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끝이 있는 삶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법 [인터뷰]
유중혁 역 맡은 배우 이민호
"분량과 상관없이 캐릭터에 매력 느껴"
"처절한 액션, 몇 년 안에 보여드릴 것"

“인생은 끝이 있기에 지금의 제가 아름다운 것 같아요.”
이민호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유중혁 역할을 통해 이민호는 스스로를 좀 더 알게 됐다. 죽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회귀 능력을 지닌 캐릭터지만, 그런 능력은 갖고 싶지 않단다. 그 말은 곧, 이민호가 ‘지금에 집중하는 사람’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17일 오후 본지와 만난 이민호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렇게 밝혔다. “어떤 능력을 갖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유중혁의 회귀 능력은 갖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끝이 있다는 걸 알기에 지금의 제가 아름다울 수 있는 거 같거든요.”
이민호는 연기를 통해 ‘살아내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실제로 오랜 시간 톱스타로 존재해왔지만, 인간으로서의 태도에 주목하고 사람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성숙한 결이 느껴졌다.
그는 유중혁이라는 인물을 통해 지금의 자신을 비춰보기도 했다.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닮고 싶은 지점이 있었어요. 살아내는 캐릭터라고 느꼈고요. 끝이 희극이 아니라 비극일지언정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가고 있는 모습. 제 삶을 대입했을 때도 그런 사람이고 싶었거든요.”
정해지지 않은 답을 희망처럼 기다리며 매 순간을 묵묵히 지나가는 유중혁처럼, 그 역시 묵묵하게 자신만의 방식을 지켜가고 있다.
이번 작품은 이민호가 10년 만에 출연한 영화다. 이는 단순한 스크린 복귀 이상의 무게를 품고 있다. “20대 때는 극장에서 정서적 해소를 느끼고 싶을 때 영화관을 찾았어요. 서른 살이 넘어서야 비로소 영화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죠. 그 사이엔 웬만하면 드라마를 선택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두 시간 안에 압축된 힘 있는 이야기가 주는 희열을 다시 느끼고 싶더라고요.”

극 중 유중혁은 대사가 많지 않다. 하지만 이민호는 대사의 양보다, 그 공백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채울 수 있을지에 더 집중했다. “보통 주인공은 작품 안에서 자신의 서사를 쌓아가잖아요. 유중혁은 생략된 부분이 많아요. 그걸 어떻게 설득력 있게 채울 것인가, 그게 저의 숙제였어요.”
그는 유중혁이 던지는 언행 불일치의 묘미에도 주목했다.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한다기보다는 ‘너 어떡할래’ 같은 물음을 던지는 거죠. 속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요. 유중혁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에요. 관객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캐릭터의 분량 자체는 이민호의 선택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굳이 배우로서만 그런 건 아닌데, 저는 중요한 본질이 먼저인 사람 같아요. 그 다음에 역할이나 제가 해야 하는 것들로 정리가 되는 사람이거든요.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도 김독자 이야기만 80% 했던 거 같아요. 일단 관객들이 독자에게 설득이 돼야만 유중혁으로 넘어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유중혁은 세계관을 대변해야 하니까 어떻게 이 세계관을 담을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매 장면마다 감정의 진심에 집중해온 이민호는 블루스크린 앞에서 상상으로 연기해야 했던 신들도 흔들림 없이 해냈다. “사실 우리 모두 걱정했어요. 배우가 아무리 잘해도 (대상 없이)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게 바보처럼 보일 수 있잖아요. 실제로 (괴물이) 있으면 압도 당하는 기분을 느낄 텐데, 인형탈 하나 들고 연기해야 하니까 어렵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감독님을 믿었고, 장면에 대한 설명도 충분했어요.”
그는 액션 연기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도 내비쳤다. “제가 의외로 몸쓰는 역할을 꽤 했는데 많은 분들이 인식을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더 나이 먹기 전에 진짜 처절함과 액션이 결합된 작품을 해야겠다 싶어요. 아마 몇 년 안에 하지 않을까요? 진짜 액션이 무엇인지를 한번 보여주겠다는 그런 마음이 드네요. 하하.”
‘전지적 독자 시점’ 개봉 후 관객에게 듣고 싶은 평을 묻자, 이민호는 고민 없이 명확하게 답했다. “재미있다. 그 말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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