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춘기 다이어리] 마음까지 채워주는 단골 식당, 당신에게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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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나는 동네 신상 매장계의 얼리 어답터다. 동네 어딘가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으면 공사하시는 분들에게 어떤 가게가 오픈하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특히 잘 될 것 같은 식당이라면 오픈 초반의 맛과 서빙의 어설픔을 감수하고 일찍 방문한다. 그렇게 오픈 초반에 몇 번 방문하면 대부분의 사장님은 내 얼굴을 기억한다. 그리고 나는, 우리는, 서로 반가운 단골 사이가 된다. 요즘 같은 온라인 세상에 오프라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겠지만 식당은 다르다. 아무리 AI가 대세로 떠올라도 식당만큼은 오프라인의 존재감을 이길 수 없다.
신라호텔 출신 셰프님이 운영하는 동네 작은 스시야는 나의 소중한 단골집이다. 셰프님은 가게 구석구석,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눈길이 닿을 수 있는 스시야를 목표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동네에 있지만 맛과 정갈, 친절은 청담동 업장 못지 않다. 동네에서 이 정도 스시야를 갈 수 있다는 건 스시러버에게 큰 축복이다. 오픈 초반에는 워낙 한적한 동네라 혹시 문 닫으면 어쩌나 오지랖에 걱정도 했지만 지금은 언제가도 늘 북적이는 곳이다.
오마카세 스시야에서 1인 손님을 받아주는 곳은 잘 없다. 있다해도 오늘 같이 만석일때는 혼밥하기가 쉽지 않다. '아 손님이 너무 많은데' 싶어서 발걸음을 돌리려다가 이 집 스시가 너무 먹고 싶어서 문을 빼꼼 열어본다. 그리고 사장님과 눈이 마주치기를 기다린다. 옳거니, 내 눈을 보셨다! 슬쩍 눈치를 보며 묻는다. '혹시 오늘도 혼자 식사할 수 있을까요?' 웃으며 흔쾌히 맞아주는 셰프님 손짓에, 오늘의 기분 좋은 식사는 이미 시작된다.
요즘은 고기가 잘 안 들어간다. 아이 낳고 한동안은 민망할만큼 소고기를 매일 먹던 내가 지금은 고기를 거의 끊은 수준이다. 이제는 힘들고 지칠 때면 양질의 생선 요리가 눈물나게 끌린다. 그래서 1인 손님도 반갑게 맞아주는 이 단골 스시야는 가뭄의 단비 같다.
점심시간에 혼밥이라니 빨리 먹고 가야지 싶어 젓가락을 서두르는데 사장님이 다가오신다. '여유 있으니까 천천히 드셔도 괜찮아요~' 하시면서 네타 한 점을 더 올려두고 조용히 가신다. 아무 말 하지 않았는데 내가 서둘러 먹는다는 걸 어떻게 아셨는지 남편에게도 못 받은 이해를 받는다. 눈물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이게 바로 한국인의 정이지.
밥 한 톨 남김없이 든든하게 먹고 나오면 한동안 몸도 마음도 짱짱하다. 이게 바로 단골집이 주는 힘인가보다. 온라인에서도 좋아요와 댓글로 관계를 쌓아가며 반복 구매를 하듯이 동네에도 우리를 반갑게 맞아 줄 오프라인 사장님들이 항상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온라인이 대세인 시대라도 동네 단골 식당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단골 식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배 채움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나도 이런 집 있지, 하며 떠오르는 단골집이 없다면 동네 혹은 회사 근처에 하나쯤 만들면 어떨까?

글쓴이 김명지
세모라이브 대표&동서울대학교 디지털컨텐츠학과 겸임교수. 18년생 딸 아이를 키우며 미디어커머스 회사를 운영하는 워킹맘. 꽃과 사찰산책, 맛집, 와인과 야장을 좋아하는 감성 T.
이설희 기자 seherhe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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