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재탄생] 추억 소환·향수 자극…지역과 세대를 잇는 ‘소통의 장’

박자원 기자 2025. 7.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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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재탄생] (27) 경기 평택 웃다리문화촌
폐교의 교정·교실 되살린 복합문화공간
다양한 테마로 전시·조형물 등 선보여
‘희망솟대’ 모임 전통문화 전승에 앞장
공예·도예·천연염색 체험프로그램 운영
곤충 기획전 ‘생태야 놀자’ 반응 뜨거워
직접 만질 수 있어 아이들 호기심 자극
문화·예술 전파 힘쓰며 공동체문화 선도
웃다리문화촌에는 꼬리명주나비 서식지 등 다양한 생태 공간이 마련돼 있다.

경기 평택시 서탄면에 가면 유년시절의 감성을 되새길 수 있는 웃다리문화촌이란 곳이 있다. 2000년 학생수 감소로 폐교된 서탄초등학교 금각분교를 리모델링해 2006년 개관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옛 교문을 지나면 친구들과 뛰어놀던 학교 운동장이 펼쳐지고, 책 읽는 소녀상이 방문객을 반긴다. 건물 안에 마련된 전시관에선 책상·칠판·청소함 등 그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교실 풍경이 방문객을 추억 속으로 이끈다.

평택문화원이 운영하는 이곳은 연간 다양한 테마의 문화예술 전시를 선보인다. 최근에는 생태를 주제로 기획한 전시가 지역민은 물론 외부 방문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학교 공간에서 이색적인 전시를 체험할 수 있다는 매력 덕분에 연간 2만5000명의 방문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폐교 후 5년간 방치됐던 학교 부지는 지역주민인 이경태씨의 관심 덕분에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씨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채 폐허가 돼가는 학교를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씨는 혼자서 속앓이만 하다 평택시청에 찾아가 학교를 되살릴 방법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 결국 이씨의 간절한 뜻이 통했다. 평택시는 평택교육지원청에서 학교 부지를 무상으로 빌려 평택문화원에 운영을 맡겼다.

옛 화장실을 개조해 조성한 설치 작품 ‘숲을 향하여’.

본관·관사·창고 등이 있는 1만538㎡(3187평)의 부지엔 공예체험실·세미나실·화장실 등이 새롭게 들어섰다. 본관 내부의 교실 공간은 각각 8개의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야외에서도 다양한 조형물과 설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본관 뒤편 산책로로 가면 조덕래 작가가 돌을 금속으로 감싸 만든 판다 형태의 조형물 ‘대지의 기억-판다’가 나온다. 이질적인 재료의 조합이 주는 독특한 감성이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신예진 작가의 ‘숲을 향하여’라는 작품은 옛 화장실 터에 조성한 설치 미술 작품이다. 작품은 훨훨 나는 나비로 자연의 경이로움을 표현했다. 기존 건물 골조를 그대로 살린 재활용 콘셉트가 눈길을 끈다.

웃다리문화촌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지역과 세대를 연결하는 소통의 장으로 기능한다. 평택을 아끼고 전통문화를 지키려는 열망이 있는 이 지역 어르신들의 참여 덕분이다. 이들이 모여 결성한 ‘희망솟대’라는 단체는 웃다리문화촌 개원 초기부터 지금까지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애쓰고 있다. 솟대 만들기, 떡메 치기, 새끼줄공예 등 요즘 시대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옛 문화를 전승하고자 사업을 꾸준히 벌인다.

웃다리문화촌의 관리·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강수진 팀장은 이곳이 지역사회에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확산시키는 마중물이 되기를 희망한다.

강수진 웃다리문화촌 팀장은 “희망솟대 활동은 초기에는 지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은 관심이 덜하다”며 “시대가 달라지기도 했고, 세대간 소통이 어려워진 탓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희망솟대 어르신들이 진행하는 강좌는 다소 인기가 떨어졌지만, 한지공예·천연염색·생활도예 등 다양한 전통 체험 강좌는 여전히 인기리에 운영 중이다. 평택뿐만 아니라 경기 오산 등 주변 지역의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곤충 체험 공간. 한 아이가 장수풍뎅이를 들어 보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최근에는 8월24일까지 진행하는 전시 ‘생태야 놀자’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2022년부터 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열어온 웃다리문화촌은 올해는 곤충 기획전을 준비했다. 곤충을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한 전시관은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 만점이다. 현재 웃다리문화촌엔 멸종 위기에 있는 꼬리명주나비의 서식지와 그 먹이인 쥐방울덩굴의 육묘장 등 동심에 손짓하는 다양한 생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시립곤충박물관이나 생태원이 없는 평택지역의 아이들에겐 그야말로 자연생태학교나 다름없다.

곳곳에 설치된 재미있는 조형물이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평택=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웃다리문화촌은 지역의 다양한 작가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등 지역 예술문화의 요람 역할도 자처한다. 개성 있는 지역작가에게 무상으로 전시관을 대여해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예술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올초 개최한 박보선 작가의 그림전 ‘Kaleidoscope(만화경)’, 최치선 작가의 드론 사진전 ‘평택은 들이다’ 등이 방문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강 팀장은 “과거엔 학교가 민방위 훈련이나 마을 잔치와 같은 다양한 장소의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공동체를 통합했다”면서 “웃다리문화촌은 문화와 예술을 전파해 지역사회에 지속가능한 공동체문화를 확산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했다.

평택=박자원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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