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뱃의 똥은 왜 주사위 모양일까?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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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노벨상을 받고 말겠어! 하고 과학자가 되는 사람은 없을 테고, 이그노벨상을 받고 말겠어! 하고 진로를 정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어떤 과학자는 노벨상을 받고, 어떤 과학자는 이그노벨상을 받는다.
그러나 훨씬 더 큰 장점은 책이 이그노벨상이라는 렌즈를 통해 '진지한' 과학의 의미와 방향을 진지하게 되짚어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과학에의 자원 투자도 '가성비'가 대원칙일진대 속 편한 소리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그노벨상 창설자는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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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노벨상을 받고 말겠어! 하고 과학자가 되는 사람은 없을 테고, 이그노벨상을 받고 말겠어! 하고 진로를 정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전자라면 좀 교만하고, 후자라면 많이… 웃기다. 하지만 결국 어떤 과학자는 노벨상을 받고, 어떤 과학자는 이그노벨상을 받는다.
혹 모르는 분이 있을까 봐 설명하면, 이그노벨상은 미국의 유머과학잡지 발행인 마크 에이브러햄스가 노벨상의 패러디로 만든 상이다. “다시 할 수도 없고 다시 해서도 안 되는 업적”으로 보이는 과학 연구를 찾아내어 매년 노벨상 시상 전에 유동적인 여러 부문으로 시상하며, 부상은 전 세계 과학 애호가의 관심과 경악이 거의 전부다. 1991년부터 면면히 이어졌으니 마침 올해가 35주년이다.
어떤 연구가 이 상을 받느냐고? ‘웃기려고 한 과학 아닙니다’에 소개된 연구를 예로 들면 이렇다. 웜뱃은 왜 주사위 모양의 각진 똥을 쌀까? 답: 항문이 사각형인 게 아니라 대장의 신축성이 균질하지 않아서다(2019년 이그노벨 물리학상). 벌에 쏘였을 때 가장 아픈 부위는 어디일까? 답: 벌침에 몸소 75회 쏘인 살신성인의 실험 결과, 콧구멍과 윗입술과 성기다(2015년 생리학상). 성공에는 운과 재능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답: 컴퓨터 복잡계 시뮬레이션 결과, 재능과 무관하게 운이다(2022년 경제학상). 욕을 뱉으면 고통이 좀 덜해질까? 답: 가여운 대학생들에게 실험한 결과, 욕설은 육체적 통증을 정말로 다소 완화시킨다(2010년 평화상).

‘웃기려고 한 과학 아닙니다’는 이런 이그노벨상 수상 연구들을 소개한다. 저자가 ‘과학동아’ 부편집장이고 이 책이 기사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세계의 수상 연구자들을 직접 인터뷰한 대화도 포함된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훨씬 더 큰 장점은 책이 이그노벨상이라는 렌즈를 통해 ‘진지한’ 과학의 의미와 방향을 진지하게 되짚어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연구들은 괴상한 소재를 채택하거나 극한의 실험법을 적용하여 의외의 결과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웃길 뿐, 남들이 간과한 문제를 왕성한 호기심과 집요한 실행력으로 파헤쳐서 인류의 지식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여느’ 과학과 다르지 않고 오히려 더 순수하다 할 수 있다. 무지막지한 돈과 인력을 들여 최대한 빨리 경제성 있는 결과물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삼는 오늘날, 제도 과학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요소, 가령 암만 봐도 쓸데없지만 궁금해 미치겠으니 살펴본다는 호기심, 혼자서 수십년을 이어가는 끈기, 미친 생각 같아도 한번 시도해 보는 유연성이 여기 펄떡이는 것이다.
과학에의 자원 투자도 ‘가성비’가 대원칙일진대 속 편한 소리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그노벨상 창설자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은 사람들이 무엇이 좋은 과학인지 너무 빨리 정하는 것 같아요.” 저자도 말한다. “모든 것이 경제적 논리 아래서 숫자로 치환되는 지금의 세계에서 이상한 호기심은 아마도 가장 변호하기 힘든 가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연구가 앞으로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다줄지, 어떻게 인류의 삶을 바꿀지는 그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과학의 역사에는 이미 그런 예가 많다.” 무엇보다 이 연구들은 기발하고, 그래서 웃기다. 이그노벨상과 노벨상을 둘 다 받은 물리학자 안드레 가임은 노벨상 연설에서 “우리의 유머 감각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저자의 유머 감각도 그 연구자들에 못지않아서 책이 안팎으로 웃기니, 독서가 즐거울 것임을 보장한다.
김명남 과학책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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