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D등급 옹벽’과 함께… 붕괴 위험 옆에 사는 주민들
“비 많이 오는 날, 혹시 사고날라”
간석동 내 아파트·빌라 인근 불안
일부 정비 필요하지만 공사 지연

“비가 올 때마다 무너지진 않을까 불안하죠.”
17일 오전 10시50분께 찾은 인천 남동구 간석동 한 아파트. 높이 약 10m에 달하는 옹벽이 아파트를 향해 기울어진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일부 주민들이 걸어놓은 현수막에는 ‘위험등급 D등급을 받은 옹벽’이라고 쓰여 있었다.
전날 오후 5시부터 인천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되며 많은 비가 내리자 이곳 주민들은 혹시라도 옹벽이 무너질까 불안했다고 한다. 이 아파트는 주택정비사업을 앞두고 조합 내 갈등으로 옹벽 보수 등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20년째 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60대 주민 A씨는 “워낙 지어진 지 오래된 아파트라 그러려니 했는데 몇해 전부터 금도 생기고 눈에 띄게 옹벽이 기울어졌다”며 “아파트 앞에 주차를 하려면 옹벽을 지나야만 하는 구조라 어제같이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혹시라도 누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할까 두려웠다”고 했다.

전날 오후 7시 4분께 경기 오산시 고가도로 옹벽이 붕괴되면서 차량을 덮쳐 1명이 사망하는 등 전국에서 비 피해가 잇따랐다. 인천시는 같은 날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리고 붕괴 위험이 있는 해당 아파트 옹벽을 포함해 인명피해우려지역을 살펴보기도 했다.
이 아파트 뿐 아니라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한 빌라 뒤편 옹벽도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빌라 주민들은 비가 올 때마다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이 옹벽은 빌라 출입구와 가까워 주민들의 불안감이 컸다.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을 알리는 노란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으나, 정비 공사는 지연되고 있었다. ‘공사시작일 2024년 4월 24일’라고 쓰인 안내표지판과 헐거워진 안전띠만 남아있었다. 이 빌라에서 18년째 살고 있는 주민 임모(58)씨는 “작년부터 공사를 한다는 말이 나와서 개선이 되나 싶었는데 아직도 그대로다”라며 “비가 많이 오면 옹벽 뒤편 흙이 무너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남동구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빌라 옹벽 정비 공사는 주민들과 협의 과정이 필요해 지연되고 있다”며 “붕괴가 우려되는 취약지역은 호우주의보 등 기상특보가 발효되면 관할 행정복지센터에서 비상근무를 서며 순찰을 하고, 평소에도 수시 점검한다”고 했다.
인천시는 산지, 비탈면, 옹벽 등 급경사지의 재해위험도를 평가해 관리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인천지역 급경사지는 305곳이다. 이중 붕괴위험지역 지정·관리가 필요한 C등급(재해위험 보통)은 124곳, D등급(재해위험 높음)은 7곳이다.
인천시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집중호우가 오기 전에 급경사지에 대한 안전점검을 사전에 진행했고, 미흡 상황을 조치하는 등 붕괴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백효은 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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