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법이 어딨나요” 상위 법령에 옴짝달싹 못하는 자치법규

김희연 2025. 7. 17. 20:2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방의회·전문가 ‘자치입법권 강화’ 목소리

韓 법령 체계 최하위 ‘조례’·‘규칙’
지자체 결정 가능 범위 너무 협소
지역 현안 해결에 “권한 확대” 주장
‘법령 범위 안…’ 제약 완화 필요도

제77회 제헌절을 맞아 이재명 대통령이 ‘개헌’과 함께 언급한 키워드 중 하나는 ‘자치분권 확대’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자치입법권’ 강화로 지방정부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게 지방의회 현장과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한국은 헌법과 지방자치법을 근거로 자치입법권을 보장하고 있다. 자치입법권은 지방자치단체가 자주적으로 법규를 제·개정하는 권한을 말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헌법과 지방자치법은 오히려 자치입법권에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국 법령 체계 때문이다.

현행 한국 법령 체계는 모든 법령의 기준인 ‘헌법’, 국회가 제정한 ‘법률’, 시행령(대통령령)과 시행규칙(총리령·부령) 등 법률 하위 규범으로서 행정부가 정한 ‘명령’,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제정한 ‘조례’, 지자체장이 조례 세부 사항을 규정한 ‘규칙’으로 구성돼 있다. 각 법령에는 확실한 위계 순서가 있는데, 이 중 자치법규에 해당하는 조례와 규칙은 최하위다. → 표 참조


헌법은 제117조에 “지자체는 (중략)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은 제28조에 “지자체는 법령의 범위에서 그 사무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각각 명시하고 있다. 자치입법권의 한계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는 문구에서 생긴다. 지방정부가 지역 현안을 스스로 처리하기 위한 자치법규를 만들려고 해도, 상위 법령이 정한 내용을 벗어나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인천시의회 입법고문 정성희 변호사는 “극단적으로는 개헌을 통해 조례의 위계를 법률 수준까지 올리자거나, 이보다 완화된 수준으로는 법률에 위배되지 않으면 어떤 내용이든 조례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며 “법령 범위를 지키다 보면 현재로서는 지자체가 조례로 정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좁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가 지역 실정에 맞는 조례로 현안을 풀 수 있으려면 자치입법권 강화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법제연구원 최환용 선임연구위원 역시 최근 서울연구원이 주최한 ‘민선 지방자치 30주년 자치분권 포럼’에서 “법률에서 직접 ‘조례로 정할 수 있다’고 한 사항은 지자체 권한으로서 보장돼야 하지만, 이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이러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해두면서 그 권한을 침해하는 사례도 많다”며 “결국 자치입법권은 ‘법령 범위 안에서’라는 제약을 없애고,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한’ 허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방의회 현장에서도 이러한 한계를 느끼는 상황이다. 현행 법령 체계에서 조례의 위계가 낮은 것도 문제지만, 어떤 법령을 만드느냐에 따라 의원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권한도 달라서다. 현재 국회의원에게는 자료요구권(미제출 시 처벌 조항 포함)과 보좌관 제도 등 다양한 권한이 주어진다. 하지만 같은 입법권을 가지고도 지방의회 의원에게는 이러한 권한이 없다.

이단비(국·부평구3) 인천시의원은 “입법 활동을 하려면 자료 수집과 분석이 기본인데, 똑같은 자료를 요청해도 특정 기관이 국회의원에게는 자료를 제출하고 지방의회 의원에게는 주지 않는 일도 많다”며 “자치입법권을 강화하려면 의원들이 지역 사정을 잘 살피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기반 마련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희연 기자 khy@kyeongin.com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