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역사는 ‘민주당 정부’의 역사적 업적…李, 인사청문회 개혁해야 [최병천의 인사이트]
‘역대급’으로 부실한 청문회…“전원 통과 목표? 그 자체로 오만하게 보여”
(시사저널=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7월14일부터 18일은 '인사청문회 슈퍼위크'였다. 총 17명의 인사청문회가 한꺼번에 몰렸다. 새 정부는 참신하고 포용적인 인사를 통해 점수를 얻기도 하고,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분노와 짜증을 유발하며 점수를 잃기도 한다. 인사청문회는 새 정부가 맞는 집권 초반 최대의 뉴스거리다.
궁금증은 4가지다. 먼저 인사청문회는 왜, 언제 도입했을까? 둘째, 청문회 도입 이후 주요 낙마 사유는 무엇일까? 셋째, 현재 진행되는 '인사청문회의 정치학'을 어떻게 평가할까? 넷째, 제도적 개선 방안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한국 정치사에서 인사청문회 제도는 언제부터, 왜 도입했을까? 헌법에는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는 직책들이 존재한다. 국무총리가 대표적이고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등이 해당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출범했던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는 이들에 대해 국회 동의를 구했지만, '적임자'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자료 제공과 검증은 부실했다. 자연스럽게 인사청문회 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DJ, '여소야대' 구도에도 인사청문회 도입
인사청문회 제도는 김대중 정부 때 처음 도입됐다. '정치 개혁'을 추구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이었다. 2000년 2월 국회법 개정을 통해 청문회 제도를 도입했다. 최초의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이한동 국무총리 내정자였다. 2002년 10월에는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했다. 처음에는 '헌법상 국회 동의를 받는 공직자'를 대상으로 했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대법관, 국무총리, 감사원장 등이다. 김대중 정부는 '여소야대' 정부였다. 청문회 도입 이후 국무총리로 지명했던 장상과 장대환이 연속으로 낙마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원내 과반'을 내세워 실력행사를 한 것이다. 거꾸로 보면, 김대중 정부는 '정치적 불리함'에도, 정치 발전을 위해 청문회 제도를 도입했음을 알 수 있다.
2003년 2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다. 김대중 정부가 인사청문회를 '처음' 도입한 정부였다면, 노무현 정부는 '대폭 확대'한 정부였다. 역시 정치 개혁의 일환이었다.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리던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을 추가한다. 2004년 총선 이후에는 청문회 대상자를 모든 국무위원, 헌법재판관 전원,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확대한다. '한국형' 인사청문회 제도는 이 시기에 골격을 갖추게 된다. 청문회 제도의 도입 및 확대 그 자체가 '민주당 정부'의 역사적 업적이었다.
둘째, 인사청문회에서 주요 낙마 사유는 무엇이었을까? 《표》는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역대 낙마자 전체 명단을 정리한 것이다. 가장 많은 낙마 사유는 부동산 투기였다. 그 밖에는 금전적 부당이득, 거짓말, 논문 표절 등이 많았다. 의외로 병역비리 낙마자는 거의 없다. 병역비리는 특성상 서면자료로 필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부동산 투기로 낙마 위기에 몰린 사람은 없다. 청문회 역사가 쌓이면서 '부동산 투기자는 안 된다'는 국민적 학습효과가 작동한 결과다. 미국의 청문회 제도와 비교하면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일취월장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셋째,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청문회의 정치학'을 어떻게 평가할까? 먼저 국민의힘의 '정치적 무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진행되는 인사청문회는 증인과 자료 제출이 역대급으로 부실하다. 그간에도 문제가 많았지만 이번은 특히 심하다. 언론은 이를 두고 '맹탕 청문회'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 입장에서 인사청문회는 '정치적 투쟁의 공간'이다. 동시에 청문회는 장관 후보자가 적격인지를 확인하는 대국민 검증의 공간이기도 하다. 청문회 슈퍼위크가 시작될 때 최대 논란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였다. 국민의힘은 '증인 출석 요구'를 더 강하게 압박했어야 한다. 만일 주요한 증인 출석을 요구조건으로 내걸고, '조건부 전면 보이콧'을 표방했다면 여당 역시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맹탕 청문회'가 된 일차적인 책임을 국민의힘의 '정치적 무능'으로 보는 이유다. 물론, 민주당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맹탕 청문회' 책임엔 국힘의 '정치적 무능'도
애초 민주당은 청문회 대상자 '전원 통과'가 목표라고 밝혔다. 목표 자체가 '오만한' 것으로 비춰진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문제 있는 사람은 낙마하고, 방어 가능한 사람은 통과하는 게 순리다. 전원 통과를 표방하는 것은 '민심에 반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오인될 소지가 다분했다.
최대 논란의 대상은 강선우 후보자와 이진숙 후보자였다. 이들은 "청문회 자리에서 소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문회 이후 논란은 오히려 더 커졌다. 대통령실에서도 두 후보자의 거취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다. 시기는 주말이 유력해 보인다.
넷째, 청문회 제도의 개선 방안이다. 한국 청문회의 문제점으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책 역량' 검증은 부실하고, '도덕성 검증'에 치중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자료 제출이 부실하고, 후보자의 허위진술이 많다는 점이다.
정책 검증을 강화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도덕성 청문회'와 '정책 청문회'로 분리해 진행하는 것이다. 미국이 정책 역량 중심으로 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도덕성 검증에 대한 사전심사가 그만큼 강력하고, 자료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상황이 약간 다르다. 급격한 압축 성장으로 인해, 과거에는 '용인되던 탈법적 관행'이 어느새 불법이 된 경우가 많다. 유독 도덕성 검증이 심한 이유 중 하나다.
자료 제출과 허위진술을 줄이는 방법도 미국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인사진술서에 "의도적으로 허위진술을 할 경우, 연방법에 따라 처벌된다"는 내용이 명기되어 있다. 후보자는 출석과 함께 '허위진술 시 처벌된다'는 선서를 진행하고, 인사청문회법에 처벌과 고발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인사청문회는 '민주당 정부'가 발전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인사청문회 정국이 끝난 후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듯 이재명 대통령의 업적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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