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안 해도 되는 삶을 위하여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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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인지 삶이 잔잔하고, 큰 자극이 필요한 건 아닌데, 약간 즐겁고 싶을 때 나는 우치다 다쓰루를 읽는다.
비교적 최근에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이 되었는데, 다행히도 다작가라 저서가 100권은 넘는다.
우리나라에도 그의 저서 상당수가 번역이 되어 있는데, 어떤 책을 읽든지 '신선한 사고'를 경험할 수 있는 놀라운 작가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결단이란 역시 미래보다는 과거와 관련된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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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인지 삶이 잔잔하고, 큰 자극이 필요한 건 아닌데, 약간 즐겁고 싶을 때 나는 우치다 다쓰루를 읽는다. 비교적 최근에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이 되었는데, 다행히도 다작가라 저서가 100권은 넘는다. 우리나라에도 그의 저서 상당수가 번역이 되어 있는데, 어떤 책을 읽든지 ‘신선한 사고’를 경험할 수 있는 놀라운 작가다. 읽을 때마다 그런 경험을 주는 작가란, 정말이지 드물다.
그의 책을 대부분 좋아하지만, 최근에는 그가 20년 전에 쓴 ‘거리의 현대사상’을 집어 들었다. 20년 전 책이라고 해서, 고리타분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애초에 진지하게 인문학을 하는 사람이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온갖 사유들이란, 좀처럼 고리타분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거리의 현대사상’은 일상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한 내용으로 채워진 책이다. 거의 모든 소재들이 흥미롭지만, 며칠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구절이 있다.
“‘결단’이라는 것은 우리 앞에 완전히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과거에 한 행동이 청산되는 일이다.”
인생에서의 결단이란 대개 ‘미래가 열리는’ 일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결단이란 역시 미래보다는 과거와 관련된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어느 날, 회사를 퇴사하기로 결단한다면, 내게 어울리지 않는 회사에 너무 오래 다닌 결과를 ‘청산 받는’ 일인 셈이다.
“이제껏 몇번이고 결정적인 국면에서 판단을 잘못해 온 사람 앞에는 결단을 재촉하는 갈림길이 자꾸만 나타난다.”
그에 의하면, 우리가 양자택일 가운데 절실히 결단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면, 우리는 잘못 살아온 것이다. 오히려 올바른 선택을 계속해 왔다면, 그런 ‘사생결단’의 상황을 마주하기 전부터 그저 자연스럽게 삶은 변화해 왔을 것이다.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은, 잘못된 선택들을 누적하며 망설인 결과라는 것이다.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과연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내 삶에서 중요한 순간이었던 결혼은 어느 날 이루어졌다. 몇번의 이별들을 경험하며, 이제는 그만 안정적인 관계로 들어서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 아내를 만났다. 나의 마음도 매일 그런 삶을 지향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결혼은 딱히 ‘사생결단’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퇴사도 비슷했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나는 퇴근 이후나 주말이면 늘 글을 쓰거나 일회성 강연을 다니기도 하며 회사 바깥에서의 삶에 조금씩 기울고 있었다. 그러다 이제 회사에서 마음이 떠나고, 회사 바깥의 일들이 많아지기 시작하자, 큰 결단 없이 회사는 그만두게 되었다.
“이제껏 올바른 결단을 쌓아온 사람 앞에는 결단을 망설일 만한 양자택일의 상황이 나타나지 않는다.”
매일 ‘올바른 선택들’을 잘 쌓아간다면, 우리에게 사생결단을 망설이게 할 상황은 오지 않는다. 이 말은 역으로, 그만큼 우리가 오늘의 작은 선택들에 섬세하게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그러니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 전에, 매일 올바른, 작은 결단들을 쌓아가자. 어쩌면 오늘 오후 가볍게 공원을 달리고, 늦은 밤 우치다 다쓰루를 꺼내어 읽는 일도 그런 ‘올바른 오늘의 결단’에 속할지 모른다.
정지우 작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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