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을 걷다] 나를 내려놓고 걷다 보니 어느새 힐링

윤병집 기자 2025. 7. 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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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_걷기여행길 10년 현주소]
(1) 울주군 간절곶 소망길

한반도에서 제일 먼저 새해 여는 명소 유명
진하 명선교부터 10㎞ …걷기 코스 5개 구간
탁 트인 해변·소나무숲 등 자연 온기 오롯이

조성 사업 10년 훌쩍 시설물 노후화 · 파손
일부 좁은 도로 위험천만 볼거리마저 없어
중간중간 ‘걷기 불편한 길’ 관리 ‘옥에 티’
소나무숲이 매력적인 명선도의 전경. 하루 두 차례 썰물 때 일정 시간 모래벌판이 드러나 섬으로 걸어들어갈 수 있다. 야간 조명 설치 후 야경 명소로도 인기가 높아졌다.

'걷기'가 여가의 한 갈래로 부상하면서 자연스럽게 '걷기 좋은 길'이란 관점도 새롭게 생겨났다. 이는 단순히 '걷기 편한 길'이란 물리적 의미는 물론, 개개인의 흥미와 호기심 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문화·환경을 갖췄는지 여부도 포함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2007년부터 조성한 제주도 올레길이 관광객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전국 지자체가 앞다투어 '걷기여행길' 조성에 나섰다. 울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구 솔마루길, 동구 옥류천 이야기길, 북구 강동사랑길, 울주군 간절곶 소망길 등 각종 걷기코스가 조성됐다. 여기에는 수많은 공장지대,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뿌연 회색빛 연기, 콘크리트 건물이 연상되는 울산의 '공업도시' 이미지를 벗겨내고, 맑고 푸른 숲과 바다가 펼쳐진 친환경길을 만들고자 했던 시민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이에 본지는 창간 34주년을 맞아 10년을 훌쩍 넘긴 울산의 크고 작은 걷기여행길을 직접 걸어보며 관리실태를 짚어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 울주군 간절곶 소망길

"'간절히 바라면 소망이 이뤄진다'. 뭐, 이런 뜻 아닐까?"

명선교를 건너온 한 연인이 간절곶 소망길 종합안내판을 들여다 보면서 나름대로 의미를 해석해보고 있었다.

본래 간절곶의 간절(艮絶)은 긴 장대를 가리키는 '간짓대'를 의미하지만, 보통 '무언가 절실하다'는 뜻의 간절(懇切)이 일상에서 더 자주 쓰이고 '무언가 바란다'는 의미의 소망과 결합했을 때 느낌이 더 와닿는 모양이다. 비록 해석이 정확하진 않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 간절곶 소망길은 한반도에서 제일 먼저 새해를 여는 간절곶과 해맞이할 때 한 해의 소망을 기원하는 것에서 이름을 딴 해안길이다.
간절곶 소망길의 가장 으뜸 가는 명소인 간절곶공원.

울주군 진하 명선교 북쪽 입구에서 시작해 남쪽 해안을 따라 신암항까지 약 10㎞ 거리에 △1구간 연인의 길(명선교~대바위공원) △2구간 낭만의 길(대바위공원~간절곶) △3구간 소망의 길(간절곶~평동항) △4구간 사랑의 길(평동항~나사해수욕장) △5구간 행복의 길(나사해수욕장~신암항)로 나뉜 구간마다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먼저 1구간은 진하해수욕장을 따라 남쪽으로 쭉 내려가는 코스다. 진하해수욕장은 울산 최초의 공용 해수욕장으로 1974년에 개장, 그 길이는 1㎞에 이른다. 올해 개장은 아직 멀었지만, 여름철을 맞아 해변에는 물놀이장이 미리 조성돼 있다. 얕은 수심과 잔잔한 파도 덕에 서핑, 페러글라이딩 등 각종 레저 활동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해변을 따라 약 300m 정도 내려가면 2개의 해중암으로 이뤄진 이덕도와 소나무숲이 우거진 명선도를 볼 수 있다. 하루 두 차례 썰물 때 일정 시간 모래벌판이 드러나는데, 이 바닷길을 따라 섬을 구경할 수 있다. 밤이 되면 일대는 형형색색 조명과 미디어아트로 색다른 광경이 연출된다. 명선도 근처 전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바닷물에 굴절돼 생기는 보랏빛 향연은 물론, 멀리 명선도와 명선교에서 내뿜는 조명빛과 어우려져 장관을 이룬다. 명선도 일대가 야경 명소로도 떠오르면서 지난해 12월까지 야간에만 40만명이 찾았다.

높이가 없어 스며들듯 모래사장을 적시는 파도를 만끽하면서 남측으로 쭉 내려가면 평지가 끝나고 큰 바위가 하나 나온다. 작은 출렁다리를 건너 경사진 바위 언덕을 오르면 간절곶 소망길의 2구간 시작점인 대바위공원이 나온다.

간절곶으로 향하는 중간다리역인 2구간에는 기암괴석 따라 이어진 나무데크와 그 위로 조성된 대바위공원, 솔개공원, 송정공원 등 수변공원이 특징이다. 해안가에는 곰솔과 동백나무, 공원 내에는 다양한 야생화류를 심어 다양한 볼거리와 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대바위공원은 진하해수욕장과 붙어 있고 얕은 둔덕 정도의 높이지만, 시야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어 탁 트인 해변과 명선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내려가는 길에는 아래에는 모래사장 대신 기암괴석과 몽돌로 채워져 있어 색다른 자연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몽돌 사이사이로 밀려든 바닷물이 다시 바다로 빨려들어가면서 돌과 돌이 부딪히며 내는 '촤라락, 촤라락' 소리도 매력적이다.
솔개공원에서 송정항까지 연안을 따라 이어진 바닷길.

진하해수욕장보단 한참 작으면서도 고요한 솔개해수욕장 모래사장을 지나면 솔개공원이 나온다. 이곳에는 전망대, 휴게쉼터, 잔디광장이 있어 멀리서 걸어온 사람들은 잠시 쉬어가기 좋다. 이후 길은 상부의 도로와 연결된 보도나 하부의 바다를 따라 길게 이어진 나무데크를 이용해 계속 이동할 수 있다.

특히 바닷길은 평이한 나무데크가 길게 이어져 있어 걷기 편하고, 바다 위 암초도 데크보다 높이가 낮아 멀리 수평선을 볼 수 있다. 암초에 수시로 부딪치면서 겹겹이 밀려오는 파도를 보는 맛도 쏠쏠하다.

나무데크 끝에 다다르면 일명 '삼발이'라 불리는 테트라포드와 방파제로 둘러싸인 송정항에 들어선다. 진하와 서생 일대가 오래 전부터 멸치잡이로 유명했던 만큼 항구 곳곳에 멸치를 널어다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울산에서 유일한 가두리 방식의 바다낚시터도 이용할 수 있다. 간절곶으로 가는 높은 바위길을 올라가면 절벽 사이사이 위태롭게, 하지만 튼튼히 버티고 있는 소나무 사이로 방파제에 둘러싸인 송정항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송정항을 뒤로 하고 우거진 침엽수림과 흙길을 통과하면 간절곶이 나오는 소망길 3구간에 진입하게 된다. 간절곶으로는 해안을 따라 가는 바닷길을 그대로 이용해도 좋지만, 계속되는 바닷길에 지루함을 느낀 이라면 잠시 소나무숲의 진한 녹색 솔내음이 가득한 무장애나눔길을 이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오르막 내리막 할 것 없이 모든 길에 계단이 없고 휠체어도 오를 수 있도록 평평해 남녀노소 누구나 다닐 수 있다.

지난 2011년 6월 해안 디자인 개선 사업과 간절곶 소망-그린길 조성 사업을 통합해 완성된 간절곶 소망길은 벌써 10년이 훌쩍 넘은 역사를 가졌다. 오랜 시간처럼 소망길은 곳곳이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지만 다양하고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따라 조성돼 눈과 귀가 즐겁고 전반적으로 걷기에도 좋은 길이었다. 다만 일부 나사 빠진 듯한 구간 구성과 불친절한 안내, 불충분한 스토리텔링, 일부 시설물 노후화 및 파손 등은 아쉬운 점이다.
파손된 시설물. 

특히 나사해수욕장~신암항 5구간은 총 1.3㎞ 중 별다른 관광자원 하나 없는 좁디좁은 도로를 따라 1㎞를 걸어야 하며, 최종점인 신암항 일대도 볼거리나 콘텐츠가 타 구간에 비해 부족한 모습이었다.

구간마다 스토리텔링에 힘을 주기 위해 기암괴석 등 87개의 자연물에 담긴 설화를 끄집내어 현장마다 이야기간판을 설치했지만, 정작 그 위치를 찾기 어렵다는 것 역시 아쉬운 점. 종합안내판은 10㎞ 구간 내에 단 3개 밖에 없었고, 안내표지도 거의 없어 오히려 같은 경로를 공유하는 해파랑길 안내보다 적은 형편이었다. 여기에 자연물의 위치와 그 이야기간판을 찾더라도, 간판이 코팅되지 않은 나무목판을 사용한 탓인지 파손이 심해 읽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밖에 나무데크 등 일부 시설물이 파손된 채 방치돼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중간중간 길이 끊겨 비포장도로를 걸어야 하는 불편도 있었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