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싹 틔우던 참인데 ... 반복되는 물 난리에 한숨 뿐[르포]

이용주 기자 2025. 7. 1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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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오면 불안한 청주 북이면 화산 2리 마을 주민들
정석붕씨 벼 2마지기 폭우로 물에 잠겨
2년 전에도 대피 … 수해 대책 없어 원망
시·새마을지도자협의회 등 생필품 지원
▲ 17일 오후 2시쯤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대피소에서 침수 피해로 대피한 정석붕씨가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이용주기자

[충청타임즈] "농작물이 걱정이지만 어쩔 수 없어. 일단 피하고 기다려보는 거지."

집중호우가 거세게 몰아친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대피소인 북이다목적체육관에서 만난 정석붕씨(82)는 간밤에 잠을 설친 듯 붓고 떨리는 눈가를 쓸어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달 초 씨를 뿌린 가루벼가 막 싹을 틔우던 참이었다. 하지만 쏟아진 폭우에 2마지기 벼 논이 물에 잠기면서 낭패를 보게됐다.

"이제야 막 나온 애들인데 벌써 잠겨버렸어. 걱정은 되지만, 몸을 피하는 게 우선이니까. 내일쯤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려봐야지."

상습 침수지역인탓에 화상2리 마을 주민들은 물 난리에 대피하는 일에 이골이 나있다.

정씨는 "2년 전에 물난리때는 대피방송도 못 듣고 있다가 이장이 직접 문을 두들겨주는 덕에 피했다"며 "그 뒤 가정용 방송 스피커가 설치되면서  올해는 미리 대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민들을 위한 천막이 마련된 대피소 안은 분주했다. 복지센터 직원들과 마을 이장이 나서서 생필품 박스를 옮겼고, 텐트 한켠에는 도시락, 물, 이불, 구급약, 컵라면, 간식 등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이날 대피한 마을 주민은 총 31명이지만, 후원 단체들이 마련한 물품은 50인분이다. 저녁 무렵 도착할 주민까지 고려한 수량이었다.

이날 대피소엔 청주시와 내수농협, 북이면행정복지센터,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등이 생필품을 지원했다. 

반복되는 여름철 물난리에 주민들을 위한 생품필 지원체계가 웬만큼 잡혀 있어 주민들은 끼니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반복해서 일어나는 근본적인 수해 방지 대책이 없는 게 원망스러울 뿐이다.

고상찬(67) 화상2리 이장은 "예전보다 대피소 환경이 나아지긴 했지만,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아 비만 오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주민 정지권씨(82)는 "벼, 고추, 깨 등 안 키우는 것이 없는데 이런 작물들이 전부 물에 잠겼다"며 "그게 다 우리 먹고 사는 밥줄인데 걱정이 안 되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씨는 "지금 당장이라도 논에 가서 물을 퍼내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시선을 자꾸 창 밖으로 돌렸다.

몸만 피해 나온 어르신들의 말끝에는 여전히 반복되는 침수피해에 대한  체념, 그리고 자식같은 농작물 걱정뿐이었다.

/이용주기자dldydwn0428@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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