신안교 인근에는 빗물이 허리춤까지 차오르면서, 사람이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광주도시철도 1호선 상무역은 전날 오후 5시쯤 역사가 침수돼 농성역∼광주송정역 구간의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가, 18일 첫차부터 운행이 재개됐다.
광주시는 수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 경로당·문화센터·민간 숙박업소 등을 활용, 10여 곳의 긴급 대피소를 운영하고 있다. 대피소에서 만난 이모(43) 씨는 “갑자기 물이 발목까지 차올라 아이들을 데리고 짐도 못 챙긴 채 뛰쳐나왔다”며 “잠깐 피할 곳이 있어 다행이지만 집 생각을 하면 막막하다”고 전했다.
◇금호강변 저지대 침수된 대구 = 이날 오전 대구 북구 금호강변 노곡동에서는 주민들이 전날 내린 기습호우로 피해를 입은 주택과 상가에서 물청소를 하고 있었다. 흙탕물을 뒤집어쓴 차량들은 도로변에 방치돼 있었다. 김모(72) 씨는 “물이 순식간에 집을 덮치고 목까지 차올랐다”며 “마을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119 구조대원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출동하지 않았더라면 큰 인명피해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 사이 이 일대에는 117㎜의 비가 내렸으며, 전날 오후 2시쯤엔 한 시간 만에 34.5㎜가 쏟아졌다. 저지대 마을에 순식간에 빗물이 차오르면서 주택과 상가 20여 채와 차량 40여 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주민 20여 명은 119 구조대원 등에 의해 구조됐다. 주민들은 “빗물이 제때 빠지지 않으면서 피해가 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당연히 가동돼야 할 ‘제진기(除塵機)’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진기는 배수펌프에 유입되는 물에서 쓰레기나 나무 등 부유물질을 걸러내는 장치다. 서산=이현웅 기자
광주=김대우·대구=박천학 기자
이현웅·김대우·박천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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