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떠나는 곳에서 찾는 도시로···동해선 따라 관광시대 개막

신섬미 기자 2025. 7. 1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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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 K-관광의 미래 '로컬들 매력을 잇다']
(1) 철도왕국 일본서 찾는 '지역 관광' 미래
올해 1월 부산~강릉을 연결하는 동해선 ITX-마음이 개통했다.
올해 1월 부산~강릉을 연결하는 동해선 ITX-마음이 개통했다.
올해 첫날 동해안 푸른선을 따라 자리한 도시들이 한줄 궤도로 연결되며 한층 가까워졌다. 부산~강릉을 연결하는 동해선 ITX-마음이 개통하면서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인 건데, 단순한 교통 편의성 확대를 넘어 동해축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관광시대의 개막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서울 등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인구 감소와 정체된 지역경제로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요즘, 휑해진 골목 곳곳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희망의 선로가 놓인 셈이다. '철도'와 '관광'이라는 공통점을 통해 지역의 숨은 매력을 알릴 수 있는 해법을 찾아 울산매일신문, 경북매일,강원도민일보 3개의 언론사가 공동으로 취재에 나섰다. 일본 등을 찾아 서로 다른 풍경과 이야기를 지닌 도시들의 고유 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지속 가능한 지역 활력으로 이끌어 낼 돌파구를 함께 모색한다. 편집자주
일본 교토역에 다양한 철도가 다니고 있다. 울산매일신문 조나령 PD

# 지역 경제 살릴 마중물

동해안을 따라 만날 수 있는 도시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관광도시'라는 타이틀이다. 울산은 '문화관광도시'를, 포항은 '해양관광도시', 강원도 삼척과 강릉은 각각 '천만관광도시', '국제관광도시'를 추구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의 중심 도시들이 너나없이 관광 산업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이 겪고 있는 침체된 경제를 살릴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많이 방문할수록 이들이 소비하는 다양한 비용은 곧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촉매제가 된다. 지난 2월 발간된 야놀자리서치의 '관광, 침체된 지역경제 깨운다: 지역관광 활성화 조건을 찾아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과 2023년 두 해를 비교한 결과, 관광객이 증가한 31개 기초자치단체의 생산유발 효과는 최소 600억원에서 최대 7,000억원에 달했다. 고용 창출 효과도 최대 8,000명에 이를 만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고도 강력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파른 인구 소멸을 겪는 지역이 '떠나는 곳'이 아닌 '찾아오는 곳'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행객들로 인한 외부 인구의 유입은 생활 인구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곧 정주 인구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된다. 결국 지역 관광 활성화는 단순한 여가 소비를 넘어, 인구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의 생존 전략이자 수도권 인구 집중이라는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그 중심에 '교통'이 있다. 교통 인프라 확충은 지역 관광의 저변을 넓히고, 나아가 지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올해 초 전 구간 개통된 동해선 ITX-마음이 바로 그 역할을 수행하며, 침체된 지역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한 궤도를 따라 연결된 소도시들은 지역을 살릴 'K-관광'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준비하거나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킬러콘텐츠는 등장하지 않았다.
신오사카역은 평일에도 발 디딜틈 없이 붐빈다.
하루종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는 오사카 도톤보리.
하루종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는 오사카 도톤보리.

# 오사카 '오버투어리즘', 지역 상생 길 연다

일본도 일찍이 지역 인구 감소로 소멸 문제를 겪고 있는데 그 해결법으로 '관광'에 집중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관광이 경제 활성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철도의 왕국이라 불릴 만큼 소도시 구석구석 촘촘히 노선이 잘 짜여져 있어 편의성 측면에서 여행객들의 높은 만족도를 끌어냈고, 이는 비교적 덜 알려진 소도시로의 방문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기반이 됐다. 잘 갖춰진 교통망에 명확한 관광 테마가 더해지면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철도와 콘텐츠를 접목해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관광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탁월한 전략은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로서 주목할만하다.

일본에는 다양한 철도회사가 운영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대 철도 운영사 JR그룹은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6개의 지사가 분리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JR서일본(West)은 약 5,000km에 달하는 혼슈지역의 서쪽 절반 정도에 깔린 철도망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호쿠리쿠 신칸센 가나자와-쓰루가 구간을 개통해 오사카, 교토로 대표되는 간사이 지역에서 도야마, 쓰루가 등 호쿠리쿠 지역을 빠르고 편리하게 오갈 수 있게 됐다.

공동취재단은 이 신칸센을 비롯한 일본의 철도망을 직접 이용해 여러 소도시를 방문하며 동해선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시사점을 살펴봤다. 그 출발지는 오사카다. 취재진이 현지에서 만난 오사카 관광국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 전체 입국자의 약 26%가 간사이공항 통해 들어왔는데 이는 후쿠오카(20%)와 나리타(19%)를 제치고 가장 높은 수치다. 수도인 도쿄로 향하는 나리타 공항보다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오사카를 찾는 셈이다.

오사카는 인구 소멸을 우려하는 여타 지역들과 달리, 관광객 포화로 '오버투어리즘' 문제에 직면한 대표 도시가 됐다. 인파에 지친 도심은 수용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오사카부는 관광의 무게를 인근 소도시로 분산시킬 돌파구를 고민하고 있는데 철도가 실질적인 연결축이 되고 있다. 캐리어를 끄는 여행객들로 발 디딜틈 없이 붐비는 오사카역과 신오사카역은 촘촘한 철도망을 바탕으로, 외연을 넓힐 관광 전략이 실현될 준비를 마쳤다.
공동취재단이 일본 현지에서 오사카 관광국 이사장 및 관계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울산매일신문 조나령 PD
오사카 엑스포 캐릭터를 상징하는 인형을 쓴 오사카 관광국 이사장 미조하타 히로시. 울산매일신문 조나령 PD

철도는 관광의 핵심 인프라

  오사카 관광국 이사장 미조하타 히로시 인터뷰  
"관광은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종합정책전략이며, 철도는 떼어놓을 수 없는 핵심 인프라다. 탄소중립 실현은 물론 지역 체험과 경험을 통한 발전의 발판이 된다."

일본 현지에서 만난 오사카 관광국 미조하타 히로시 이사장은 지역 소멸과 관광, 철도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사장은 일본 역시 수도 도쿄의 집중 현상과 고령화에 따른 지역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사카는 연일 관광객 수 최고치를 경신하며 활기를 띠고 있다. 전 세계인들이 오사카를 찾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전체의 자원을 브랜딩하고 이를 통한 확실한 체계를 구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지역마다 음식, 풍경, 생활양식, 문화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기획과 전략을 잘 짜야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에 성공한 오사카는 오히려 관광객 과밀화로 고민이 깊다. 이에 해결책으로 철도를 꼽았다.

그는 "오사카의 가장 큰 과제는 유입된 관광객을 주변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분산시키는 것"이라며 "관광과 교통의 중심지인 허브로서,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철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잘 구축된 철도망은 오사카와 다른 지역 간의 연결을 원활하게 하고 이는 지역 간 상생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새롭게 개통된 신칸센은 단순히 이동 시간을 단축시킨 것을 넘어, 더 많은 사람이 다른 지역으로 발길을 옮기게 만드는 동기를 마련한 것"이라며 "일본에서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중요한 관광 비즈니스 콘텐츠"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철도의 중요성이 크다 보니 오사카 관광재단에는 철도회사 직원이 직접 파견돼 업무를 함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사카부는 철도회사와 민간이 팀을 이뤄 요금 책정,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다"라며 "그 일환으로 철도회사 직원이 관광재단 사무실에 상주하며 유기적이고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관광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행복산업'으로서의 가치가 높다"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여행자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들 모두 즐겁고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글=신섬미 기자·사진=조나령 PD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