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내년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부상···정권교체 후 첫 시험대
국힘, 김두겸 시장 재선 도전 유력
김기현·서범수·박성민도 하마평
민주, 송철호·이선호 등 거론
제1야당 국힘 지지율 20%벽 무너져
핵심지지층 이탈·혁신위 분열 등 타격
공천개입 의혹 드러날 땐 책임론 불가피
이 대통령 초반 국정운영평가 승패 관건
울산, 경제이슈 민감…트럼프 관세 변수
협상 성패, 곧바로 울산 민심 반영될 듯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이 다시 한 번 전국 정치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 지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정치권의 시선은 이미 지방선거에 쏠려 있다.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탄핵 논란과 조기 대선을 거치며 울산 민심이 요동치는 가운데, 김두겸 울산시장을 앞세운 국민의힘과 울산을 '동남권 교두보'로 삼으려는 더불어민주당이 정면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첫 공식 성적표가 될 지방선거를 약 11개월 앞두고, 울산 정치지형을 뒤흔들 주요 변수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동남권 요충지 부상 울산, 여야 정면 대결 예고
여야 정권 교체 이후 처음 치러지는 지방선거 성적표는 향후 정치 향방을 좌우할 중대 분기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방선거를 통해 국정 과제를 추진할 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야당은 정부 실책을 견제할 명분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울산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에게 승부처로 꼽히는 핵심 전략지역이다.
부산·경남과 함께 PK(부산·경남·울산)로 묶이지만, 울산은 단순히 '보수 텃밭'으로 보기 어렵다. 제조업 중심 산업도시로, 강성 노조 기반의 노동계가 진보 정치를 꾸준히 지지해왔고, 최근 선거 결과에서는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는 흐름이 분명해지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재탈환 가능성이 높은 '진보 정치 1번지'이며, 국민의힘에겐 대선 패배의 충격을 딛고 지지 기반을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국민의힘에서는 김두겸 현 시장의 재선 도전이 유력하다. 김기현 전 대표, 재선인 서범수·박성민 의원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리지만, 현역 시장이 있는 상황에서 현직 의원의 출마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당사자들 역시 "아직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내부에서 다툴 때가 아니다. 그러다 지난번처럼 민심이 통째로 넘어갈 수 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민주당에선 송철호 전 시장이 이미 선거 준비에 착수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실 자치발전비서관으로 발탁된 이선호 전 울주군수도 시장직 도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 지역 사령탑들도 사실상 결정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김태선 의원이 단독 입후보 했고 국민의힘에선 박성민 의원이 시당위원장을 맡기로 결정됐다.
특히 두 위원장은 각각 '친이재명계', '친윤석열계'로 분류돼, 여야 정치 노선 간 선명성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 민주당 PK 교두보로 '울산'
여당인 민주당은 동남권 탈환의 교두보로 울산을 전략 거점화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9대 대선 직후 지방선거에서 울산에 '파란 바람'이 불었던 전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30일 만에 첫 수도권 외 지역 일정으로 울산을 택했다. '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집중 지원을 약속했고, 예정에 없던 울산전통 시장 깜짝 방문으로 지역 민심까지 훑었다.
수차례 경제성 부족으로 연기됐던 동남권 광역철도 사업도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울산·부산·양산을 30분 내로 연결하는 이 철도는 이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전략인 '5극 3특' 구상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이처럼 대통령이 울산에 유독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이번 대선 결과가 자리한다.
제21대 대선에서 이 대통령은 울산에서 42.54%를 득표하며 역대 민주당 대선 후보 중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비록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7.57%)에게 패했지만, 영남권 전체에서 한 자릿수 격차를 기록한 유일한 지역이다.
노동계의 지지세가 강한 동구(48.08%), 북구(48.63%)에서는 이 대통령이 확고한 우위를 점하며 '진보 1번지'의 면모를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대 대선 당시에는 동구에서 2.63%p 뒤졌고, 북구에선 95표 차로 간신히 승리했었다.
중구·남구·울주군에서도 민심 변화가 감지된다.
20대 대선 당시 두 후보 간 격차가 중구 19.26%p, 남구 20.97%p, 울주군 17.91%p였던 반면, 이번 대선에서는 각각 11.03%p, 12.02%p, 9.19%p로 격차가 크게 줄었다.
그동안 보수 정당을 지지해온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민심의 회초리를 휘두른 셈이다.
다만 이 표심이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도 그대로 반영될지 는 미지수다.
앞서 보수정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민주당의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울산 시장과 5개 구군 단체장을 전부 석권한 바 있다.
이번에도 정권 교체 이후의 '정권 뒷받침론'이 지역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흔들리는 국민의힘···특검도 변수
두 번이나 탄핵당한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힘으로선 정치적 타격이 큰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제는 '영남당' 자리조차 위태롭다"라는 자조섞인 평가도 나온다.
제 1야당이지만 지지율 20% 벽까지 무너졌다. 대선 패배 후 혼란 속에 혁신 의지마저 의심케 하면서 전통적 보수 텃밭들 마저 고개를 돌리는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19%로 나타났다. 전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핵심 지지층의 이탈도 감지된다.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의 지지율은 각 27%로, 지난주보다 각 8%p씩 하락했다. 민주당은 PK에서 36%, TK에서 34%로 국민의힘 지지율을 역전했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혁신위를 띄우긴 했지만, 혁신안을 두고 당내 분열만 부각되는 모습"이라며 "여당을 겨냥한 특검 수사까지 본격화되면 진짜 피바람이 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특검팀이 '공천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야권을 향한 압박이 시작됐다.
특검팀은 지난 8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과 김영선 전 의원, 김상민 전 부장검사 주거지, 사무실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바 있다.
이번 수사를 통해 공천의 공정성에 중대한 문제가 드러날 경우, 정치권 전체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
법적 책임은 물론, 야권 전반에 대한 정치적 책임론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 '경제' 예민한 울산, 트럼프 관세 해법 따라 표 갈릴 듯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국정 운영 평가는 내년 지방선거의 핵심 변수다.
민주당 울산시당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 결과는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나 일을 잘하느냐에 달렸다"며 "정부 국정 지지율이 곧 선거 승리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을 주력 산업으로 하는 울산은 언제나 '경제' 이슈에 민감했고, 이는 민심에 즉각 반영돼 투표로 이어져왔다.
이번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공세'가 지역 경제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한국과 일본에 대해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보냄에 따라 국내 수출 2~3위를 다투는 울산에선 이번 조치가 지역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수십억 달러를 들여 미국 현지 공장을 짓고 있는 상황에서, 철강·금속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완성차 생산부터 부품 공급망까지 유기적으로 엮인 울산 산업 생태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지역 내 수백여 개의 중소 협력업체는 물론, 고용 안정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8월 1일까지 설정된 협상 유예 기간 안에 관세율 조정 또는 예외 적용을 미국과 조율 중이다.
이 협상의 성패는 곧바로 울산 민심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성공할 경우 이재명 정부의 산업 정책에 대한 신뢰가 크게 반등할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지역 경제 불안과 함께 여권에 대한 반감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주희 기자 qorwngml013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