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치관을 발견하는 말버릇…“말버릇에서 그 사람의 생각이 보인다” [Mind Note]

2025. 7. 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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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둘러보던 엄마가 혼잣말을 하신다. “아, 저것도 얼른 먹어야 되는데 그대로네? 유통기간 다 되어 가는데, 큰일이야~” 듣고 보니 별일 아니다 싶어, “에이~ 못 먹으면 그냥 버리면 되지, 뭘 또 큰일이라고까지 하세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가만 보면 그거 엄마 말버릇이더라~”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 지 사나흘이 되면서 아침에 괜히 침대에서 얼마간 더 뭉그적거렸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을 때 겨우겨우 몸을 일으키며 나도 모르게 뱉은 말. “아휴, 요새 왜 이렇게 일어나기가 싫어?! 큰일이네, 큰일이야!” 어머나. 누가 누구를 지적하고 놀렸던 것인지?!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그 정도 늦게 일어난다고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것도, 회사에 지각을 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갑자기 더워진 날씨, 부쩍 많아진 업무를 생각하면 충분히 피곤하고 다소 게으름도 피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며칠 리듬이 깨졌기로서니 그게 뭐 그리 큰일이겠는가. 그런데도 ‘큰일이야’란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온 것이다.

(일러스트 프리픽)
가족치료 창시자인 머레이 보웬(Murray Bowen)은 ‘사람은 원가족 내에서 감정 패턴을 학습하고 성격, 정서 반응 등을 형성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기념일에 모든 가족이 한데 모여 식사하고 축하를 나누는 문화에서 자라난 사람과 그런 날에도 각자 개인 플레이를 하는 게 자연스러웠던 사람은, 성인이 되어 기념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당연히 말투나 말버릇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필자가 큰일이란 말을 버릇처럼 쓰는 이유도 일면 엄마에게 자연스레 배운 것일 수도 있다.

여기서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런 말 속에 숨어있는 ‘자동적인 사고(Automatic Thoughts)’에 있다. 본래 언어란, 그 사람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생각과 가치관에는 원가족으로부터 오래 형성되어 온, 더 나아가 스스로 살면서 고착시켜온 인지적인 틀(Frame)이란 게 있다. 즉, 생각에도 길이란 게 있어 자꾸 가던 길로 가려 하고(자동적인 사고), 그 길이 습관적으로 표현되는 것(말버릇)이다. 고백하건대 필자의 ‘큰일’이란 말에는 부정적인 일을 대했을 때 지레 크게,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담겨 있다. 유사하게 많이 하는 말버릇으로 ‘대충’, ‘여튼’이란 것도 있는데, 여기엔 복잡한 걸 외면하고 싶은 회피성이 숨어있다.

당신의 말버릇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안에는 어떤 자동적 사고가 있는가? 지금의 내겐 쓸모 없고 도움도 안 되는 것이 있다면 의식적으로 “STOP!”을 외쳐보자. 우린 다 큰 성인이니까 다른 생각의 길로 가볼 수 있고, 그리하여 말버릇도 바꿀 수 있다. 대충(!) 보웬 선생의 주장이 그거다.

[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 『마흔,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저자) 일러스트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9호(25.07.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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