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 절감 농업] 농산물 품질 유지와 운송비 절감에 효과 | 디지털농업

김산들 2025. 7.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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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출하상자 폴리에틸렌 속포장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7월호 기사입니다.

농산물은 여러 겹의 포장을 거쳐 출하된다. 겉 포장재로는 상자 형태의 종이가 주로 쓰이고 속 포장재로는 농산물 품목과 산지, 유통 시기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사용된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월동채소의 항공운송을 선박운송으로 대체하고 소비시장에서 품질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폴리에틸렌 속포장 이용 방법을 농가에 보급 중이다.
농산물 물류비를 결정하는 건 소비시장으로부터 거리가 얼마나 되는가다. 소비지에서 먼 산지일수록 물류비가 많이 드는 건 물론이고 상품성을 유지하기 위해 콜드체인 차량, 기능성 포장재 등이 추가되기도 한다. 물류비를 대폭 높이는 항목은 항공운송. 수출 농산물이야 그렇다 쳐도 제주에서는 내수 출하 농산물마저 항공운송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제주 농산물은 채소도 대부분 월동작물이라 저온기에 출하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수확·출하 기간의 날씨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그중 브로콜리는 6월 초까지 출하하기도 하는데 4월부터 낮 기온이 빠르게 오르며 유통 과정에서 수확물이 고온에 노출되곤 한다. 기존 방식의 포장 출하로는 품질 유지가 어려워진 것이다.

폴리에틸렌 필름 속포장을 추가하면 소비지에서 농산물 품질이 오래 유지된다.

또한 브로콜리는 지금도 인력 수확에 전적으로 의존해 인건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유통 비용을 줄여야만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내륙산 브로콜리는 스티로폼 상자 포장을 하고 중국산은 스티로폼 상자에 아이스팩까지 동봉해 보내는 등 다른 산지에서 브로콜리 품질 유지에 신경 쓰고 있어 제주산의 경쟁력 제고가 필요한 상황. 이에 제주도농업기술원이 월동채소의 포장 방법을 개선해 품질을 유지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브로콜리, 항공운송해도 반나절 상온 보관 후 판매돼
도농기원에 따르면 제주산 브로콜리는 주로 서울 가락시장 등으로 장거리 출하된다. 이때 신선도와 품질이 중요한 만큼 운송 시간이 짧은 항공운송으로 보낸다. 항공운송비는 지난해 기준 한 상자당 2500원이 넘어 해상운송보다 1800원 정도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운송은 도매시장 도착까지 하루, 해상운송은 이틀이 걸린다.

문제는 그 시기의 시장가격이 이를 보전할 만큼은 아니라는 점이다.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제주산 브로콜리는 8㎏들이 한 상자당 평균가격이 3만 원 안팎이었다. 이는 지난해 작황이 좋지 않아 이례적으로 높게 나온 것으로, 작황이 평년 수준이던 지난해 1월엔 한 상자당 가격이 2만 원에 못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운송은 농가에 큰 부담이다. 심지어 4월부터는 내륙에서도 브로콜리가 출하된다. 또 국내산과 비교해 상품성이 크게 뒤지지 않고 가격이 절반 수준인 중국산 브로콜리 수입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모두 제주 농가에 위기 요인이다.

반면 시장이 요구하는 브로콜리의 상품 기준은 꽤 까다롭다. 시장에서는 꽃의 모양이 퍼지지 않고 잘 오므려져 있으면서 진한 녹색이 도는 것을 선호한다. 상품은 길이가 12~13㎝에 이르고 입자가 빡빡하면서 꽃과 대의 길이가 적절해야 한다. 이런 기준에 맞추느라 겨우내 농가가 애를 쓰지만, 낮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4월부터 품질이 빠르게 떨어지는 것이다.

심지어 브로콜리는 품질 유지를 위해 항공운송해도 가락시장에 도착한 뒤에는 상온에서 반나절 이상 보관됐다가 경매가 이뤄진다. 브로콜리 포장상자에는 손잡이 역할을 하는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를 통해 외부의 더운 공기가 유입돼 브로콜리 상부가 누렇게 변하는 등 품질 저하가 심해진다. 이 시기의 품질 저하는 농가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PE 필름, 해상운송해도 항공운송만큼 상품성 유지
이에 제주도농기원이 품질 저하를 막는 포장 방식을 연구했다. 이전까지는 운송 방식에 따른 브로콜리 품질 저하 문제만 지적됐으나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그 후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농산물 포장에 사용 가능한 속 포장재를 적용하며 효과와 경제성을 분석했다. 식품에 쓰는 플라스틱 포장재는 가볍고 투명하나 뜨거운 물을 부으면 찌그러지는 특성이 있고 페트병의 원료가 되는 페트(PET), 끓는 물에 닿아도 수축하지 않고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한약 포장 팩 등에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 잘 찢어지는 특성이 있어 빵 봉투 등에 많이 쓰는 방향성 폴리프로필렌(OPP) 등 다양하다.

일부 농산물 포장에 쓰는 숨 쉬는 필름 등은 효과는 우수하나 가격이 비싸다. 그리고 가장 널리 사용되고 가격이 저렴한 폴리에틸렌(PE)이 있다. 이 PE 비닐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기존 상자에 PE 비닐을 속포장해 해상운송과 항공운송 간 브로콜리 상품성 변화를 비교했다. 실증시험 결과, 개선된 포장 방식으로 해상운송했을 때 항공운송 수준의 상품성을 보였다. 기존 포장 방식으로 출하했을 때와 비교해 중량과 신선도 변화율도 현저히 낮았다. 시각적 신선도 지표인 색차값 변화도 미미해 신선도 유지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속포장이 상자 내부의 온습도를 유지해 상품성의 변화를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강태완 제주도농기원 원예작물과 채소연구팀장은 “개선된 포장 방법으로 해상운송하면 항공운송 수준의 품질 유지와 운송비 절감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PE 필름 포장이 의무 사항이 아니기에 산지에선 번거로운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운송 비용 절감과 소비시장 도착 후 상품성 유지 효과를 동시에 낼 수 있으므로 농가가 많이 활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 김산들 | 사진 제공 제주도농업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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