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나는 올해도 평화대행진 참가한다

김이수안 2025. 7. 1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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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주생명평화대행진] ④ 대안교육기관 보물섬학교 8학년 김이수안

제주의 평화, 온 세상의 평화를 위한 뜨거운 발걸음.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올해도 진행됩니다. 2012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올해는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진행됩니다. 2025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은 기동함대사령부 창설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는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에서 출발하여 난개발로 위협받는 송악산과 알뜨르를 지나 한림과 애월을 거쳐 제주시까지 걷습니다. 제주해군기지와 제2공항으로 공동체가 파괴되고 군사기지화 되어 가고 있는 제주를 지키기 위한 2025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4회에 걸쳐 언론에 기고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지킬 수 있죠. 세상에 지지 말아요

안녕하세요. 보물섬 학교 8학년 김이수안입니다.

제가 평화대행진 때마다 들은 노래 중에 '세상에 지지 말아요'라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그 노래 중 제가 좋아하는 가사는 '세상이 만만하진 않지만 우리도 만만하진 않잖아요. 우리는 우리를 지킬 수 있죠. 세상에 지지 말아요.'라는 가사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이 만만하진 않습니다. 저희가 평화를 위해 걷는 활동에도 화를 내고 쓸데없는 일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제주의 평화, 지구의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그냥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평화대행진을 하며 목소리를 냈습니다.
제가 처음 평화대행진에 참여한 것은 초등학교 1, 2학년 때였습니다. 그때의 저는 제가 걸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막연히 짐작했을 뿐입니다.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해야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강정과 우리 제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언니, 오빠들을 따라 열심히 걸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는 학교에서 강정 해군기지나 제2공항에 대한 이야기들을 배웠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자연 생물들은 생각하지 않는 정부의 난개발에 대해 화가 많이 났습니다. 어릴 때의 저조차 알고 있던 생명의 소중함을 정작 어른들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 어린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친구들과 제2공항이 지어질 오름들을 돌아다니며 수업도 하고, 지구를 지켜달라는 전시도 하는 등 제주와 우리 지구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강정 해군기지는 이미 지어진 터였고 지구를 지켜달라는 우리의 목소리가 전해지는 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2022년에는 저희 보물섬학교가 오등봉 개발로 인해 사라질 거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까지는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었던 난개발이 저희 앞으로 확 다가온 순간이었습니다. 선배들은 직접 개발 구역을 다니며 멸종위기종 동식물들을 찾았고, 우리는 학교 앞에서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학생들이 공부는 안 하고 뭐 하는 거냐"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2024년 14살 때, 저는 다시 평화대행진을 참가했습니다. 이번에는 가기 전에 강정과 제2공항에 대해 공부를 한 번 더 하고 갔습니다. 공부를 할 때도 부당하게 지어진 해군기지에 대해 화도 나고 사라진 것들에 대한 걸로 마음이 아팠지만 직접 가서 해군기지를 볼 때는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한때는 수많은 생명들을 품고 마을의 평화를 지키고 있던 구럼비는 보이지 않았고, 그 자리에 있는 건 평화가 아닌 전쟁을 위한 군사기지였습니다. 제주의 자연과 평화가 인간의 욕심 때문에 망가져 가는 모습은 매우 마음 아픈 광경이었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조금이라도 바꿔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생 신분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기에 평화대행진이라도 참가해 열심히 걷고 목소리를 내 보았습니다. 
솔직히 걷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8월 무더운 날에 하루 20km 넘게 걷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지어진 건데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한다고 해서 뭐가 바뀌냐, 지금 행동들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는 등 수많은 반대 의견들도 들었습니다. 1, 2학년 때의 멋모르고 언니, 오빠들을 따라 걷던 저였다면 이런 말들을 듣고 걱정하고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라며 불안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반대의 말 몇 마디를 듣는다고 꺾일만한 다짐으로 평화대행진에 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렸을 때와는 달리 제주의 평화와 환경, 안전 등을 내 손으로 조금이라도 지켜나가겠다는 다짐을 가지고 걸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의 행동을 반대하고 저희에게 화를 내는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희가 걷는 걸로 당장 해군기지가 사라지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앞으로 있을 불법적인 난개발들은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입니다. 저희가 하는 행동이 당장 주민들에게는 불편을 줄 수도 있지만, 이 행동들 덕에 우리의 미래에 있을 피해들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평화대행진을 참여하는 동안 사람들과 함께 걸으면서 연대의 힘을 느꼈습니다. 함께 구호를 외치니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혼자였으면 절대 걷지 못했을 길을 같이 걸으니 끝까지 걸을 수 있었습니다. 더운 날씨였고 첫날에는 비가 오는 바람에 다 젖어서 힘들었지만 곁에서 할 수 있다며 응원해주는 분들 덕에 열심히 걸을 수 있었습니다. 다들 많이 힘들었겠지만 끝까지 함께 걸어준 많은 분들 덕분에 저도 힘을 내어 끝까지 걸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제주의 환경과 생명들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다 같이 연대해서 걸었습니다. 또한 같이 걷는 사람들 외에도 대행진 내내 저희에게 맛있는 밥을 제공해준 분들과, 짐을 옮겨주는 분들, 물과 간식을 나눠주고 후원해준 분들,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준 여러 고마운 분들이 저희 곁에 있었습니다. 덕분에 대행진을 끝까지 무사히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같이 걷지는 못하더라도 여러 사람들이 우리를 응원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따뜻함을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아직 평화에 대한 극적인 변화를 겪지는 못했습니다. 해군기지도 크게 변화한 점이 없고, 제2공항도 계속해서 계획을 진행시키려 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저희는 만만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가 연대해서 내는 힘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러니 계속 연대하며 노력한다면 큰 변화들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대안교육기관 보물섬학교 8학년 김이수안.

2025년에도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평화대행진이 진행됩니다. 올해 평화대행진에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걸으며 제주의 자연과 평화를 지킬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올해는 작년에 강정과 제주에 대해서 배우고 평화대행진에 참가하면서 느꼈던 것을 실천하고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위에 말한 바람들을 가지고 저는 2025년에도 다시 한번 평화대행진에 참가할 것입니다. 2025년 평화대행진도 모두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