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흐르지 않으니 시간도 강바닥에 침전되고[금요일의 문장]
고희진 기자 2025. 7. 17. 20:40

“이제는 강물이 흐르지 않는다/ 그것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갈색 등을 가진 물고기 가족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건너편 갈대숲으로 들어간다// 아직 노을은 멀었어?/ 강물이 흐르지 않으니 시간도/ 강바닥에 침전되고 있잖아/ 그래서 소용돌이가 사라지고 있잖아// 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뱀 대신 안장 높은 자전거가 달려가고/ 가을 하늘을 헬리콥터 소리가/ 고요 대신 가득 채우고 있다// 강물이 흐르지 않는 것은, 누군가/ 물의 길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 <뒤로 걷는 길>, 창비
강경석 문학평론가는 “황규관의 시에는 언제나 강이 흐른다. (강을 소재로 하지 않는 시에도) 심층에서는 어떤 쉼 없는 유속과 유량이 감지된다. 강은 황규관 시의 어떤 본질을 함축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번 시집에서도 ‘흐르지 않는 강’ ‘마지막 강’ 등 두 편의 시가 실렸다. 흐르지 않는 강의 하늘에는 “헬리콥터 소리”가 가득하다. 인간의 건설 활동이 물길을 막은 것처럼 보인다. 자연의 길이 막힐 때 인간도 “도대체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 걸까”라고 자문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시인은 1993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패배는 나의 힘> <태풍을 기다리는 시간> <정오가 온다>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호랑나비> 등을 냈다.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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