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체장 직접 제재 길 튼 용인경전철 주민소송

대법원이 16일 민간투자사업 실패로 인한 손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와 국책연구기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2월 용인경전철 사업 실패 책임자들에게 1조232억원의 손해 배상을 요구한 주민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이정문 전 용인시장, 한국교통연구원, 담당 연구원들이 214억6천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날 재상고심에서 이 전 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의 배상 책임과 배상액을 그대로 확정했다. 다만 연구원들 책임은 더 따져 보라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날 확정 판결로 지자체들의 민간투자사업에 경종을 울렸다. 용인경전철 재판은 2005년 도입된 주민소송제의 첫 사례다. 이 재판에서 주민들이 승소하면서 단체장들이 독단하는 혈세낭비형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감시와 제재의 길이 활짝 열렸다. 벌써부터 용인경전철 사업 실패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 지역에서 주민소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용인경전철 사업은 배임에 준하는 지자체의 무모한 행정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의 무책임한 수요예측이 합작한 실패작이었다. 용인시는 2010년 경전철을 완공한 뒤에 외국계 민간시행사와 최소수입보장비율을 놓고 분쟁을 벌였다. 결국 국제중재재판에서 패소해 8천500억원을 물어주고 2013년 개통했지만 이후 10년간 운영적자 보전을 위해 4천300억원을 혈세로 메워줘야 했다. 1일 이용객이 17만1천명이라던 교통연구원의 수요예측은 운행을 개시하니 1일 9천명에 불과했다. 망상에 가까운 용인시장의 사업계획을 국책기관이 엉터리 수요예측으로 뒷받침했다. 민간 시행사만 2040년까지 혈세에 빨대를 꽂았다.
용인시가 법정 배상금의 신속한 환수를 약속했지만 전액 환수가 가능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국책기관인 교통연구원은 문제가 없겠지만, 이 전 시장에 대한 환수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2013년 제기된 주민소송의 최종 판결에 12년이 걸린 탓도 있다. 2017년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라는 1, 2심 판결을 2020년 대법원이 파기환송해 지난해 서울고법이 배상을 판결하기에 이르렀다. 주민들이 승소했지만 실질적인 법익을 실현하기엔 재판이 너무 오래 걸렸다. 주민소송 제기의 절차와 요건이 까다로워 1, 2심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탓이 크다. 재선이 목적인 지자체장들의 세금 낭비성 사업이 근절될 기미가 안 보인다. 주민소송제를 단체장 직접 견제 수단으로 활용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