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좀비물의 판도를 바꿀 차례 [비장의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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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좀비(zombie)는 '살아 있는 시체(living dead)'.
다른 사람들이 쓰고 연출한 〈28주 후〉(2007) 말고 〈28일 후〉의 작가와 감독이 다시 뭉친 '진짜 속편'.
이곳에서 태어나 한 번도 섬 밖을 나가본 적 없는 열두 살 소년 스파이크(앨피 윌리엄스). 아빠(애런 존슨)와 함께 난생처음 뭍에 다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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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대니 보일
출연: 조디 코머, 애런 존슨, 레이프 파인스

원래 좀비(zombie)는 ‘살아 있는 시체(living dead)’. 시체라서 행동이 느리고, 죽었으니 생각도 멈춘다. 그런 좀비가 어슬렁대는 영화는 흔했다. 색다른 승부수가 필요했다. 죽었다 깨어난 게 아니라 감염되어 변한 거라면? 바이러스 때문에 엄청난 공격성을 갖게 된다면? 월등히 뛰어난 신체능력까지 겸비하고서?
영화 〈28일 후〉(2002)는 그렇게 ‘좀비물’의 판도를 바꾸었다. 뛰는 좀비가 아주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만큼 잘 뛰는 좀비(처럼 보이는 감염자)는 거의 처음이었다. 이 장르에 전에 없는 속도감이 생겼다. 그때부터 죽음이 감염으로 대체되었다. ‘살아 있는 시체’의 자리를 ‘죽지 않는 감염자’가 차지했다. 〈월드워 Z〉(2013)도 〈부산행〉(2016)도 모두 〈28일 후〉의 후예였다.
오래전부터 속편 이야기가 나왔다. 다른 사람들이 쓰고 연출한 〈28주 후〉(2007) 말고 〈28일 후〉의 작가와 감독이 다시 뭉친 ‘진짜 속편’. 가망 없어 보이던 프로젝트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 꿈틀댔다. 감염의 공포가 극에 달한 시대를 살아낸 경험이 작가 앨릭스 갈런드와 감독 대니 보일을 움직인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들의 선택은 〈28일 후〉로부터 28년이 지난 어느 날, 완벽하게 고립된 섬 ‘홀리 아일랜드’다.
이곳에서 태어나 한 번도 섬 밖을 나가본 적 없는 열두 살 소년 스파이크(앨피 윌리엄스). 아빠(애런 존슨)와 함께 난생처음 뭍에 다녀온다. 감염된 ‘그들’을 사냥하는 게 일종의 성년식(成年式)이 되었기 때문이다. 1만228일이 흐르는 사이 변이와 진화를 거듭한 분노 바이러스는 〈28일 후〉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종족을 만들어냈고, 그 틈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인간 켈슨 박사(레이프 파인스)의 존재를 확인하고 돌아온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고통받는 엄마(조디 코머)를 데리고 몰래 다시 뭍으로 가는 스파이크. 켈슨 박사가 엄마를 치료해줄 거라고 믿는다. 아무 희망이 없는 세상에서 그것만이 소년의 유일한 희망이다.
“제가 성장하는 동안 세상은 늘 ‘진보’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중요해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삶의 중요한 가치’를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런데 지난 십수 년 사이 세계는 퇴행적 사고에 빠지고 말았어요. 그래도 우리가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었는데, 그런 흐름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힘을 키운 겁니다. 중요한 교훈은 망각하고 잘못된 과거는 미화하면서. 만일 이대로 계속 퇴행을 거듭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그 질문이 이번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앨릭스 갈런드).”
“감염자의 추격을 따돌리고 악착같이 살아남는 이야기”를 또 반복할 생각은 없었다. 이제 필요한 건 ‘구조’가 아니라 ‘구원’. 그들을 피해 도망치는 주인공이 아니라 그들을 뚫고 나아가는 주인공. ‘〈28일 후〉 시리즈의 속편’을 만든 게 아니다. ‘〈28년 후〉 시리즈의 1편’을 만든 것이다. 앞으로 두 편을 더 만들어 3부작으로 완성될 이야기의 서막일 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야 등장하는 어떤 인물이야말로 “이 시리즈 전체의 핵심 주제를 상징하는 존재”라고 작가는 말했다. 그 중요한 인물의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28일 후〉의 속편을 보자마자 벌써부터 〈28년 후〉의 속편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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