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검댕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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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옷장을 열면 온통 검은색 옷뿐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필자도 비비드한 원색과 파스텔톤 옷을 즐겨 입었다.
옷을 고르고 색을 조합할 시간에 차라리 다른 일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엄마는 왜 검은색만 입어? 색깔 있는 옷도 좀 입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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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옷장을 열면 온통 검은색 옷뿐이다. 재킷, 셔츠, 바지, 심지어 양말까지도 모두 검정이다. 누군가는 "다 같은 옷 아니야?" 할지 모르지만, 사실 소재도 다르고 디자인도 조금씩 다르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필자도 비비드한 원색과 파스텔톤 옷을 즐겨 입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뒤 출근시간은 매일 전쟁이었다. 최대한 단순하게 입어야 했다. 옷을 고르고 색을 조합할 시간에 차라리 다른 일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검정으로 정착했다.
검정은 모든 컬러 중에서도 가장 세련돼 보인다. 질리지 않고, 어느 자리에서도 무난하며, 무엇보다 날씬해 보인다. 오염에도 강하고 관리하기도 쉽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아침마다 "오늘은 뭘 입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워킹맘인 필자에게 검정은 패션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날마다 검은 옷만 고집하는 필자를 보며 딸이 묻는다.
"엄마는 왜 검은색만 입어? 색깔 있는 옷도 좀 입어봐."
"검정이 제일 날씬해 보이잖아." 필자는 웃으며 대답한다.
"그럼 연예인들은 왜 다양한 색 옷을 입어도 날씬해 보여?"
"그들은… 태생부터 체질이 달라"
딸의 예리한 되물음에 말문이 막힌다. 어쩌면 딸은 게으른 엄마의 생존 전략 뒤에 숨은 자성적인 답변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필자는 검은색 바지와 셔츠를 입었다. 신발도, 가방도, 심지어 텀블러까지 검정이다. 가끔 기분 전환을 위해 흰 옷을 입어보지만 현관문을 나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다시 들어가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서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제는 검정 외의 색을 입는 것이 낯설기까지 하다.
누가 뭐라 해도 이 단순함이 좋다. 매일 반복되는 선택 속에서 오히려 자유를 얻었다. 언제까지 검정만 고집할지 알 수 없지만, 검정이 자연스럽게 싫어질 때까지, 필자는 검댕마니아로 살 것이다. 심옥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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